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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별직업 별난밥상1-레스토랑 ‘류니끄’ 스태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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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 서울 신사동 레스토랑 ‘류니끄’ 오너셰프 류태환씨(오른쪽 두번째)와 직원들이 스태프밀을 먹고 있다. 매니저 김도연씨(뒤)는 계속 걸려오는 예약·문의 전화 받느라 제대로 식사하지 못했다./사진=김지호 객원기자

‘그 정교하고 세련된 요리를 만드는 요리사들이 먹는 음식이 과연 맞나’ 싶었다. 지난 16일 오전 11시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 있는 레스토랑 ‘류니끄’ 요리사들과 함께 먹은 ‘스태프밀’(staff meal)은 아주 점잖게 표현해 소박했지만 솔직한 첫인상은 ‘애걔!’였다.

된장국과 소고기채소볶음·김치볶음·무나물·밥·달걀프라이가 스테인리스 식판에 1인분씩 담겨 나왔다. 그나마 된장국에 들어간 대파 줄기와 느타리버섯·숙주·무·쪽파는 어제저녁 손님에게 나간 요리 만들고 남은 재료이다. 이날 스태프밀을 준비한 요리사 박세진(22)씨는 “소고기채소볶음은 스테이크용 소고기 트림(trim·다듬기)하고 남거나, 포션(portion·1인분 분량)이 나오지 않아 요리로 낼 수 없는 고기를 썼다”고 했다.

음식은 간이 셌다. 손님으로서 맛봤던, 프랑스와 일본 음식을 결합시킨 이 식당의 평소 요리는 온데간데없었다. 밥은 어제저녁 먹고 남은 것을 얼렸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 해동시킨 것으로, 윤기가 전혀 없이 퍽퍽해 목 넘기기가 힘들 정도였다. 이들이 손님에게 내는 요리가 미식의 대상이라면, 스스로 해 먹는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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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니끄 직원들이 먹는 ‘스태프밀(staff meal)’.

그래도 누구 하나 불평 없이 꾸역꾸역 음식을 입으로 밀어 넣었다. 류니끄 오너셰프(총주방장 겸 주인) 류태환(34)씨가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아무 소리 안 해요. 맛없다고 하는 순간 내가 만들어야 하거든요.”

스태프밀이란 요리사와 매니저, 웨이터 등 식당 직원이 먹는 식사를 말한다. 대개 손님을 맞는 점심과 저녁 영업시간 직전인 오전 11시와 오후 5시가 스태프밀 시간이다. 류니끄 요리사들은 9시 30분에서 10시 사이 출근해 점심 영업 준비를 한다. 그러다 10시 45분쯤 되자 손이 비는 요리사가 스태프밀을 만들기 시작했다. 조리 시간은 15분을 넘지 않는다. 최대한 쉽고 빠르게 준비하는 게 목표다. 식판을 사용하는 것도 설거지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맛 ‘따위는’ 따지지 않는다. 명색이 요리사들인데, 어째서? 류태환씨가 말했다. “절대 테크닉을 넣지 않습니다.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을 최대한 않는 거죠. 너무 바쁜 걸 서로 아니까요.”

남은 재료를 최대한 활용하는 이유에 대해 주인이기도 한 류씨는 “스태프밀도 코스트(비용)”라고 짧게 말했다. “직원이 많을 때는 열 명이 넘어요. 이 인원을 다 먹이려면 그 비용도 상당하거든요. 식자재업체에서 테스트해보라고 제품을 주는데, 이것도 안 쓸 것 같으면 직원들에게 먹으라고 줍니다. 비용 관리를 못하면 레스토랑은 100% 망하게 돼 있어요.” 박세진씨는 스태프밀 잘 먹으려면 ‘찬모’가 있는 한정식집에서 일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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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니끄의 시그니처 디시인 ‘로 피시(Raw Fish)’. 매우 정교하고 화려합니다. 위의 스태프밀을 먹는 사람들이 만든 요리라고 믿기 힘들 정도입니다. /사진=김지호 기자

이날 스태프밀은 류태환씨와 요리사 박세진·장정은(22)씨, 매니저 김도연(30)씨 넷이서 먹었다. 박세진씨와 장정은씨는 왼손에 쥔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SNS·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숟가락질과 젓가락질을 했다. 장정은씨는 “요리할 때는 너무 바빠서 휴대전화 볼 시간이 없다”고 했다. 박씨와 장씨의 손목에는 요리 도중 뜨겁게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냄비가 닿아 생긴 화상 자국이 셀 수 없을 만큼 많았다.

이들은 최대한 식사를 빨리 끝냈다. 그만큼 휴식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예, 류니끄입니다. 몇 시로 하시겠어요? 몇 분이세요? 예약자 성함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그나마 매니저 김도연씨는 계속 걸려오는 손님들의 예약·문의 전화를 받느라 제대로 식사하지 못할 정도였다.

11시 30분이 되자 김도연씨가 객장의 불을 켜고 음악을 틀었다. 손님들이 정오부터 들이닥치기 시작하면서 주방과 홀이 정신없이 돌아갔다. 오후 3시 점심 영업이 끝났다. 레스토랑은 다시 어둡고 조용해졌다. 이때 요리사들은 의자를 붙여놓고 잠깐씩 눈을 붙였다.

4시 45분이 되자 박세진씨가 부스스 일어났다. 쌀을 대충 씻어 불에 올리더니 “고기가 먹고 싶다”며 돼지고기 목살을 구웠다. 순식간에 오후 스태프밀이 완성됐다. 김도연씨는 “블루마블(보드게임)을 해서 진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사다가 먹기도 한다”면서 “스태프 평균 연령이 23세로 어린 데다가 워낙 힘든 육체노동을 하는지라 당(糖)이 떨어져 그런지 단 걸 엄청들 먹는다”고 말했다.

5시 30분, 저녁 영업을 위한 홀 정리와 재료 밑 손질이 시작됐다. 5시 50분, 류태환씨가 전 직원을 불렀다. 류씨는 “오늘은 어떤 음식이 나가고, 어떤 음식이 안 되고, 레코멘데이션(recommendation·추천 요리)은 뭔지 알려준다”면서 “직원들이 각자 있었던 일을 말하는 등 서로 커뮤니케이션하는 자리기도 하다”고 말했다.

둥그렇게 둘러선 직원들이 오른손을 가운데로 뻗어 포개더니 “류니끄, 류니끄, 파이팅!”이라고 외치고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이들이 내는, 10코스로 구성된 ‘테이스팅 메뉴’는 1인당 10만원이다.

/얼마 전까지 매주 연재한 ‘별별직업 별난밥상’ 1회, 레스토랑 류니끄의 스태프밀입니다. 먹는 음식을 통해서 특정한 직업이나 직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일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기획이었죠. 사실 독특한 직업은 많지만, 직업마다 먹는 게 크게 다르지는 않아서 5회로 연재를 마감했습니다. 역시 사람들이 먹고 사는 건 어떤 직업이나 계층이나 지역이건 비슷한가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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