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에 있어줘서 고마운 곳, 지금까지 회사 주변의 몇몇 집에게 굴욕을 안겨주었던 서울대입구의 태국 음식점 ‘파타야’를 토요일 점심에 찾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금쪽 같은 토요일 점심을 관악구에서?"가 공론이었지만 서울대입구에여기와 외래향, 함초롬 등이 생기면서 나름 괜찮아졌다. 2001년 스타벅스가 생기는 것을 보면서 "저거 가짜 아니야"란 말을 주고 받던 것은 정말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학교 홍보부 일을 열 달 정도 함께 했던 후배와 간만에 마주 앉았다. 놀랍게도 이 곳이 처음이라는 후배는 꽤 놀라는 눈치였다. 분위기와 맛은 기대 이상인데 가격은 관악구였으니까… 행사 때 단체 도시락도 맞추고, 홍보지 좌담도 자주 진행해서 친해졌던 사장님은 인류학을 공부하러 동남아에 갔다가 이 집을 차렸다는 ‘설’도 있으나 확인하지는 못 했다.
사실 이 집의 본점은 압구정에 있다. 머나먼 2001년, 나름 문명화되어 있던 대학원 누나의 차를 타고 단체로 가서 타이 음식이라는 것을 처음 먹었었다. 향은 강했지만 입에 감기는 느낌이 인상적이었는데… 4, 5년 전에 거기와 이름, 로고가 똑같은 집이 관악구청 맞은 편에 들어선 것은 감동 그 자체였다. 처음 찾아가서 "제발 망하지 마세요"라고 간곡히 부탁까지 할 정도였다.
태국 컨셉(가 본 적은 없지만…)의 좌석과 단정한 기본 셋팅 ^^
샐러드, 메인(면, 밥, 커리, 요리) 하나, 디저트로 구성된 런치 세트 ^^ 샐러드가 한 가지 뿐이라는 점을 빼면 나무랄 데 없는 구성~
어지간한 베트남, 타이 음식점에 가면 다 나오는 전채… 다른 집보다 쫄깃한 피와 풍성한 게살이 특징!
갈 때마다 먹게 되어서 익숙한 ‘얌 탈레’ 샐러드… 태국어는 전혀 모르지만 매콤 달콤한 소스의 해산물 샐러드~ 이것은 런치에 포함되어 양이 그냥 시킬 때의 2분의 1정도!
왜 다른 집은 면을 이렇게 못 하는 것일까… 소고기 육수인데도 전혀 느끼하지 않은데다가 쫄깃한 면발까지 ^^
굴소스 쇠고기 청경채 요리… 담백+달달+짭쪼름 ^^ 흰 밥과 같이 먹어도 좋고, 그냥 청경채와 버섯, 고기 한 조각씩을 한 젓가락에 집어먹어도 일품 ^^
보기보다는 별로인 람부탄… 하지만 한 숟가락씩 떠 먹다가 보면 은근 중독성이 ㅎㅎ
왜 이런 집이 사무실 근처에는 없는지 ㅠㅠ 첫해 조금 손님이 뜸하더니 요새는 예약을 안 하면 룸은 잡을 수 없고, 식사 시간에는 거의 만석이다. 서울대 교수들이 랩 식구들을 데리고 와서 회식하는 모습도 종종 ^^ 관악구에 있어서 너무나 고마웠던, 요새는 관악구에만 있어서 매우 아쉬운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