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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근본은 인간 존엄성의 존중"
로널드 드워킨(Ronald Dworkin) 뉴욕대학교 교수 공개 강연
김어진 기자 hanmeu@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적극적 평등 실현 조치(Affirmative Action)는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동체의 보편적인 이익을 증진시키지요.”

소수자에 대한 우대 정책이 개개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본인의 주장에 반하지 않느냐는 방청객 질문에 드워킨 교수는 이같이 대답했다. “미국 연방 대법원에 흑인 대법관이 진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러한 프로그램 덕분”이라는 그는 이후 미국에서 ‘못 배우고 지위 낮은 흑인’이라는 인종적 고정관념이 크게 개선되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오바바의 대통령 당선은 공동체 전반의 비효율을 초래하는 인종적 고립(racial isolation)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 정부의 정통성은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동등한 관심과 존중에서 비롯

20일 오후 3시부터 6시까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제10회 석학연속강좌에서 로널드 드워킨 교수는 줄곧 부드럽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인권관(人權觀)을 피력했다.

그는 인권의 근거를 신의 의지가 아닌 인간의 존엄성에서 찾았다. 각 개인의 삶이 동등한 객관적 중요성을 갖고(제1원칙), 스스로의 삶에서 어떠한 성공적인 삶을 살지 선택할 의무를 지니는(제2원칙) 두 가지가 인권의 두 축이고, 이들을 선의에 따라 존중하는 정부가 정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 자유주의 인권 개념에 입각한 강의를 마친 드워킨 교수는 이어진 토론에서도 일관된 논지를 이어갔다. 최근 유럽에서 유전자변형식품이 인권 침해적이라는 논쟁은 인권 문제가 아닌 정치와 기술적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경제발전을 위한 고문 등의 인권 침해는 용인될 수 없고, 생명의 내재적 가치를 부인하는 정부는 해당 국가 국민의 인권 침해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국제연합 등 국제기구가 인도적 개입(humanitarian intervention)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 인권은 트럼프 카드와 마찬가지

이날 강연이 진행된 은행회관국제회의장은 준비한 좌석 180석이 모자라 의자 40여 개를 추가 배치할 만큼 방청객이 몰려 영미 법철학계 최고 석학의 특강에 쏠린 관심을 보여주었다.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은영 한국외대 교수는 “의정 활동 당시 다수결 원칙 때문에 소수의 인권이 침해된다는 인상을 종종 받았다”며 두 가치의 조화 가능성을 질문, “인권은 트럼프(trump)”라는 답변을 드워킨 교수에게서 받았다.

여기서 트럼프란 특정 카드 게임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진 카드로 경우에 따라 개인의 인권이 집단적 복지에 우선한다는 의미라고 사회를 맡은 박경식 고려대 교수는 부연 설명했다.

강연을 들은 한 대학원생(이화여대 박사과정)은 “책으로만 만나던 세계적 학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대우재단과 조선일보사가 주최하고, 한국학술협의회가 주관하는 석학연속강좌는 2000년에 시작, 올해로 열 번째다.

세계 정상급 지식인들의 지적 성과를 한국 사회에 널리 알리기 위해 기획된 본 행사에는 지금까지 김재권 미국 브라운 대학교 석좌교수를 비롯 리처드 로티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비교문학과 석좌교수, 모리스 고들리에 프랑스 고등사회과학원장 등 당대 지성들이 참가해왔다.

이번에 초청된 로널드 드워킨 교수는 예일대와 옥스퍼드대 교수를 역임했다. 이미 네 차례 비공개 세미나를 가진 드워킨 교수는, 내일 오후 3시 헌법재판소 강당에서 보험과 세금 문제 등 보다 구체적인 일상에서의 인권과 가치에 관한 공개강연을 마지막으로 제10회 석학연속강좌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1 Comment

  1. 어진이

    2008년 11월 23일 at 10:07 오전

    얘도 블로그담기 안 되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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