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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藥대구가 돌아왔다 - 김성윤의 맛
藥대구가 돌아왔다

한겨울 경남 거제 외포항은 대구(大口)로 뒤덮인다. 지난주 금요일 찾아간 외포항은 부두는 물론 방파제와 건물 옥상까지 건조시키려고 내걸어놓은 대구 수백 수천 마리로 가득했다. 대표적 대구 어장인 진해만(灣)을 끼고 있는 외포항은 국내 최대 대구 집산지다. 전국 대구의 30%가 여기서 거래된다.

한겨울 제철 맞은 대구의 국내 최대 집산지인 경남 거제 외포항은 지금 어디나 대구나 널렸다. /사진=한준호 기자

한겨울 제철 맞은 대구의 국내 최대 집산지인 경남 거제 외포항은 지금 어디나 대구나 널렸다. /사진=한준호 기자

경남 진해만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마르고 있는 약대구. 대구 몸통을 용기 삼아서 알을 소금에 절여 어란처럼 말리는 약대구는 과거에도 쉽게 맛보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사진=한준호 기자

경남 진해만에서 불어오는 겨울 바닷바람에 꾸덕꾸덕 마르고 있는 약대구. 대구 몸통을 용기 삼아서 알을 소금에 절여 어란처럼 말리는 약대구는 과거에도 쉽게 맛보지 못하는 귀한 음식이었다. /사진=한준호 기자

믿기지 않지만 외포항에서 대구를 보기조차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남획과 해수 온도 상승으로 1970년대 중반 대구 씨가 말랐다. 대구 한 마리가 60~7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다행히 꾸준한 치어 방류사업 덕분에 2000년대들어 대구가 진해만으로 돌아왔다.

대구와 함께 이 지역에서 대구를 활용해 만들어 먹던 전통음식도 돌아왔다. ‘약(藥)대구’다. 보통 대구를 말릴 땐 배를 갈라서 활짝 펼친다. 그래야 빨리 마르고 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약대구는 배를 가르지 않는다. 알을 꺼내 소금에 절인 다음 다시 대구 뱃속에 집어넣고 소금을 친다. 그렇게 건조대에 내걸고 겨울 내내 3~4개월 꾸덕꾸덕 말린다. 대구 몸통을 용기로 활용해 만드는 일종의 어란(魚卵)이다. 대개 소금만 쳐서 말리나, 과거 진해에서는 진간장과 각종 약재를 대구 안에 넣고 말려서 독특한 향과 함께 주황빛이 도는 약대구가 특산품으로 이름 나기도 했었다.

외포수협 중매인 공경일씨는 “약대구는 옛날에 대구가 흔할 때에도 부잣집에서나 먹던 귀한 음식”이라고 했다. “옛날에는 다른 단백질이 없으니까 아프고 난 뒤에 약대구의 알과 살을 분리해가지고 머리와 몸통은 물 붓고 푹 끓인 건곰을 만들어 보신용으로 먹었죠. 알은 부잣집에서 귀한 손님 오시면 조금씩 잘라서 술안주로 내기도 했고요.”

외포항 ‘부두횟집’ 주인 김송자(71)씨는 5년쯤 전부터 어렸을 때 먹던 기억을 되살려 약대구를 만들고 있다. 김씨는 식당 앞에서 말리고 있는 약대구를 보면서 “대구 뱃속에서 알이 상하지 않게 숙성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알이 말리는 동안 상하지 않도록 소금을 친다. 알을 꺼낸 대구 뱃속에 충분히 친다. 알을 뱃속에 도로 넣고 소금을 친다. 과거에는 위를 지푸라기로 막았다는데, 요즘은 안 한다고 했다. 알이 소금에 절여지고 숙성되면서 수분이 발생하는데, 이 수분을 제대로 제거하지 않으면 알이 상한다. 다행히 수분은 대구 배꼽을 통해 빠진다고 한다.

잘 마른 약대구. 배안에 꾸둑꾸둑 마른 알이 잔뜩 들어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잘 마른 약대구. 배안에 꾸둑꾸둑 마른 알이 잔뜩 들어있다. /사진=한준호 기자

공경일씨의 어머니가 만든 약대구를 사다가 알을 맛봤다. 칼로 알이 있는 부분을 껍질째 얇게 베자 노르스름한 갈색의 대구알이 드러났다. 알만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어란은 숭어알로 만든다. 숭어알에 소금을 뿌리고 납작한 나무판으로 눌러 물기를 빼고 참기름을 발라가며 말린다.

숭어알 어란과 비교하면 약대구에서 나온 어란은 아주 짜다. 구수하달까 퀴퀴하달까, 대구포 특유의 냄새가 코로 올라온다. 숭어알보다 알 하나하나 크기가 커서 오돌돌한 식감이다. 씹으면 쫀득쫀득한 건 숭어알과 비슷하다.

3~4개월 말린 약대구는 칼로 조금씩 알을 저며 먹는다.

3~4개월 말린 약대구는 칼로 조금씩 알을 저며 먹는다.

‘너무 짜고 퀴퀴해서 젊은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 싶다가도, 짠맛이 가시며 입안에 고소한 감칠맛이 감돌 때는 ‘조금 더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약대구 맛을 기억하는 나이 지긋한 외포항 주민들이 만들고, 찾는 손님 역시 그 맛을 아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파는 이마다 조금씩 다르게 받긴 하지만 대개 길이 60㎝짜리 중(中)자 약대구 5만원, 70㎝짜리 대(大)자 약대구는 8만원 한다. 공경일 (055)635-4392, 부두횟집 (055)636-6098

 

1월29일자 주말매거진 섹션에 쓴 기사입니다. 대구가 돌아온 것도, 대구와 함께 전통음식 약대구가 돌아온 것도 반갑네요. 구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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