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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한류도 스타 셰프가 이끈다-김성윤의 맛 세상

지난달 24일 싱가포르에서 발표된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Asia’s 50 Best Restaurant·이하 A50B)’에서 서울 신사동 ‘정식당(Jungsik)’이 20위에 올랐다. 국내 식당이 A50B에 포함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외식업계에서 대단한 ‘사건’으로 기뻐하고 있다.

A50B는 영국 외식전문지 ‘레스토랑’이 주최하는 ‘월드 베스트 레스토랑 50(W50B)’의 일부이다. 요리사, 식당 주인, 음식기자·블로거 등 전세계 외식업계 전문가 900여 명이 1년 동안 다니며 맛본 전세계 식당 중 최고라고 판단한 식당 7곳을 각각 제출한다. 이중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순서대로 50개 레스토랑을 정해 매년 4월 런던에서 발표하는 것이 ‘W50B’이다. 이번 A50B는 W50B 중에서 아시아 지역에 있는 식당들만을 모아서 순위를 매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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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 임정식(36)씨가 운영하는 정식당은 서울과 미국 뉴욕 2곳에 있다. 뉴욕점이 지난해 프랑스 레스토랑 평가서 ‘미슐랭 가이드’로부터 별 2개(최고 3개)라는 높은 평가를 얻은 데 이어 이번에 아시아 20위 레스토랑에 오름으로써, 임정식씨는 세계적인 스타 셰프로 입지를 굳힐 것으로 보인다. 또 임씨를 비롯 국내외 젊은 한국인 요리사들이 시도하고 있는, 전통 한국 식재료와 요리기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 코리안(New Korean)’ ‘모던 코리안(Modern Korean)’ 요리가 세계적으로 주목 받을 듯하다.

A50B 발표를 앞두고 싱가포르에서 다양한 음식 관련 포럼과 워크숍이 열렸다. 이중 한 포럼의 토론 주제는 ‘스타 요리사(celebrity chef), 과연 필요한가’였다. 스타 요리사란 음식이나 방송 출연 등을 통해서 유명인이 된 요리사로, 한국에서도 친숙한 영국의 제이미 올리버(Oliver)나 고든 램지(Ramsay), 프랑스의 알랭 뒤카스(Ducasse)나 폴 보퀴스(Bocuse)가 대표적이다. 이러한 스타 셰프들은 보통 자기 이름을 내건 음식점을 운영한다.

포럼 토론자로 나선 싱가포르 최고급 프랑스 레스토랑 ‘레자미(Les Amis)’ 경영자 레이몬드 림(Lim)씨는 “스타 셰프는 득(得)보다 실(失)이 더 많다”는 입장이었다. “손님들이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식당을 찾는 이유는 이들 셰프들을 보고 싶어서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스타 셰프는 무리한 확장으로 전세계 여러 지점을 가지고 있어요. 지점들을 관리하다보면 한 곳에 오래 머물지 못합니다. ‘스타 셰프를 보려면 그들의 식당이 아니라 공항 대합실에 가야 한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죠. 그리고 이들이 사망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요리의 품질은 어떻게 보장합니까? 그래서 레자미는 ‘식당 자체가 유명해야지, 요리사가 유명하면 안된다’는 경영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포럼에 나온 대부분의 토론자들은 “스타 셰프가 레스토랑 업계에 대중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며 전반적인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입장이었다. 홍콩의 세계적 레스토랑 ‘보 이노베이션(Bo Innovation)’ 오너셰프(주방장 겸 주인)인 앨빈 렁(Leung)은 “과거 블루칼라 직종으로 인식되며 낮게 여겨지던 요리사가 오늘날 젊은이들이 선망하는 직업이 될 수 있었던 건 스타 셰프들의 역할이 크다”고 말했다. 다른 토론자들도 스타 요리사들 덕분에 유명해지려는 야심과 실력을 겸비한 인재들이 외식업계에 들어오게 됐고, 요리에 대한 사회 전반적인 인식이나 관심이 크게 높아진 건 유명한 조리사들 공로가 크다는 의견을 같이 했다.

좋건싫건 어떤 분야건 스타가 미치는 영향과 효과는 크다. 최근 종영한 ‘별에서 온 그대’에서 전지현과 김수현이 걸치거나 들고 나온 옷, 먹은 음식, 심지어 잠깐 언급하기만 한 책도 한국은 물론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매진돼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서 싱가포르에서 만난 많은 외국인 음식 전문가들은 “한식세계화를 위해 스타 셰프를 활용하라”고 했다.

중국은 물론 홍콩, 싱가포르 등 중화권에서 활동하는 유명 음식평론가 보리스 유(Yu)씨는 “한국 정부에서 한식세계화에 관심이 있다면 세계적인 요리사가 된 임정식씨를 이용하라”고 했다. “스페인요리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는 페란 아드리아(Adria)라는 걸출한 요리사가 등장했기 때문이에요. 1990년대까지만해도 스페인음식 하면 하몽(햄의 일종)밖에 몰랐잖아요. 스칸디나비아 음식이 최근 관심을 끄는 걸 보세요. 덴마크의 ‘노마(Noma)’나 스웨덴의 ‘프란첸(Frantzen)’ 같은 유명 식당이 등장하면서잖아요. 솔직히 스칸디나비아에 음식이랄 게 있나요? 한국은 김치와 불고기가 유명합니다. 너무 유명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음식이 가려지고, 궁중음식처럼 고급스럽고 세련된 한식 본래의 정체가 알려지지 못해 아쉽습니다.”

또다른 음식 전문가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fine dining restaurant·고급 음식점)을 정부가 지원한다면 한식세계화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루이비통, 구찌 등 세계적 명품들이 왜 값비싼 핸드백을 광고할까요? 그걸 사서 들고다닐 사람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비싼 핸드백을 통해 고급스런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함으로써 나머지 덜 비싼 제품들을 파는거죠.”

이러한 이야기들을 들은 한국 정부 관계자는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난색이었다. 특정 식당이나 요리사만 지원하면 당장 ‘형평성’이나 ‘균형’ 문제를 거론하면서 비판이 쏟아질거란 말이었다. 게다가 그 식당이 일반인이 쉽게 즐길 수 없는 고급 음식을 낸다면 더욱 비난이 커질 것이기 때문에 부담스럽다는 것이었다. 하긴, 최고의 한국 홍보대사랄 수 있는 대통령마저도 해외방문에서 들거나 착용한 물건이 어느 브랜드 제품인지 절대로 밝히지 않고 “비싸지 않다”고 누누이 강조해야 하는 한국이다.

/’김성윤의 맛 세상’ 3월 칼럼을 이제야 올립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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