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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에 들어있는 전세계 여행지 물가-김성윤의 맛세상

클럽샌드위치 가격으로 따져본 세계 도시 물가
스위스 제네바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여행지
서울은 중간, 인도 뉴델리가 제일 저렴
빅맥 햄버거 등 음식은 경제지표로 활용돼
비빔밥 지수’ 등장하면 진정한 한식 세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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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음식 관련 행사를 취재하러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와 있다. 투숙하고 있는 몰리노 스투키(Molino Stucky) 힐튼 호텔의 1층 로비 라운지 앞을 지나다가 ‘이 호텔에서도 클럽샌드위치를 팔까’ 궁금해서 메뉴판을 펼쳤다. 역시 있었다. 가격은 26유로. 미화(美貨)로 환산하면 약 35.36달러, 우리 돈으로는 3만6000원쯤 된다.

클럽샌드위치는 바삭하게 구운 정사각형 식빵 3장 안쪽 면에 마요네즈를 바르고 닭가슴살과 양상추·베이컨·토마토가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언뜻 보면 샌드위치 2개를 포갠 모양이다. 2층으로 된 미국 열차 식당칸(Club Car)처럼 생겼다고 해서 클럽샌드위치란 이름이 붙었다는 설(說)과 미국 뉴욕주(州) 사라토가 클럽(Saratoga Club)에서 19세기 말에 처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가장 고전적인 샌드위치 중 하나로 꼽힌다.

갑자기 클럽샌드위치 가격이 궁금해진 건 얼마 전 ‘클럽샌드위치 지수(Club Sandwich Index·CSI)’가 발표됐기 때문이다. 호텔 예약 사이트 호텔스닷컴(hotels.com)은 지난달 세계 주요 도시에서 판매되는 클럽샌드위치 가격을 조사했다. 클럽샌드위치는 웬만한 호텔이면 다 갖추고 있는 메뉴이기 때문에 도시별 클럽샌드위치 가격을 비교해 보면 해당 도시의 여행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투숙 중인 호텔에서 클럽샌드위치가 얼마인지 확인해보면 호텔의 수준도 파악해볼 수 있다.

CSI가 절대적으로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재미 삼아 참고해볼 만하다. 호텔스닷컴은 28개 세계 주요 도시에 있는 3성(star)급에서 5성급까지 호텔 840곳에서 판매하고 있는 클럽샌드위치 가격의 평균치를 찾았다. 그 결과 클럽샌드위치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도시는 스위스 제네바였다. 이 ‘금융과 시계의 도시’에 있는 주요 호텔에서 판매되는 클럽샌드위치 가격은 평균 32.60달러(약 3만3000원)였다. 이어 프랑스 파리가 29.36달러(약 3만원)으로 2위, 핀란드 헬싱키가 24.35달러(약 2만4900원)으로 3위에 올랐다. 호텔에서 클럽샌드위치를 가장 싸게 먹을 수 있는 도시는 인도 뉴델리로 평균 8.78달러(약 9000원)로 조사됐다. 대충 우리가 생각하는 세계 도시 또는 국가별 물가 수준과 비슷하게 나온 듯하다.

서울은 20.23달러(약 2만600원)으로 전체 28개 도시 중 11번째로 비쌌다. 여행자 입장에서 서울과 한국은 물가가 싼 지역은 아닌 것이다. 한국인이 많이 찾는 여행지 중에서는 영국 런던이 22.66달러(약 2만3200원)로 6위, 일본 도쿄가 22.11달러(약 2만2600원)로 7위, 홍콩이 21.26달러(약 2만1700원)로 8위로 서울보다 여행 물가가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뉴욕은 17.99달러(약 1만8400원)로 13위, 스페인 마드리드는 15.93달러로(약 1만6300원)로 17위, 태국 방콕은 11.98달러(약 1만2200원)로 25위 등 서울보다 CSI가 낮게 나왔다. 월드컵이 열리고 있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14.64달러(약 1만5000원)로 하위권(20위)에 속했다.

음식을 경제지표로 활용한 건 클럽샌드위치가 처음은 아니다. 음식만큼 일상(日常)과 밀접한 재화(財貨)가 없기 때문인지 음식을 경제지표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여럿 있었다. 그중 최초로 꼽히는 건 ‘빅맥 지수(Big Mac Index)’다. 세계적인 패스트푸드 식당 맥도널드의 대표적 햄버거인 빅맥은 전 세계 어느 매장에서나 살 수 있고 크기와 가격이 비슷하다. 따라서 각국에서 빅맥이 얼마에 팔리는지를 파악해보면 해당 국가의 물가를 환율보다 더 현실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고 예상한 것이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986년 처음 발표해 화제가 되면서 꾸준히 경제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빅맥 지수가 일상의 물가를 가늠하는 지표라면 클럽샌드위치 지수는 여행할 때의 물가를 대략적으로 반영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한국에서는 어떤 음식이 경제지표로 활용될 수 있을까. 우선 김치가 떠오른다. 그러나 김치는 궁극적으로 반찬일 뿐 한 끼 식사는 아니니 제외해야겠다. 흔히 ‘백반(白飯)’이라고 부르는 일상의 밥상이 국내에서는 가장 보편적이고 광범위하게 먹을 수 있는 한 끼이니, 백반을 활용한다면 전국 지역이나 도시별 물가를 가늠해볼 수 있지 않을까. 다만 반찬 가짓수를 셋 내지는 다섯으로 통일시켜야 할 텐데 각박한 서울과 푸짐한 남도의 백반이 과연 동일 선상에서 비교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해외로 확장하려면 백반으로는 안 되고 불고기나 비빔밥이라야 할 것 같은데 아직은 빅맥이나 클럽샌드위치만큼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음식이 아니어서 힘들 것 같다.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의 ‘비빔밥지수(Bibimbap Index)’가 나오는 날, 한식이 진정으로 세계화됐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글 올립니다. 얼마 전 오피니언면에 쓴 ‘맛 세상’ 칼럼 원문입니다. 먹을만한 음식이 없거나, 음식 솜씨가 영 미심쩍을 때 가장 안전하게 주문할 수 있는 메뉴가 클럽샌드위치죠. 그만큼 스탠더드화된 음식이란 소리죠. 맛있는 클럽샌드위치 먹고 싶네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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