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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꼬리까지…고기에 대한 ‘예의’죠

윤리적 소비 생각하는 ‘헤드투테일’ vs. 최고급 마블링 등 미국 육류 트렌드

샌프란시스코 ‘4505부처샵’ 정육점에서 통돼지 도축하는 법을 배우는 젊은이들. 상당수가 요리사 출신입니다./사진=미국육류수출협회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정육점 ‘4505부처샵(Butcher Shop)’. 옆머리를 삭발하듯 밀어버린 투블록 커트(two-block cut) 헤어스타일에 팔·목·가슴에 문신이 가득한 젊은 남성 셋이 수업을 듣고 있었다. 강사는 몸에 달라붙는 검정 티셔츠를 입은 30대 남성이다. ‘배 나온 중년 남성’이라는 전통적인 푸주한(butcher)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이 남자는 라이언 파(Farr)로, 뉴욕타임스가 “아이돌 스타 대접 받는 젊은 푸주한”으로 소개했던 이 정육점 주인 겸 요리사. 수업 주제는 돼지 한 마리를 대가리부터 꼬리까지 도축하고 요리로 활용하는 법이었다.

코부터 꼬리까지, ‘노즈투테일’ 확산

 

‘4505부처샵’ 주인으로 푸주한 겸 요리사인 라이언 파./사진=미국육류수출협회

파는 ‘노즈투테일(nose-to-tail)’의 열렬한 지지자다. 노즈투테일이란 ‘동물의 모든 부위를 활용해야 한다’는 운동으로, 윤리적 소비에 관심 있는 미식가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파는 “식당 ‘4505버거&바비큐’에서 요리로 쓰지 않고 남은 부위를 먹을 수 있게 정육해 판다”고 말했다. 그의 정육점에서는 혀·뇌·위·장 등 일반 정육점에서 판매하지 않는 특수 부위는 물론 살코기에서 발라낸 지방까지도 비누로 만들어 판매한다.

노즈투테일이 윤리적 소비 형태로 지지받는 건 좀 더 균형 잡힌 육식 소비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요리사와 레스토랑 입장에서는 필요한 부위만 부분육으로 납품받는 것이 훨씬 편하고 이윤이 남는다. 하지만 인기 부위는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치솟고, 비인기 부위는 가격이 폭락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생긴다. 이는 소·돼지 사육 농가에 고통으로 전가된다. 한국에서 엄청나게 인기인 삼겹살은 국내 생산량이 부족해 유럽과 남미에서까지 수입해야 하는 반면, 뒷다리 등은 헐값으로 수출하는 것도 부분육 소비로 인한 문제의 전형적 사례다.

파는 “요리사로서 더 나은 고기 요리를 만들기 위해서도 소나 돼지를 도축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통으로 들어온 동물을 직접 도축해보면 고기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아져요. 자신이 원하는 요리에 가장 알맞게 자를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정육업체에서 ‘팔기 위해 자르는’ 것과 요리사가 ‘먹고 요리하기 위해 자르는’ 것은 다를 수밖에 없더라고요.”

파처럼 노즈투테일을 지향하는 ‘생각 있는 푸주한’, 고급 정육점을 운영하는 ‘신세대 푸주한’이 주목받고 있다. 요리평론가 강지영씨는 “미식가들의 관심이 요리사에서 음식 재료로 이동하면서, 식재료 중에서 가장 ‘핫’한 고기를 다루는 푸주한에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푸주한이 되길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으며, 유명 푸주한에게 도축·정육을 배우기도 한다. 파에게 수업을 들으려면 회당 75달러(약 7만5000원)을 내야 한다. 파는 “불과 수년 전만 해도 돈 내고 도축을 배운다는 건 상상도 못한 일”이라고 말했다.

윤리 소비? 고기 맛이 우선이지

 

‘스네이크 리버 팜’에서 생산한 최상급 소고기로 만든 립아이 스테이크. 지방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으면서 육즙이 풍부합니다./사진=미국육류수출협회

노즈투테일과는 반대로 극단적인 고(高) 마블링 소고기에 대한 선호도 역시 더욱 커지고 있다. 아이다호에 있는 ‘스네이크 리버 팜(Snake River Farms)’은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프렌치론드리(French Laundry)’ 등 미국 내 최고급 식당과 한국의 한 특급 호텔에서도 납품하는 목장. 이 목장의 최고 등급 와규 소고기로 만든 립아이(꽃등심) 스테이크를 나이프로 잘랐다. 마블링 잘 된 소고기에 흔히 박혀 있게 마련인 지방 덩어리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고기를 입에 넣고 씹자 흥건한 육즙이 배 나오며 입안을 촉촉이 적셨다.

 

‘스네이크 리버 팜’에서 사육되는 아메리칸 와규. 분지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목장이더군요. 아메리칸 와규는 일본 와규 숫소를 미국 앵거스와 교배시켜 생산한 품종입니다./사진=미국육류수출협회

한국과 미국, 일본 등에선 소고기의 품질이 마블링, 즉 얼마나 고기에 지방이 촘촘히 잘 끼었느냐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그래서 소 사육 마지막 단계에서 곡물을 먹인다. 목초만으로는 마블링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곡물 사료는 2~3개월 먹인다. 스네이크 리버 팜에서는 최대 510일, 즉 17개월까지 먹인다. 대신 전체 식사량 중 곡물 비중을 낮춘다. 곡물을 더 천천히, 오래 먹이는 것이다. 세계 음식 트렌드를 선도하는 미국의 육식(肉食) 트렌드는 양 극단으로 뻗어나가고 있다.

 

 

8월20일자 문화면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미국의 육류 소비와 유통의 모든 과정을 볼 수 있는 귀한 기회였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노즈 투 테일’을 지향하는 부티크 정육점을 곧 보게 될 것도 같고요. 아무래도 미국이 세계 음식 트렌드를 선도하고, 미국에서 유행하는 것들이 몇 년 안에 한국에서도 나타나니까요.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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