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1세대, 어느덧 스물여섯의 사회인!

사내 교육의 마지막 주, 광화문 부근에 근무하는 학과 후배들을 만났다. 외교부와 시청, K재보험에서 일하는 이들은 02학번으로서 5년째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이다. (졸업 후 1년에 한번 이상 따로 만나면 정말 ‘친한’ 선후배 ^^) 소위 ‘이해찬 1세대’인 이들은 본인들의 뜻과 상관없이 고등학교 때부터 이런저런 구설수에 시달렸고, 특히 서울대 사회과학계열의 ‘학부제 1세대’로서 제도적 시행착오까지 적지 않게 경험한 ‘불행한 ‘세대이다.


02학번과 외교학과 그리고 나와의 인연은 깊다. 학부제 첫 해, 외교학과 인기가 높다는 소문에 사회계열 02학번들이 지원을 기피하면서 사상 초유의 미달 사태가 벌어졌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커트라인이 형성되었고, 다른 학과를 떨어지고 2지망으로 진입한 학생도 있었다. 또 그해 말 4명이나 다른 학과로의 전과를 신청, ‘인기 학과’라는 자존심에 상처를 주기도 했다. 그러한 그들의 첫 전공필수 수업인 ‘한국외교사’ TA였던 나는 이래저래미운 정이 쌓여지금까지도 얼굴을 보고 산다.


‘학력 저하 세대’라는 꼬리표가 붙었지만, 01학번부터 08학번까지 매년 TA를 맡았던 나로서는 02학번이라고 특별한 점은 없었다. 학부제 이후 크게 늘어난 assignment reading 때문에 각자의 ‘독서 목록’이 없다는 인상은 받았지만, 그건 02학번만의 특징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외무고시에는 벌써 9명이나 합격, 학과 사상 최대라는 95학번과 일찌감치 동률을 이루었다. 아직 준비 중인 복학생들이 내년에는 그 기록을 넘어설 것 같다.


압박과 설움 속에 대학을 다녀야 했던 1983년생 02학번, 비록 한 학과 삼십여 명에 지나지 않지만 그들의 스물여섯 살의 오늘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군복무 관계로 남녀 구분)


1. 관계(11명)

1) 외교부: 9명(남자 넷, 여자 다섯, 남자 둘은 군 복무 중)

2) 행시 합격: 1명(여, 부서배정을 받았을 텐데 업데이크가 아직…)

3) 시청: 1명(여, 통역대학원 마치고 영어 통역 담당)


2. 법조계: 1명(여, 올해 최종 합격, 내년 연수 시작 예정)


3. 대학원(6명)

1)모과 대학원: 2명(남)

2) 통역대학원: 1명(여)

3) 미국: 2명(여, 시카고대와 워싱턴대 박사과정)

4) 일본: 1명(여, 동경대 로스쿨)


4. 기업체(4명)

1) K은행: 1명(여)

2) S전자: 1명(여)

3) K재보험: 1명(여)

4) 외국계 O사: 1명(여)


5. 재학, 군복무, 취업 준비(9명): 남 7명, 여 2명


2003년 진입할 때에는 서른 명이 조금 넘었던 듯 한데, 전출입이 몇 명 있어서 정확한 수는 파악이 어렵다. 5년 선배인 내가 완전하게 알기도 어렵고… 남자들은 군 복무가 있어서 취업이 조금 늦지만, 02학번들은 학창 시절의 설움을 털어내고 꽤 ‘잘 나가고’ 있다. 이 날 만났던 세 친구도 탄탄한 직장에 연애까지 ^^ (비록 한 학과, 30명이라는 말도 안 되는 표본집단이지만) 바야흐로 ‘세상은 83년생 여자의 시대’라는 한 99학번 여자 후배의 푸념이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아래, 위 5년은 동년배라고 한다. 좋게 말하면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쟁자라는 이야기도 된다. 97학번 역시 본고사를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시당한 아픔이 있고, 02학번은 ‘이해찬 1세대’로 온갖 핍박을 받았던 상처가 있는 만큼 동병상련이 가능하지 않을런지 ^^ 부디 한창 피어나는 젊은 후배들이 이제 삼십대에 들어선 선배들을 어여삐 여겨주었으면 하는 마음, 더 없이 간절하다.

p.s. 그러고 보니 입사 동기 중에는 83년생 남자가 몇 있다. 어려운 시기에 빠른 입사라… 나보다 5년이나 더 회사를 다닐 수 있다니,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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