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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 대통령 주방 뒤진 이유는? 전세계 ‘대통령의 요리사’가 들려주는 식탁 뒷이야기

진정한 고수(高手)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법. 음식의 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고의 요리사는 연예인 뺨치는 인기를 누리는 스타 셰프가 아니라, 대통령·총리·국왕 등 세계 지도자들의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전속 요리사들이다. ‘국가정상들의 셰프 클럽(CCC·Club de Chefs des Chefs)’은 국가 정상의 수석 요리사들만이 가입할 수 있는 ‘요리계의 G20’이라 불리는 모임이다. 아쉽게도 청와대 수석 조리장은 여기 가입해 있지 않다.

1996년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국가 정상들의 셰프 클럽(CCC) 회원들이 찍은 기념사진. CCC는 매년 다른 국가 정상 관저에서 모임을갖는다./출처=국가 정상들의 셰프 클럽 홈페이지

1996년 미국 백악관에서 빌 클린턴 대통령과 국가 정상들의 셰프 클럽(CCC) 회원들이 찍은 기념사진. CCC는 매년 다른 국가 정상 관저에서 모임을갖는다./출처=국가 정상들의 셰프 클럽 홈페이지

최근 발간된 ‘대통령의 셰프’(알덴테북스)는 CCC 전·현직 멤버들이 음식을 통해 들려주는 세계 정치·외교계의 뒷이야기다. 세계 각국 지도자를 모시는 요리사들은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식탁에는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다. 러시아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시절 크렘린궁 수석 주방장 제롬 리고는 “실수는 요리사의 것이 아닌 대통령의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 프랑스 대통령 샤를 드골은 “식탁은 자국의 위상에 걸맞는 품격을 보여주는 수단”이라고 갈파했다.

프랑스 대통령 프랑수아 미테랑은 까탈스럽기로 유명했다. 만찬 메뉴를 결정할 때 보통 3개의 후보안을 올리는데, 미테랑 대통령 재임시에는 6개의 후보안을 올려도 여섯 개 전체에 검은줄이 그어져 되돌아오는 경우가 왕왕했다. 반면 큰 실수에도 너그러운 지도자도 있다. 일왕(日王)의 수석 조리장인 긴지로 야베는 식사가 나가기 직전에야 밥솥에 불 켜는 걸 잊음을 깨달았다. 얼굴이 흙빛이 된 지배인이 일왕에게 머리를 땅까지 숙였지만, 일왕은 화내기는커녕 “밥이 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나중에 긴지로 조리장은 “할복을 할까 고민했다”고 농담했다.

독극물 암살 테러가 적지 않은 러시아의 크렘린궁에서는 연회에 사용될 모든 식재료는 실험실에서 성분 검사를 실시한다. 대통령 그리고 그와 같은 테이블에 앉는 귀빈 식사에 나가는 모든 음식은 대통령 주치의가 지켜보는 가운데 별도 공간에서 따로 준비한다. 완성된 요리는 곧바로 밀봉해 서빙 직전까지 삼엄한 경계 하에 보관된다.

독살 공포는 독재정권일수록 심하다고 CCC회원들은 입을 모은다. 아프리카 지도자들은 검식관을 대동하는 경우가 많다. 독재자들은 변덕이 심해 작은 실수는 물론 조금이라도 거슬리면 바로 불쾌감을 표시하거나 모든 일정을 취소하고 돌아가버리기도 한다. 러시아 크렘린궁 수석조리장 리고는 2011년 북한 김정일의 마지막 러시아 방문을 잊지 못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과의 만찬은 시베리아의 한 군사기지에서 열렸다. 북한 경호팀은 ‘극도의 경호’ 태도를 보였다. 주방을 뒤지고 감시한 건 물론이고 주방 직원 사진까지 찍어두려 했다. 는 “김정일은 젓가락만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음식을 썰어서 준비했다”며 “그는 우리가 준비한 일곱 가지 요리를 조금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고 회고했다.

미국 대통령 보안 조치는 9·11 이후 더욱 삼엄해졌다. 백악관 비밀요원들은 우방국을 방문할 때도 안심하지 않고 모든 사항을 직접 확인한다. 프랑스 엘리제궁 수석 조리장 베르나르 보시옹은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당시)서빙 담당 직원을 밀치고 요원 하나가 직접 나서 대통령 앞에 접시를 내려놓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2011년 칸에서 있었던 G20 정상회의 만찬 때도 미국 경호원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먹을 빵을 고르겠다고 했을 정도다.

세계 정상들은 한때 프랑스 출신 요리사를 선호했으나, 자국 요리사가 자국의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로 공식 만찬을 준비하는 것이 최근 트렌드다. 정상의 식탁을 자국 음식 홍보에 활용하려 애쓴다. 과거에는 다 먹지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음식으로 힘과 부를 과시했다면, 요즘은 건강과 비용절감을 목표로 코스와 양을 줄이고 고급 식재료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이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CCC 설립자인 질 브라가르는 “수천 명의 프랑스 국민이 엘리제궁 식탁이라는 홍보관을 잃게 됐다”며 “긍정적인 효과보다 손실이 큰, 배보다 배꼽이 큰 절약 정책”이라고 아쉬워했다.

12월17일자 문화면에 쓴 기사의 원본입니다. ‘대통령의 셰프’는 세계 정상들의 음식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와 정보가 풍성해 읽을만한 책입니다.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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