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이유로 신문에 기사화하지 못하는 음식이나 식당이 있습니다. 이런 음식이나 식당을 소개하는 ‘미리먹기’를 시작합니다. 미리먹기 2회는 웨스틴조선호텔 베키아&누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헬시 브렉퍼스트’ 메뉴입니다.
달걀을 가장 맛있게 즐길 수 있는 요리를 꼽으라면 개인적으로 에그 베네딕트(egg benedict)이다. 부드럽고 폭신한 수란을 반으로 가르면 따뜻하고 고소한 노른자가 흘러나온다. 수란 아래 깔려 있는 햄과 잉글리시 머핀을 이 황금빛 액체에 찍어 먹는 행위는 관능적이며 동시에 천진난만하다.
3월부터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베키아&누보에서 선보인 ‘헬시 브렉퍼스트(Healthy Breakfast)’의 간판은 에그 베네딕트이다.
수란과 잉글리시 머핀 사이에 햄을 넣은 기본 에그 베네딕트부터 햄 대신 훈제연어를 넣은 ‘에그 베네딕트 로얄’, 랍스터를 넣은 ‘에그 베네딕트 알베르토’, 게살과 아스파라거스가 들어간 ‘에그 베네딕트 오스카’, 시금치를 넣은 ‘에그 베네딕트 플로렌틴’ 이렇게 5가지 에그 베네딕트를 선보인다.
에그 베네딕트의 핵심은 수란이다. 베키아&누보에서 기본 에그 베네딕트와 ‘알베르토’를 최근 맛봤다. 제대로 만든 수란 덕분에 두 가지 에그 베네딕트 모두 훌륭했다.
헬시 프렉퍼스트 메뉴를 개발한 이귀태 주방장의 외국어이름 알베르토를 붙인 ‘에그 베네딕트 알베르토’는 대표 시그니처 메뉴라고 할 만하다. 랍스터와 달걀 노른자가 무척 잘 어울렸다. 하긴 달걀노른자가 어울리지 않는 음식은 아마 찾기 힘들 것이다.
평소 ‘채소는 가축이나 먹는 것’라고 생각하는지라 시금치가 들어간 ‘플로렌틴’은 굳이 맛보고 싶지 않지만, 나머지 둘은 나중에 아내와 다시 와서 먹어보고 싶다.
헬시 브렉퍼스트는 에그 베네딕트 5종류와 튀기거나 굽지 않은 요리들로 구성된다. 튀기거나 구웠다고 무조건 ‘언헬시’한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어쨌건 무슨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 지는 충분히 이해하겠다.
‘건강’이란 수식이 붙는 음식을 혐오하는 편이나, ‘렌틸&시래기 스튜와 수란’은 맛있어서 용서했다. 이귀태 주방장이 창작했다는 이 메뉴와 비슷한 한국음식을 굳이 찾으면 콩죽이다. 렌틸이 녹두의 일종이라 그런 듯하다. 수란을 깨서 렌틸과 시래기에 버무려 먹으면 구수하고 푸근하고 따뜻하게 배를 어르고 달랜다.
그라놀라도 직접 만든다는데, 시판 그라놀라보다 약간 덜 바삭하고 조금 더 기름졌다. 건강에 좋을진 몰라도, 시판 그라놀라가 개인적으론 입에 맞는다.
‘에그 베네딕트’ 5종과 ‘렌틸&시래기 스튜와 수란’은 각각 2만3000원이다. 주스, 커피나 차가 추가된 세트메뉴 3만2000원. 주중, 주말 관계 없이 아침 7시부터 10시30분까지 낸다. 02-317-0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