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을 쓸 때도 그랬지만, 기사를 작성하면서 갖는 의구심은 과연 내가 몇%나 진실에 가까운 사실을 전하고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지난주 지면에 나간 기동팀의 캠퍼스 시리즈 중 여풍(女風)에 관한 기사를 보고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일 잘 아는, 조금 거짓말 보태면 세상에서 내가가장많이 아는 2000년 전후의 외교학과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기사는 절대 다수의 일반인을 상대로 한다. 따라서 제3자가 아닌 당사자나 관계자의 현실 인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기사에서는 마치 외교과에 여학생이 많아진 게 2000년 전후의 현상인 것처럼 나왔지만… 사실 외교학과는 90년대 중반부터 사회대에서 상대적으로 여학생 비율이 높았다. 그래서 서울대는 물론 사회대에서 양성평등 성향이 가장 강한 편이기도 했다. 93학번 5명, 94학번 8명, 95학번 9명, 96학번 10명, 97학번 17명… 이미 97년에 40%에 이르렀다.
벌써 12년 전 사진을 보면… 여기는 그나마 여학생이 적은데 ^^ 여풍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이 때가 적확하다. 98학번에 13~14명으로 줄었던 여학생은 99학번 때와 00, 01학번에서 다시 17~19명이었다. 남학생들이 군대를 가고, 전과생 대부분이 여학생임을 감안하면 여초 현상은 외교과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2005년, 그러니까 02학번이 4학년 때의 졸업사진이다. 이미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많다. 저 뒷줄 남학생 가운데 셋은 02학번이 아닌 복학생임에도 ㅎㅎ
2006년 졸업사진. 남녀 비율이 비슷해 보이지만 2년 연속 촬영자가 있고… 고시생활을 하다가 한참만에 등장한 00학번도 있음을 감안하면 역시 여학생이 다수가 된다.
재미난 해인데… 기사에서 28대16으로 여학생이 많아졌다는 04학번의 2007년 졸업사진이다. 오히려 여학생이 적다 ^^내 기억이 맞다면 04학번의 남녀 비율은 16:18이다. 07학번 이전까지 여학생이 그렇게 압도적으로 많았던 때는 없다, 비슷비슷했지… 이 해에는 04학번 여자애들이 대폭 고시에 뛰어들거나 교환학새을 떠나사진 찍기를 미뤄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
2008년 05학번 중심… 이어야 하지만 03, 04가 대부분이다. 해가 갈수록 4학년 때 졸업사진을 찍는 경우가 줄어서 ^^ 이 해에는 03학번 여학생들이 대거 고시에 합격하면서 졸업사진에 컴백했다. 00, 01 복학생들도 비슷한 사례가 있고 ㅎㅎ
이따금 지면에 난 기사의 오류에 대해 흥분하는 사람들의 전화를 받으면 친절하게 받으면서도 ‘별 걸 다 갖고 그런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대세에 지장이 없는데, 목숨 걸 일이 아닌데 매우 감정적인 경우에는 ^^ 당사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식, 감각과 기사가 다르다는 점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이 기사에 대해서나는 가장까다롭게 시비를 걸 수있는 독자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감정보다 서글픔이 드는 이유는… 04학번전공진입 정원이 30명, 재외국민 포함해도 35명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을 당시 사회대생이면 누구나 알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28+16이라는 난감한 통계를 넘겨준 과조교실,그리고 그런통계에 근거해 기사를 쓸 수밖에 업없는 기자들의 팔자 때문이다. 나 역시 내가살아온 학과였기 때문에 저 숫자가 이상하다는 감을 잡지 다른 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확신을 가질 수 없었을 테니 말이다.
석사 논문을 19세기말 단발령에 대해 쓰면서 ‘만일그때 사람들이 살아나 내 논문을 보면 얼마나 어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복원했지만, 복원은 어디까지나 복원일 뿐이니까… 장기판 밖에서는판 전체를 볼 수 있지만, 장기판 안의 말들이 느끼는 긴박감과 현실감은 짐작할 수 없지 않은가? 내가 아무리 ‘윤치호 일기’를 읽고, ‘갑신일록’을 달달 외워도 당시 문명개화파의 현실 인식은 공감이 불가능하다. 그러면서 이러쿵, 저러쿵 주장을 늘어놓아야 한다는 자체가 스스로도 납득이 안 되고는 했었다.
어찌 보면 기자들이 신봉하는사실이라는 것도 진실과는 아주 거리가 멀 수 있다는 점을새삼스럽지만 절실하게 느끼게 됐다.누구의 잘못이 끼어들지 않더라도 ^^뭐, 이번 경우 잘잘못을 따지자면 학과 조교실에 모과 출신을 하나도 두지 않은교수들 탓이겠지만…
noonoo
2009년 11월 28일 at 6:10 오전
ㅋ
긍께로…지금 설대 외교학꽈 나왔따꼬 자랑하는거져?
-.-;;
글에 다 나온다니께~
한참 멀었꾸만뇽. 쩝~
근디요, 단발령이 석싸 논문꺼리라니~
울 동네 이순임 머리방 아지메도 이해가 안가긴 마찬가지일껄여~흠냥~
볼륨매직이나 해벌랑~
히히~
권기현
2009년 12월 6일 at 3:23 오전
한국 언론의 센세이셔널리즘(선정주의)식 보도는 이제 좀 자제해야 할 때가 된거죠. 그래도 3대 메이져 신문이 나은 편입니다. 피디저널리즘은 선정주의의 극치인데, 주제와 방향을 먼저 정해놓고 거기에 맞춰서 취재를 하고 편집과 구성을 하는 것 같습니다. 보도 인지 드라마 인지 구별이 안가요. 광우병 보도도 그렇게 된 거고. 미국 등 선진국은 거의 사실 보도만 합니다. 파란이 예상된다니, 시민들의 움직임이 격화될 조짐이라느니 하지 않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