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빈 그리고 황현정 아나운서

KBS 9시 뉴스의 진행을 맡고 있는 조수빈 아나운서를 만났다. 새로기획한 ‘공익 홍보대사 인터뷰’의 첫번째였다.1996년 당시 황현정 아나운서를 만나고 꼭 13년 만에 KBS 9시뉴스 여성 진행자를 다시 만난 자리였다.

많은 것이 달랐다. 당시 난 수능시험을 막 보고교지 인터뷰를 위해 황현정 아나운서를 비롯해 유근찬 기자, 최상식 PD를찾아갔었다.그때 황 아나운서는 나보다 8살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내가 오히려… 학교 홍보부 일을 하면서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생각을 하면 상당히 어색했다. 괜히 나만 낡은 것 같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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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빈 아나운서는 질문지가 ‘학구적’이라고 했다. 내가 봐도 재미는 없었다. 대중들이 원하는, ‘셀리브리티’로서의 아나운서의 사생활에 관한 이야기는 거의 다 뻈다. 그건 이미 수없이 나오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13년 전 황현정 아나운서가 강조했던 ‘아나운서는 방송국 직원’이라는 말이 뇌리에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난 지상파 3사 중 가장 시청률이 높은 메인 뉴스 여성 앵커의 뉴스관을 듣고, 또 전하고 싶었다. 13년 전 ‘앵커’라 부르기에 다소 아쉬했던 역할, 그것이 얼마나 변했는지도궁금했다. 다른 사람은몰라도 어쩐지 조 아나운서는 대답해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익히 알려진대로 그녀는 유정아 아나운서 이후 두번째 서울대 출신 여성 앵커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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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는 썩 잘 하지 못했다. 원래 실력이 없기도 하지만, 자꾸만 13년 전의 황현정 아나운서와의 인터뷰가 떠오른 탓도 컸다.사실 질문도 1/3은 비슷했다. 답을 들으면서 자꾸 두 사람의 비슷한 점과 상이한 점이 머릿 속을 스쳤고, 그 때문에 종종 추가 질문과 다음 질문의 타이밍을 놓쳤다.

황현정 아나운서와 조수빈 아나운서의 공통점은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비교적 이른 나이에 메인 뉴스를 맡았고 둘째, 상당히 강력한 경쟁자들을 제쳤으며 셋째, 스타성이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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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정이 9시 뉴스를 맡은 것은 95년 가을 또는 96년 봄이다. 93년 입사니까 입사 2~3년, 나이로는 25,6세였다. 아마 최연소가 아닌가 싶다. 조수빈도 2008년 가을, 입사 4년차, 나이로는 27세에 시작했다. 황현정보다는 늦지만 그 사이 9시뉴스를 맡았던 황수경, 정세진, 김경란 등이 입사 5년 이상, 30세 전후였던 점을 감안하면빠른 편이다.

또 이 두 사람의 동기들은 쟁쟁하다. 황현정은 그 유명한 ‘쓰리황’의 하나로 황정민, 황수경은 물론 김성은, 공정민등과 함께 입사했다. 이들과 다음 기수인 장은영, 신윤주, 최은경 등이 사실상 90년대와 2000년대 초반KBS를 이끌었다.조수빈도 만만치 않다. 이정민, 윤수영, 이정민 등이 동기이고 하나 위에는 박지윤, 하나 아래에는 이지애, 최송현 등이 버티고 있다. ‘두세 기수 너댓명이 10년을 먹여 살리는’ 방송계의 특성상 이는 행운인 동시에 엄청난 스트레스일 것이다.

아울러 ‘스타성’도 갖췄다. 조 아나운서야 워낙 입사 때부터 많은 주목을 받아 오히려 버거웠다고 고백할 정도이고… 황 아나운서도 제작 실무자들 사이에서 흔히 하는 ‘제일 낫다’는 평을 들으면서 경험을 쌓았다. 이후에야 모두가 아는 것처럼 사회적 명사 반열에 올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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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이점도 있다. 먼저 황현정은 뉴스로 떴지만 예능을 하고 싶어했고, 조수빈은 아니다다. 요즘말로 황 아나운서는 그렇게 ‘예능감’이 있다는평은 듣지못했다. ‘프리’ 선언 이전에 KBS에서 조영남가 맡았던 토크쇼나 SBS에서 맡았던 ‘Now’ 모두 그랬다.

또 황현정은 전형적인 ‘미성’이지만 조수빈은 약간 ‘칼칼한’ 개성이 느껴진다. KBS 9시 뉴스의여성 앵커는 ‘미성’과 ‘개성’이 번갈아 맡아왔다. 황현정-김경란이 전자라면황수경-정세진은 후자였다. 조 아나운서가 황수경-정세세진처럼중저음은 아니지만(여성치고), 그렇다고 곱고 맑은 소프라노 톤도 아닌 것은 분명하다. 이것은 그녀에게 위기인 동시에 기회가 될 것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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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정 아나운서와는 1시간 정도, 조수빈 아나운서와는 1시간 반 정도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두 사람은 라디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어떤 ‘로망’이 있는 듯 했다. 조 아나운서는 독자들의 피드백이 바로 온다는 점을 중시했고, 황 아나운서는 라디오 부스의 포근함을 강조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10여 년 전 잠시 이곳저곳 방송국에 드나들었던 기억을 돌이켜 보면… TV는 재미있고, 라디오는 편안했다. TV는 시간이 마구 흐르는 반면 라디오는 멈춘 느낌이 들었다. 보다 정확한 건 방송을 ‘업’으로 하는 분들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수빈 아나운서 기사가 나가자 주변에서 ‘사심(私心) 인터뷰’라고 놀렸다. 홍보대사 인터뷰 시리즈를 연예인이 아닌 전문 방송인으로 한 것, 지상파 3사 중 K를 선택한 점은 분명 사적인 감정이었다. 조금 더 솔직해 진다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아나운서는 연예인과 다르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부각시키고 싶었다. 그들은 전문직이고, 나름의 가치관을 갖고 자신의 직무에 최선을 다하니까… 황현정 아나운서가 13년 전 했던 "내가 TV에 나온다는 이유로 연예인 이름 부르듯이 ‘어, 저기 황현정이다’라고 하면 좀 서글퍼져요."라는 말과 표정이아직도 생생하기에 ^^

3 Comments

  1. noonoo

    2009년 11월 8일 at 4:15 오전

    촌스럽게 요새 누가 9시 뉴스 보나….??

       

  2. LINK4U

    2009년 11월 10일 at 11:58 오전

    정말 아나운서는 전문직이고 잘 생기고 재주도 많고 다재다능이죠…^^   

  3. Quarantine

    2010년 8월 17일 at 2:03 오후

    8시 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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