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쯤 전부터 어머니께서 갈비를 먹자는날이 늘었다. 원래 고기를 좋아하시지않아서돼지고기는 전혀 안 드시고, 닭고기도튀긴 것만 드시는, 쇠고기도 살코기만 드시는 분이었는데 말이다.
얼마 전 TV에 나온 한 의사가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나이가 들 수록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다행히 취직을 해서 이따금씩 어머니 갈비 사 드리는 건 어렵지 않은데, 그게 나이 드신 반증이라는 건 아주 많이 서글프다.
여하튼 갖가지 고깃집 중에서 굳이 갈비만을 따지고 본다면… 위 사진의 이천 ‘일송정’도 수준급에 들어간다. 전국 방방곡곡 맛집이 한 두 곳이 아니겠지만, 이 집은 정말 음식에 ‘정성’이 깃들어 있다. 원래 아버지가 낙향하려고 집을지으시다가 돌아가시자 그 집에 당시 20대 후반 신혼의 큰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내려와 음식점을 열었다.고기도 일주일에 세 번 횡성에서 직접 떠 오고, 반찬도 어머니께서 식구들 먹을 것처럼 한다. 하다 못해 샐러드 소스조차 사다 쓰지않고 직접 과일을 갈 정도… 기교와 요령이 빚어내는 첫 맛은 적지만, 정성과 애정이 어린 뒷맛은 그 어느 집도 따라가지 못한다. 단점은 이천 시내에서 모가면으로 15분 정도 들어가야 한다는 ^^
사실 이 집에 다니게 된 것은그 동네 방앗간에서 흑임자 인절미를 해 오기 때문이다. 벌써 십년이 넘었는데… 우연히 그 방앗간 떡 맛을 보고 나서두세 달에 한 말씩 인절미를 맞춰다가 아침 대신 먹게 되었다. 전날 밤 10여개를 꺼내 놓으면 다음날 아침 적당히 풀려서 먹기가 좋다. 좀덜 풀렸으면 전자레인지에 한번 돌리고, 입맛이 없으면 꿀에 찍어 먹으면 완벽한 아침이 된다. 소화도 잘 되고, 부담도 적고 ㅎㅎ 다만 보통 6시반쯤 그렇게 먹기 때문에 10시반이면 배가 고프다 ㅠㅠ
떡도 하고 생갈비에 돌솥밥까지 먹을 수 있는이 코스는아쉽게도 일 년에 서너 번밖에 기회가 없다. 그외에 고깃집을 가야한다면 역시 버드나무집과 벽제갈비를 갈 수밖에없다.약간 촌스러운 감이 있지만, 정말 고기맛과 숯불은 버드나무집을 따라갈 곳이 없다. 특히 그 열무김치까지 ㅋㅋ 1인분 값이 어마어마 하지만(마지막 갔을 때가 4만5천원이었는데…) 다른 곳 두 번 갈 돈으로 거기 한 번이 낫다. 다만 다른 곳보다는 뱅뱅사거리 본점으로 가야 같은 돈 내고 제대로 얻어먹을 수 있다.
벽제갈비는 최근에 몇 번 갔는데… 역시 부담스러운 가격 때문에 점심 메뉴가 좋다. 그것도 만만치는 않지만, 고기로 배를 채우는 게 아니라 고기 맛을 좀 보고, 식사를 해야 하는 어른들 모시고 가기는 괜찮다. 분위기도 갈비집 같지 않고 ^^ 다만 명절 연휴에 점심 메뉴를 전부 없애고 일반 메뉴만 파는 얄팍한 짓(?)은 매우 괘씸했다. 동네 갈비집도 아닌데 어인 그런 유치찬란한 발상을 했는지 모를 일이다.
아직 부모님과는 못 갔지만 서래마을 봉피앙도 추천할 만 하다. 이곳은 숯불 메뉴와 함께 철판구이를 한다. 맛과 분위기는 베니하나 급인데, 점심은 그보다 훨씬 경쟁력이 있다. 이번 주말에도 어머니께서 ‘고기 반찬’을 원하시면 이쪽으로 모셔야겠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