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시간과 돈이 아깝냐, 그렇지 않느냐… 그런 면에서 댄 브라운의 원작을 영화화한 "천사와 악마"는 꽤 좋은 영화에 속한다. 10점 만점이라면 8점은 줄 수 있을 만큼 ^^
이 영화는 ‘의외로’ 오락 영화이다. ‘론 하워드가 만들었으니 당연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다빈치 코드"를 읽으면서 사실인지, 거짓인지 구분 안 되는 종교사 강의에 골머리를 앓은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영화의 원작은 본 적이 없지만, 초반부에 등장하는 ‘입자 가속기’와 댄 브라운스런 17세기 종교사는 그런 ‘맛’을 보여준다.
하지만 거기까지이다. 이 영화는 이후에 ‘생각할 필요’를 주지 않는다. 제한 시간이 있고, 매 시간마다 미션이 주어지며,랭던은 조금씩 범인에게 다가간다. 그 모든 과정이 너무나 친절하게 그려진다. 막판 반전은 "식스 센스" 이후 계속된 영화계의 ‘반전 강박증’에서전혀 벗어나지 못 했고, 화려한 로마의 풍경만이 덤으로 주어질뿐이다.
개봉한 지 사흘밖에 안 된 영화이기에 이 이상 자세한 줄거리는 쓰기 어렵지만… 영화 내내 떠오른 것은 지난해 개봉했던 "베트맨: 다크나이트"였다. 완전한 ‘만화’인 "베트맨"을 영화관에까지 가서 본 것은 다른 사람들처럼 히스 레저의 유작이기 때문이 아니라 오락 영화답지 않게 ‘생각할 거리’가 있다는 소문탓이었다.
실제로 영화를보면서 꽤 고민을 했다. 영화사가홍보 전략으로 내세운 베트맨과 그 검사의 대비가 아니라 베트맨의 정체 공개를 요구하면서 사회를 뒤집는 조커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 때문이었다.베트맨을 영웅으로 알던대중들은 하루 아침에 조커의협박에 못이겨 베트맨의자수를 요구하는데… 과연 그런 대중을 위해서베트맨이 어둠의 기사로 남을이유가 있는지, 그렇게 남는 베트맨의 심리를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검사의 변신이 더 공감이 갔었는데 ^^ 오락 영화에서 그런, 아무도 안 하는 심각한 고민을 해 본 것은 꽤 오랜만이었다.
그에 비하면 뭔가 굉장히 지적이고 어려우며 난해할 것 같은 "천사와 악마"는 전혀 그렇지 않다. 전개도 빠르고, 화면도 화려하며, 연기도 안정되어 있다. 톰 행크스는 두드러지지 않으려는 전략이 성공했고, 이완 맥그리거는 전체적으로 동기 부여가 부족한 캐릭터임임에도 최선을 다해 끌고 나간다. 어디선가 본듯 했던 아예렛 주어는 이전의 ‘뮌헨’이나 ‘빈티지포인트’에서 볼 수 없었던 지적인 이미지를 잘 만들어냈다.
사족이라면… 뭔가 유식하게 대화하는 남녀의 모습은 참 멋있고 섹시하다.나만의 지적 허영 때문일까? 바티칸문서고 내에서 갈릴레오의 책을 놓고 토론하는 톰 행크스와 아예렛 주어의 모습은 참 부러웠다. 그런 문서고, 두 사람의 외국어 실력과 지식 모두 ^^ 왜학교에 있을 때 그런 파트너를 만들어 두지 못했는지, 또 외국어와 전공 공부 모두 열심히 안 했는지 후회스러울 뿐이다.
p.s. 부모님을 모시고 가기에 건대입구 스타시티의 롯데시네마는 괜찮은 곳이다. 주차장도 넓고, 엘리베이터에서 많이 걷지도 않고 ^^ 3년 전 애비뉴얼 처음 갔을 때도 인상적이었는데, 영화관의 진화가 어디까지가 될 지 궁금하다.
neo
2009년 5월 18일 at 12:43 오전
이완 맥그리거는 전체적으로 동기 부여가 부족한 캐릭터임임에도 <– if you think so, please read the book. It will be explained very clearly in it. It was removed from the movie, I believe, because they did not want to make another "unnecessary controversy" with it. But other than that, I agree to your opinion about the movie – it was well made. Thanks for the revi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