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사이트에서 ‘광화문’을 치면압구정이나 청담에 버금갈 만큼 많은 집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그 종류는 매우 한정돼 있다.절반 이상이 한식집이고, 중식을 더하면 2/3가 넘는다. 부담없는 일식집도 적고, 한참 유행한 동남아와 인도 음식점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그래서 파이낸스 빌딩 지하의 강가는 사람이 많다. 평일 점심도 예약을 안 하면 4인 이상 자리는 찾기 힘들다. 모든 강가 체인이 그렇듯 ‘만만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곧 SAIS로 연수를 떠나는 과 후배와 마주 앉았다. 학과 특성상 외교부에 선후배가 많은데, 점심 약속을 잡으면 절반은 파이낸스 지하를 원했다. 세종문화회관 쪽 블록은 질렸다는 것이다. 어쩜 우리가 코 앞의 어딕션 플러스나 루이에 잘 가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유인 것 같다.
에피타이저 격으로 시킨 탄두리 치킨 샐러드는 이 날음식 가운데 제일 나았다.개인적으로 탄두리 치킨 자체는 맛을 잘 모르겠는데, 이렇게 샐러드로 먹으면 잘 어울린다. 탄두리 치킨만은 너무 팍팍하고 별로… 샐러드 드레싱을 두 가지 줘서 골고루 맛보게 해 주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보통 난. 사실 ‘강가’를 가기 전까지는 난이 무엇인지 몰랐다, 불과 5년 전까지 ^^ 사실 우리나라의 고전적인 카레는 하얀 밥을 얇게 편 다음노란 카레 소스를 부어먹는것이었으니까… 커리를 한 접시에 1만5000원 내외를 내고얇은 빵이나 밥 약간에 찍어먹는 건 참 낯설었다.갈릭난을 선호하는데 이 날은 후배의 선택으로보통 난… 사실 커리 향이 워낙 강해서 큰 차이는 못 느꼈다.
시금치 양고기 커리. 후배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참 이국적인 향과 맛"이다. 적응하기 쉽지 않다, 솔직히… 강가에 오면 시금치 들어간 커리를 꼭 시키는데 이번에는 좀 많이 특이했다. 보통 무난한데 ^^ 양고기여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도전 정신이 강하지 않다면 비추!!!
해산물 커리… 약간 매콤한데 괜찮다. 튼실한 새우와 해산물이 제대로 씹히기까지 ^^ 수다에 정신이 팔려 맛을 조금 더 음미하지 못한 게 아쉬울 뿐 ㅠㅠ
밥이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서 2000원이나 더 주고 흰밥이 아닌 샤프란을 시켰는데, 그다지… 역시 커리 향에 묻힌다. 재미난 건 쌀이 우리쌀이 아니고 ‘날리는’ 안남미 비슷한 느낌이었다. 인도도 이런 쌀을 먹는 걸까? 몇 년 먹다가 보니까 커리는 난과 더 맞는 것 같다.
이렇게 둘이 먹고 6만여 원이 나왔으니 참 비싼 점심이다. 런치세트는 3만원부터인데, 전채에 후식까지 있지만 커리를 한 종류밖에 안 줘서 포기했다. 인도 음식이 원래 고가인지는 모르겠으나 1인당 코스 구성을 볼 때 제일 아깝다는 느낌을 주는 게 인도 요리이다. 특히 점심에 5만원이면 한정식, 이탈리안, 프렌치, 일식, 중식 모두 폼 나게 먹을 수 있는데 어쩐지 인도 음식을 그렇게 주고 먹자니… (실내 조명도 어두워서 사진도 안 나오고 ㅠㅠ)
강가보다 대중적인 인지도는 낮지만 인디아 게이트로 음식 맛은 괜찮다. 다만 서빙과 집기가 떨어질 뿐… 가격 차이도 그리 크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인도 음식이 처음 ‘카레’로 들어온 탓에 지금까지도 비싸게는 먹고 싶지 않는 것도 같다.
여하튼 광화문 부근에서 제3세계 요리를 먹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집, 파이낸스 센터 지하의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내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지 않을 때 부담없이 찾을 수 있는 음식점이다. 아무리 두 명이지만, 1인당 3만원 넘게 먹는데 테이블이 좁아서 남은 음식을 앞접시에 쏟고 치워가며 먹기는 좀… 옷과 핸드백도 의자 뒤에 걸어야 하고 ^^ 이래서 독과점은 깨져야 하는 모양이다. 아쉬운대로 인디아 게이트라도 반경 500미터 안에 생기면 좋을 텐데…
p.s. 나오다가 후식으로 먹은,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같은 건물 초컬릿 가게의 음료수… 맛은 있는데 초코칩 코코아를 그 가격에 사 먹기는 ^^ 한 달에 한 번쯤 끼니 대신이라면 몰라도 ㅎㅎ
장혜정
2009년 7월 2일 at 4:30 오후
인도요리 좋아하시면 압구정 ‘달(dal)’ 에 들러보세요.^^
어진이
2009년 7월 3일 at 12:24 오전
안녕하세요 혜정씨… ‘달’은 압구정보다 삼청동 시점이 나은 것 같은데 점심시간에 거기까지 움직이기는 ㅠㅠ 곧 직장 생활 시작하시면 이 마음 아실 듯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