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학부-대학원을 함께 다닌 타사 기자와 밥을 먹었다. 출입처가 근처라서 내가 경찰서 나가기 전에 한번 보자고 ^^ 얼마 전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불온서적목록 지정에문제를 제기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던 중 그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중요한 것은 상식이잖아?대단한 것을 따지는 게 아니라 상식대로 하자는 거지. 그런데요새는 상식대로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위의 특정 사건이나 그 친구의 발언 내용을 이야기할 생각은 없다. 그 날의 대화가 기억에 남아 있는 건 오직 저 ‘상식’이라는 표현 때문이니까 ^^ 꼭 위에서 인용한 방식이 아니어도 우리는 ‘상식’이라는 단어를 참 쉽게 쓴다. "상식대로 하자", "야 그건 상식이잖아?" 등등… 하지만 세상에서 ‘상식’이라는 말처럼 무서운 말도 없다. 왜? 상식이 없으면 ‘비상식’이 되고, 조금 더 나아가면 ‘몰상식’이 되니까 말이다.
세상에는 분명 상식이라는 게 존재한다. 아니, 존재할 것이다. 문제는 ‘내 상식’을 ‘세상의 상식’이라고 착각할 때 발생한다.자신의 세계관, 가치관, 신념, 이데올로기, 믿음 등을 무의식중에 ‘상식’이라는이유로 합리화 내지는 보편화하면 상황은 정말 심각해진다.예를 들면’정부의 시장 개입은 최소화해야 한다’는 경제적 자유주의의 대표적 명제일 뿐 상식이 아니다. ‘모든 인간은 천부인권을 지닌다’ 역시 천부인권설의 주장일 뿐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라고 해서,세계인권선언에 포함되었다고 해서 ‘보편적 상식’이 될 수는 없다. 그건 어디까지나 ‘내게는 상식’일따름이다.
학부 시절 지금은 사라진 인터넷 통신망 학과 게시판에서 참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논쟁을 했다.사실 소모적인, 그리고 끝이 없는 말싸움이 대부분이었다. 그렇게 2, 3년이 지나 깨달은 것은 나를비롯한 많은 이들이 ‘선호’의 문제를 ‘시비’의 대상과 혼돈하고, 자신의 ‘가치관’을 ‘상식’으로 착각한다는 것이었다. 당시만 해도 학부 1학년들이마주치던 ‘집회에 나가야 하는가’라는 문제를많은 ‘나가야 한다’는 친구들은 ‘나가지 않는’사람들을 ‘나쁘다’고 규정했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집회에 가지 않는 학생들은’나쁜’ 게 아니라 ‘집회에 나가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선호의 문제를 시비의대상으로 삼다가 보니까 ‘선악’의 사안으로까지비약된다는 게그때내 잠정적인 결론이었다.
2000년대 이후 이런 문제는 점차 수그러들었다. 세상이 바뀌었으니까… 하지만 이 현상이 부활한 곳은 의외로 ‘상식’이었다. 원인은 간단한 것 같다. 보수 일변도였던 정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사회적 합의’의 성격이 강한 ‘상식’에 마저 변동이 일어난 것이다. 문제가 있지만, 대체로 수긍했기에 ‘상식’이라 불렸던’우리의 주적은 북한’이라는 식의 명제들이 도전을 받았고, ‘아닐 수도 있다’의 정도를넘어 ‘미국이 주적’이라는 주장이 심심찮게 들려왔다. 그리고 개인과 집단에 따라서는 그것이 ‘상식’의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바뀌는 상식이 과연 상식일까? 아닌 것 같다. ‘나의 상식’은 될 수 있을지언정 ‘보편적인 상식’은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상식이 보편적’이라고 믿는다면 그건 매우 ‘비상식’적이다. 그리고 그러한 ‘자신만의 상식’에 근거해서 ‘타인의 상식’을 ‘비상식적’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몰상식’에 가깝다. 비록 습관적으로,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말들을 쉽게들 하지만, ‘상식’이라는 말은 기본적으로 가치 판단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훨씬 무서운 표현이고, 따라서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믿는다.
우리는 다원주의 사회에 살고 있다. 내 의견이 존중을 받아야 한다면, 타인의 견해도 그만큼 존중해야 한다. 내 생각이 받을 수 있는 존중의 정도는은 상대편의 생각이 누릴 수 있는 존중의 폭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따라서 스스로의 가치 판단 기준을 ‘상식’이라고 여기는 순간, 그와 다른 모든 생각을 ‘비상식’으로 만드는 ‘몰상식’을 범하게 된다. 양비론 같지만 현존하는 수많은 심각한 사회적 대립과 갈등은 이러한 ‘몰상식’에서 야기되는 것들이 많고, 그 대부분은 ‘원더걸스’와 ‘소녀시대’ 팬들이 싸우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다. 더욱 안타까운 건 선호의 차이는 조화나 극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끝없는 소모전이 된다는 것이다. ‘상식’이라는 단어에 담긴 이러한 ‘비상식성’을 무시한다면, ‘몰상식’이 되는 것은 정말 순식간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비겁하지만 목숨을 걸고 시비를 가리기보다는 선호의 문제로 한발 물러서면서 살 수 밖에 없다. 비록 인간의 보편적인 ‘사단’이라는 ‘義’를 포기하더라도 ^^
p.s. 국방부가 불온도서를 지정한 사건… 개인적으로는 납득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이유는 내 친구가 지적한 행위의’비상식’이 아니라 지정 도서들의 면면 때문이다. 다 읽어본 것은 아니지만 특히 장하준 교수의 책들이 포함되어서… 국방부가 불온도서는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현역 군인들이 평생 동안 책을 한 권만 읽을 사람들이 아니라면, 장하준 교수의 저서는 봐도 괜찮다고 믿는다. 그는신자유주의의 시장 만능주의를 경계하고, 시장의 실패를 걱정하고 있을 뿐이다. 그 책이 안된다면폴라니와 케인즈도 금서에 포함되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ㅎㅎ
duky
2008년 11월 29일 at 4:06 오후
반갑습니다. 인식과 사고 방식, 공감합니다. 마음에 듭니다. 추천하고 갑니다.
김인숙
2008년 11월 30일 at 4:11 오전
상식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저에 기준한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대선 때가 되면
정치에 관심이 없다며 고개를 흔들고 날씨 좋다고 젊은이들은 참정권을 포기한체 하루 쉬는 날로 아는 젊은이들을 많이 봅니다. 그런데 참정권을 포기한 젊은이들이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시위하고 나서는 모양새는 상식, 비상식, 몰상식, 이 안에 두고 싶지 않지만… 저도 씁쓸한 제 가치 안에 ….
별궁이
2008년 11월 30일 at 4:15 오전
상식이라니깐 생각나는 것이 있네요.
상식이란 말로 재미 본 사람은 김대중이지요.
KTV에서 예전 청문회에 나와서 한 말이 바로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이라는 말이였지요. 정말 이건 심각한 언어 오용이자 저질스럽고 추잡한 언어 폭력입니다. 왜 이런 언어 오용과 추잡한 언어 폭력을 써야 했는지… 물론 원하는 목적을 쟁취하고 갈취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겠지요.
이런 언어 폭력에 길들여지고 재미 볼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집단은 바로 노무현 패거리들입니다. 수구 보수 꼴통이라는, 진짜 매우 기본적인 가정교육이 의심될 정도의 비난과 조중동이라는 자신과 반대되는 집단을 손가락질하는 신조어, 노빠라는 그들 끼리끼리의 적나라한 유대감을 느끼게 만드는 언어들과 말들로, 진짜~ 정치 재미와 기득권 유지 엄청나게 하다가 막판에는 대한민국 역사에 먹칠을 해 버린 불쌍하지도 않은 패거리들…
사전에 보면 상식이란 말이 "일반 사람이 다 아는 보통의 지식"이라고 나와 있더군요.
친북좌파들이 일반 사람이 된다면 대한민국 사람들 반쪽은 수구 보수 꼴통이 되지요.
심지어 탈북자들을 향해 우리가 받아줬더니 뭐라니 하면서 매국노라고까지 합니다. 정말 탈북자들 보기 부끄러워 죽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진보짓 좌파짓 하는 사람들이 일반 사람이 된다면 부자들은 상위 1%라는 소리 들어야 합니다.
전교조같은 집단들 자신들의 목적을 쟁취하고 갈취하기 위해서 학생들 선전 선동하고 괴담 퍼트리고 끼리끼리 뭉쳐서 학생들 인질로 잡아서 집단행동하는게 지금 대한민국의 상식입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지요.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틀린 것을 틀리지 않았다고 우기는 또,
잘못된 것이 아니라고 우기고, 틀린 것이 아니라고 우기면 그게 또 세상에 먹혀드는 그런 세상이였지요. 나쁘다는 것만 배우고 좋은것, 긍정적인 것은 배우지도 못한 젊음발이 외눈박이 시절이였습니다.
대한민국은 상식, 비상식, 몰상식의 개념을 배워야 할때가 아닙니다.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알고, 죄책감을 느끼고 인간답게 반성하고 물러날줄을 알아야 하는 "진짜 상식"이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할때란 겁니다.
악다구리 그만 쓰고 행패질 그만 부리고~~~
별궁이
2008년 11월 30일 at 4:25 오전
80년대 전경들 죽으라고 화염병 던지고 보도블럭 뽑아내서 4조각내서 던지고, 학교 선배들은 화염병 심지 잘 밀어 넣으면 밀대라는 별명 붙여주고~~~
3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했습니다. 왜 이런것을 민주화 운동이라고 해준건가요?
"화딱지 나면 때려 부셔도 된다", "내가 알고 있는것과 틀리면 폭동을 일으켜도 된다."라는게 상식이 되버린것이죠~~~
용서 받을 수 있는 짓을 한것도 아니고, 자신들이 용서 받을 수 있는 짓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는데, 우린 그들을 용서 해 줬습니다. 이게 또 대한민국 상식이 되 버린 겁니다.
문제는 잘못된 상식이 대한민국의 가치관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죠.
글 잘 읽었고 적극 동감합니다.
장지수
2008년 12월 1일 at 3:24 오전
지금의 현대와 기아자동차 노조, 전교조,민주당, 민노당,김정일 등의 행동을 보면 몰상식하다고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