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敎皇이 드신 치아바타라는 빵-김성윤의 맛세상

訪韓 기간 식탁 오른 치아바타  파니니 빵으로 우리에게도 익숙
이탈리아 대표 빵으로 유명하나  탄생한 지 32년밖에 되지 않아
해외에서 나라 대표하는 음식  그 나라에서 즐기는지는 별개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이 다녀간 다음 “치아바타(ciabatta)가 어떤 빵이냐”고 묻는 분이 많아졌다. 방한 기간 교황이 주한 교황청 대사관에서 먹은 식사 때 제공된 빵이 이탈리아 치아바타와 프랑스 바게트라고 소개됐기 때문일 것이다. 두 가지 빵 중에서 바게트는 몽둥이처럼 생긴 빵으로 꽤 알려진 반면, 치아바타는 아직은 그만큼 대중적이지 않은 모양이다.

치아바타가 무슨 빵인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치아바타를 먹어본 경험은 많을 것으로 짐작된다. 파니니 때문이다. 파니니는 빵 사이에 햄이나 치즈, 토마토, 모차렐라 치즈 등 여러 재료를 집어넣고 뜨거운 철판으로 위아래에서 눌러 뜨겁고 바삭하게 구운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다. 한국에서도 쉽게 먹을 수 있다. 샌드위치 가게에서 파는 파니니는 대개 치아바타로 만든다. 이탈리아 음식점에서 식전빵으로 올리브오일과 함께 자주 제공되기도 한다. 이제 파니니가 어떤 맛인지 알 것 같지 않은가.

치아바타는 이탈리아말로 슬리퍼란 뜻이다. 자르지 않은 파니니는 약간 길쭉하면서 도톰한 직사각형으로, 언뜻 보면 슬리퍼처럼 생긴 것 같기도 하다. 대개 겉에는 허연 밀가루가 잔뜩 묻어있다. 밀가루를 털어낸 파니니를 칼로 잘라보면 안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는 게 한국 떡 증편을 연상케 한다.

이제 파니니를 작게 잘라 입에 넣고 씹어본다. 두껍지도 얇지도 않은 껍질은 쫄깃한 듯하면서 바삭하다. 속은 부드럽게 쫄깃한 것이 모양뿐 아니라 씹는 맛도 증편과 비슷하다. 증편보다 약간 더 차지달까. 쫄깃한 식감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에 썩 맞는 빵이다.

치아바타가 파니니에 흔히 사용되는 건 이 빵이 파니니용(用)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빵의 대표로 세계에 널리 알려졌지만, 치아바타가 탄생한 건 겨우 32년 전인 1982년이다. 베네치아 부근에 있는 작은 도시에서 빵집을 하던 아르날도 카발라리(Cavallari)라는 40대 중반 사내가 동료 제빵사 대여섯 명과 ‘대책회의’를 위해 모였다. 회의 주제는 ‘프랑스 바게트의 침공을 어떻게 막아낼 것인가’였다.

1980년대 이탈리아는 미국과 영국, 독일은 물론 일본에서 관광객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싸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찾았다. 당시 이탈리아에는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적당한 빵이 없었다. 원래 이탈리아에는 빵 사이에 뭘 끼워서 먹는 샌드위치 문화가 없었다. 빵은 두 손으로 한입 크기로 쪼개서 먹었을 뿐이다. 이 빈틈을 바게트가 잽싸게 파고들었다.

카발라리와 그의 친구들은 “이탈리아 땅에서 프랑스 바게트가 득세하는 꼴은 볼 수 없다”며 “샌드위치에 어울리는 이탈리아 빵을 개발해 관광객들이 흘리는 돈을 이탈리아 빵이 차지하도록 하자”고 결의했다. 그날부터 이들은 새로운 빵 만들기에 돌입했고, 카발라리가 샌드위치용으로 이상적인 빵을 개발했다. 무슨 이름을 붙일까 고민하다가 쳐다본 빵은 슬리퍼처럼 보였고, 카발라리는 자신이 살던 지역(폴레시네) 이름을 붙여 ‘치아바타 폴레시노(Ciabatta Polesano·폴레시네의 치아바타)’라고 상표등록을 했다.

성공에는 시샘과 질투가 따라붙게 마련이다. 치아바타도 그랬다. 많은 이탈리아 사람이 “옛날부터 있던 빵을 마치 새롭게 탄생시킨 것처럼 공치사한다”며 카발라리를 비난했다. 카발라리는 “비슷한 맛의 빵이 예전에 있었을 수는 있지만 정확히 이런 모양과 맛은 아니었다”고 주장하면서 “원래 있었다는 근거를 대보라”고 맞받아쳤다. 논란과 상관없이 치아바타는 널리 퍼져나갔다. 대단한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기에 치아바타를 만들어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카발라리는 1989년 ‘치아바타 이탈리아나(Ciabatta Italiana·이탈리아의 치아바타)’로 이름을 고쳐 재등록했다. 그리고 불과 10여년 만에 치아바타는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빵으로 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이탈리아에 가서 “치아바타가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빵이냐”고 물으면 십중팔구는 “그렇지 않다”고 대답할 것같다. 해외에서 어느 나라를 대표한다고 이름난 음식 중에는 정작 그 나라에서는 대단한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나 선호도와 관계 없이 외국인 식성에 맞아떨어지면서 ‘식도락계 국가대표’가 된다.

이번에 교황이 먹은 치아바타를 제공한 대전의 유명 빵집 ‘성심당’은 원래 ‘튀긴 소보로빵’과 ‘부추빵’으로 이름났다. 한국 전국은 물론 일본 관광객까지 일부러 찾아와 이 빵들을 사갈 정도다. 하지만 이 빵들은 동양인 입에는 맞지만 서양인에게는 낯설고 희한한 스낵일 뿐 ‘일용할 양식(daily bread)’으로서의 빵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래서 교황이 먹을 빵으로 선택되지 않았다. 동남아와 중국은 물론 미국 등에서 양념치킨이 ‘코리안 프라이드 치킨’으로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한국 대표 람들음식 행세를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음식도 타고난 운명이 있는가보다.

 

8월28일자 조선일보 오피니언면에 쓴 칼럼입니다. 치아바타의 역사가 그렇게 짧은지는 이번에 처음 알았네요.우리가 전통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 중에 실제로 역사가 긴 경우는 의외로 드문 듯합니다.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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