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칼처럼 예리하고 정교한 ‘인피니티 Q50’…묵직하고 힘찬 독일차와 ‘진검승부’ 벌인다면
인피티니 Q50. 외관부터 잘 벼린 일본칼 같습니다.

인피티니 Q50. 외관부터 잘 벼린 일본칼 같습니다.

한국 소비자가 유난히 ‘독일제’를 선호하는 분야가 수입자동차와 주방칼이다. 세계 주방칼 시장은 독일식과 일본식이 양분한다. 요즘은 둘이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며 점점 비슷해져 그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대체로 독일칼은 묵직하고 강력한 반면 일본칼은 가볍고 예리하다.

독일칼은 중세 유럽 기사들의 검(劍·sword)에서 비롯됐다. 두꺼운 철갑을 파괴하려면 검이 무겁고 단단해야 했고, 이 전통이 독일 주방칼에 그대로 이어졌다. 일본의 주방칼은 흔히 ‘사무라이칼’이라고 하는 일본도(日本刀)에 뿌리를 두었다. 사무라이들은 단번에 적의 목을 베는 승부를 최고로 쳤다. 그러려면 칼이 예리해야 했고, 이것이 오늘날 일본 주방칼까지 전해졌다.

독일 브랜드들은 과거 고급 주방칼 시장을 석권했다. 이 시장을 일본 업체들이 새로운 브랜드로 도전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단단한 철과 부드러운 철을 33번 겹치고 두드리는 방식으로 만드는 ‘슌(旬·Shun)’이 대표적이다. 슌 주방칼은 2000년 출시돼 매년 50만 자루가 프랑스 갤러리라파예트백화점, 영국 헤로즈, 미국 윌리엄&소노마 등 세계 고급 주방용품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아직까지 독일칼의 우위가 압도적이다.

일본의 대표적 고급 주방칼 '슌'. 흔히 '사무라이칼'이라 불리는 일본도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카이 제공

일본의 대표적 고급 주방칼 ‘슌’. 흔히 ‘사무라이칼’이라 불리는 일본도와 같은 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사진=카이 제공

수입차 시장도 주방칼과 비슷한 것 같다. 렉서스, 인피니티 등 일본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세계시장에서 선전하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일본차가 인피니티 Q50이 아닐까. Q50는 지난 2월 출시 이후 매월 200대 판매 목표를 가볍게 초과하며 지난 10월까지 2050대가 팔리는 등 인기 질주를 계속하고 있다.

Q50을 시승해보니 일본칼 같다. 겉모습부터 그랬다. 날카로운 눈매의 헤드램프와 표족한 테일램프는 일본도로 단숨에 베어낸 듯 무섭도록 예리하다. 혹자는 테일램프를 포함한 뒷모습이 현대 쏘나타와 비슷하다고 말하나, 실제로 보니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측면 캐릭터라인과 실내도 곡선과 곡선의 결합과 연속이나, 이러한 곡선도 부드럽다기보단 예리한 칼로 잘라서 오려붙인 듯 정교하고 매끈하다.

인피티니 Q50의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가 2개나 장착돼 있습니다. 전자기기 같기도 한 게 일본차 답달까요.

인피티니 Q50의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가 2개나 장착돼 있습니다. 전자기기 같기도 한 게 일본차 답달까요.

센터페시아에는 모니터가 2개나 박혀있다. 위에 있는 8인치 모니터는 내비게이션과 공조장치 디스플레이용이고, 아래 모니터는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사용할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터넷도 가능하다니, 자동차 전체가 커다란 전자제품이랄까. ‘일본차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같은 컴팩트 세단이라는데, 실내는 훨씬 넓었다. 휠페이스가 중형 세단과 비슷한 덕분이다. E클래스와 겨우 25㎜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앞좌석 등받이를 최대한 얇게 설계해 뒷좌석 다리 공간도 여유로운 편이다.

인피티니 Q50 트렁크. 꽤 넓은 편입니다.

인피티니 Q50 트렁크. 꽤 넓은 편입니다.

시동을 켜니 ‘털털털’ 디젤 엔진 특유의 엔진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Q50의 가장 큰 인기 원인이 이 디젤 엔진이라고 평가 받는다. 디젤을 유난히 선호하는 국내시장에서 제대로 먹혔다는 분석이다. 닛산은 디젤엔진을 새로 개발하는 대신 메르세데스-벤츠로부터 사다가 장착했다. 출발은 약간 굼뜬 편이었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바로 뛰쳐나가기보단, 좀 있어야 나가는 느낌이었다. 무딘 칼 같달까. 차가 멈춰섰을 때 엔진 소음과 떨림도 큰 편이었다.

하지만 일단 속도가 붙고 탄력을 받자 잘 벼린 일본칼로 변했다. 스티어링휠을 돌리면 돌리는대로 민첩하게 반응하며 추월과 코너링을 ‘칼 같이’ 수행했다. 시승용 차량은 가장 많이 팔리는 2.2d 모델이었지만, 윗급인 하이브리드 모델에는 ‘다이렉트 어댑티브 시티어링(DAS)’이 장착돼 있다. DAS란 기계적인 연결 없이 전자식으로 방향을 조절하는 시스템으로, 더욱 빠른 응답과 정확한 핸들링이 가능하다고 한다.

독일칼처럼 뼈도 내리치면 부서질 정도의 묵직한 힘은 없지만, 힘들이지 않고 정교하게 자르는 일본칼 같은 차였다. 이 정도 성능에 4000만원대라니, 주방용품 매장에 우연히 들어갔다가 일본칼 할인 행사를 목격한 기분이다. 다음 구입할 때는 ‘일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

12월19일자 자동차 섹션에 쓴 기사입니다. 구름에

 

2 Comments

  1. krypton

    2015년 1월 13일 at 5:34 오전

    램프가 그냥도 아니고 무섭게 예리해? 희한한 소리 다 듣네. 스맛폰 인터넷 모니터 보다 목숨 걸어라. 엔진은 빌려 왔고 전면 그릴은 하여간 엿이다. 가장 중요하게 보는 파워 트레인과 연비는 한마디 없고 트렁크에 엔진 달렸냐?

    • 김성윤

      2015년 1월 13일 at 9:23 오전

      krypton님, 정말 그렇네요. 사진이 잘못 들어갔네요. 고쳐 놓겠습니다. 지적해주시 않으셨으면 모를 뻔했습니다. 이 글은 자동차 전문 기자나 마니아가 아닌 음식 담당 기자가 음식의 관점에서 차에 대해 쓰는 기획입니다. 그렇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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