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 관련한 방송 3사의 파업이 일단 오늘까지라고 한다. KBS가 MBC, SBS에 비해 하루 늦게 파업에 들어갔던 지난 22일, 한동안 TV에서 보기 힘들었던 베테랑 아나운서들이 잠시 등장했다. 비록 단 하루에 그쳤지만, KBS 여자 아나운서 중 ‘뉴스의 달인’으로 불리기에 충분한 이규원, 윤영미 아나운서였다.
내 기억에 남아 있는 80년대 말 신은경 아나운서 이후 현재까지의 KBS 여자 아나운서 중이 두 사람에 필적할 만한 뉴스 아나운서는 없었다. 2002년 퇴사한 이한숙 아나운서 정도? 이 아나운서의 전달력은 정말 ‘짱’이었지만, 하이톤의 금속성 소리라 계속 들으면 지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규원 아나운서와 윤영미 아나운서는 서로 다른 스타일임에도 신뢰도와 전달력을 겸비한, 매우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이규원 아나운서는 1990년대 초중반 KBS 9시 뉴스의 여성 앵커를 맡았었고, 윤영미 아나운서는 그렇지않다. 하지만 그건 두 사람 실력의 우열이 아니라 당시 취향과 분위기였다.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전달력’보다는 ‘신뢰도’를 중시했고, 하이톤의 여성 아나운서를 메인 뉴스에 앉히지 않았다.아마 하이톤의 메인 뉴스여성 앵커는 거의 황현정아나운서가 처음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당시 황 아나운서의 발탁은 파격이었고, 젊은 스타 앵커를 통한 시청률 제고 필요성도 무시할 수 없었다.
22일 오전 6시 뉴스광장에 윤영미 아나운서가, 9시 뉴스에 이규원 아나운서가 등장했다. 정말 반가웠다. 물론 지금의 조수빈 아나운서나 이전의 김경란, 정세진 아나운서 등이 뉴스를 못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두 선배의 경지에는 솔직히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비록 얼굴에는 세월의 흔적이 보이지만, 눈을 감고들어도 또렷하고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만은 여전했다.
요즘 같은 ‘아나테이너’의 시대에 아나운서가 뉴스를꼭 잘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뉴스는 뉴스를 잘 하는 사람이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KBS뉴스만을 보아왔기에 다른 방송사는 잘 모르지만, 전반적으로 뉴스를 잘 하는 아나운서가 줄어드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사실 뉴스를 잘 한다, 못 한다는 감각적인 것이라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기 어렵다. 어느 아나운서의뉴스 실력을 알려면 라디오 뉴스를 들어봐야 한다. TV 뉴스는 보는 사람의 주의력도 분산되고, 시청각으로 전달되기 때문에 엄밀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이다. TV뉴스에서 별 흠집을 찾을 수 없었던 황현정, 김경란 아나운서도 라디오 뉴스에서는 기복을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최근 남자 아나운서들은 뉴스를 잘 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굳이 최평웅, 박영웅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표영준, 박태남, 김성수 등은 뉴스를참 잘 하는 아나운서이다. 표영준 아나운서는 탁음이지만 카랑카랑하고, 박태남 아나운서를 미성이면서도 참 듣기가 편하며, 김성수 아나운서는 약간 ‘조’가 있지만 신뢰감이 가는 목소리이기 때문이다.
뉴스를 잘 하는 사람만이아나운서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뉴스를 잘 못 하는 아나운서는 뉴스를 하면 안 된다. 언젠가 MBC 최윤영 아나운서의 마지막 주말 뉴스데스크 진행을 본 적이 있다. 유감스럽지만, 대체 누가 무슨 생각으로 최윤영 아나운서에게 뉴스 진행을 맡겼는지 의아했다. 듣는 사람도 힘들도, 본인도 어려워 보였다. 다른 프로그램에서는 나무랄 데 없는 진행력을 보여주는 사람을 왜 굳이 거기 앉혀서 고생을 시키는지 모를 일이었다.
일반 MC는 아나운서가 아니어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뉴스는 아나운서만이 할 수 있다. 비록 다른 엔터테이너 만큼 스포트라이트는 못 받지만, 그런 의미에서 젊은 아나운서들이 좀 더 뉴스를 잘 해 주었으면 좋겠다.아울러 방송사들도 해마다 한 두명쯤은 좀 끼가 없어도 뉴스를 잘 할 수 있는 아나운서를 뽑았으면 좋겠다. 방송계에서 흔히 하는 말이지만… 연기와 뉴스는 연습한다고 늘지 않는다. 물론 연습 안 하면 금방 준다지만 ^^
별궁이
2009년 7월 25일 at 4:13 오전
비지니스앤 비지니스 뉴스에 김묘성 앵커도 괜찮지요.
KBS에 아침 뉴스 남자 앵커 목소리는 너무 공격적이여서 좀 꺼려지더군요.
관심이 없으면 외우기 힘든게 사람 이름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