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신문이한 고3 수험생의 이야기를 어제 1면 톱으로 뽑았다. 서울대 수시 면접 시험을 보러 가는데 구로역 열차 사고로 20분이 늦어서 응시를 못 했고, 덕분에 대학 진학의 꿈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집안 형편 때문에 서울대에 합격해야만 지자체가 주는 장학금으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었는데 이제 틀렸다는 내용과 함께… 그것만으로 부족했는지 오늘 담당 기자가 독자 반응과 함께 도와줄 방법을 찾아보자고 후속 기사를 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어제 기사를 먼저보신 아버지말씀을 들으면서 사회면 어딘가 박스 정도로 난 것인 줄 알았다. 철도 파업으로 이런저런 불편을 겪은 사람이 한둘이 아닌데 마침 서울대와 관련된 사례를 하나 찾은 정도로 ^^ 근데 1면 톱이었다.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오늘 후속 기사까지… 정말 진정성을 갖고 기사를 계속 내는 것일까?
이 신문을 포함한 메이저 신문들의 친자본 성향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게엇나갔다. 철도 노조가 파업을 해서 멀쩡히서울대 갈 고3 수험생이 못 가게 되었다고 몰아가서는 정말 곤란하다.연관 관계를 인과 관계로 비약시키는 것도 정도가 있다.
첫째,이 학생이 구로역에서 20분 지체한 것이 철도노조 파업 때문인가? 그렇지는 않다. 철도노조 파업 때문에 대체투입된 기관사가 구로역 지리를 잘 몰라서 사고가 났다는데…지리조차 모르는 대체 기관사를 운행에 투입한 코레일 측의 책임은 전혀 없는 것일까?
둘째, 지하철 운행 지연은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는 예상 가능한 상황이다. 그 정도가 몇십초에서 몇십분까지, 파업이 없는 때에도 일어난다. 물론 파업 때문에 이러한 지연 운행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구로역에서의 지체된 20분은 파업 탓이 아니라 지하철 운행의 특성상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불가피한 사고라고 판단하는 게 보다 설득력이 있다.
셋째, 구로역을 빠져 나온 이 학생은 출근시간이라 만원 버스를 서너 대 놓쳤다고 한다. 그런데 아무도 출근 시간에버스가 만원이 돼 이용을 못할 정도로 만든 버스회사나 서울시를 탓하는 사람은 없다. 개연성을 인과성으로 확대하는 맥락에서라면 이 학생이 면접을 못본것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책임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논리라면 대중교통 체계 개선은 뒷전인 채 4대강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정부와 대통령은 면죄부를받을 수 일을까?
넷째, 철도 노조 파업은 이 날 갑자기 발생한 게 아니라 며칠 전부터 예고됐고, 이미 진행 중이었다. 그렇다면 이 학생과 그 가족은 지하철만 믿고있어서는 곤란했다.지원한 서너 개 대학 중 한 곳이 아니라 그토록 절박하게 합격해야만 하는 곳이었다면대체 이동 수단을 염두에 두었어야 한다는 말이다. 지방에서입시를 보는 학생 중에는 전날 학교 근처 여관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드물지 않고, 고시생 중에는 같은 서울이어도 고시 2차를 보기 위해 시험장 근처에 숙소를 잡는 일도 많다.면접을 보지 못한 것은 딱한 일이지만, 그렇다고 그 과정에 본인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다섯째, 이 학생은 서울대 면접을 못 본 것이지 합격이 취소된 게 아니다. 즉 면접을 봤어도 붙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데도 마치 분위기는 철도노조 때문에 서울대에 떨어진 것처럼 됐다. 소속 학교 선생님은 줄곧 1등이었으니까 합격했으리라고 하지만… 서울대 응시자 중 1등만해온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 학생이 면접에 20분 늦은 것의 반사실적 가정은 ‘면접을 봤더라면’일 뿐 ‘합격했더라면’이 결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댓글들은 기사의 메시지에 동조하고 있다. 학생의 사정이 너무 가여워서, 아니면 철도노조 파업 때문에 실제로불편을 겪었기 때문인 듯 하다. 후속 기사에 따르면 한 법무법인에서소송을 대리할 용의도 있다고 했단다.정말 한번 해 보면 좋겠다. 대체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그 중 당사자의 과실은 몇%나 나올지 궁금하니까 ^^
철도노조 파업에 찬성하거나 공감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몰아가는 건비상식을 넘어 몰상식에 가깝다.파업은 헌법 상의 권리이고, 역사적으로 자본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노동의 수단이 되어 왔다. 이번 철도노조 파업에서 발생한 절차 상의 하자와 구체적인불법의시시비비는 분명히 가려야 하겠지만,대다수 여론의 동조를 받지 못하는 공공 노조의 파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파업 자체를 매도해서는안될 것이다.
단순히 자신들의 출퇴근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같은 노동자들의쟁의 행위에 비우호적인 일반 대중과 같은 눈높이로 기사를 쓰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보기에 따라서는 그 이상의 의도, 나아가 저의가 있는지 모르지만… 어제 한 라디오 뉴스 진행자가 했던 말, ‘백기투항’이라는 말보다는 원칙을 존중하기 위해 돌아왔다고 보자… 왜 우리 모두는 그만큼의 헤아림을 가질 수도 없을 만큼 예민하고 성이 나있는지 정말알 수 없는 일이다.
Hi_story
2009년 12월 6일 at 2:51 오전
제가
요즘 엉뚱한
짓을 자꾸 하는 것처럼
누군가도 제 본분을 잊은게지요.
메가이바
2009년 12월 6일 at 3:52 오전
ㅎㅎㅎㅎ 신문사 기자의 시선보다 글쓰신분이 더 신비하기까지합니다. 글쓰신분의 냉철한 판단력이 세상을 존중하는 비판이라하겠지요. 고자질성기사는 둘 이상의 편을갈라놓아 대립을 만드는 기술이지요 아주 더럽고 매스꺼운 메너없는 행동이라 생각합니다. 여러 사정상 이유가 될수도 있겠지만 그게 전적인 이유는 아닐진데 내 책임은 없고 찰도노조파업때문이라고하는건 민감한 시기에 철도노조에게 덮어씌우려는 아주 치졸한 기사네요. 메너있는 신문사가 되길……..
김영수
2009년 12월 6일 at 8:19 오전
소송하면 100% 이깁니다. 철도공사가!
noonoo
2009년 12월 6일 at 8:33 오전
맛집 기사만 잘 쓰시는 줄 알았뜨마… ㅋ
추천 때림돠~
철도때매 설대 못갔따니….참나~
연기 뿌연 막창구이집에서 병나발 까는 소리도 아니고…
그 인생도 참…
Nine Man
2009년 12월 6일 at 1:56 오후
노동 조합이 특권인양 유세를 정도 이상으로 떨어서
발전을 하기가 어려워졌지요 …
별궁이
2009년 12월 7일 at 10:08 오전
어느 변호사더라~ 그 변호사가 그랬지요.
불가학력적인 일이 아닌이상 법은 사람을 위해 있어야 한다는… 음… 비슷한 말입니다.
그 변호사가 말한것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는이상 아니!!! 그런 일이 정말 생긴다해도, 우린 모두 원인을 생각할수 있습니다.
자기일 아니라고 우습게 비비꼬면서 소송을 걸어보라고 으름장을 놓고 결과 기다리겠다
는 이런 말은 참… 하기 힘든건데 말입니다.
정신나간 판사(한둘이 아니지만서도…)가 그랬지요. 대한민국 국회 때려 부셨는데 왜 그들만 잡아 족치냐고… 그리고 그들과 같은편 행새를 하더군요. 의기투합해서 범행을 저지른 공범도 이제는 붙잡을수 없는 민주화 세상이 된겁니다.
100명 모여서 판사한테 석궁을 쏜 다음에 뿔뿔이 흩어져 도망칩니다. 정말 재수 없는 몇몇 사람 잡히면 "나만 석궁 솼냐!!!"라고 대드나요? 정말 재수가 없었던거네요.
세상 일이라는게… 자기일 아니면 다 남일이지요.
이렇게 냉철하고 판단력이 뚜렷하신분이 왜 전국언론조동조합 깡패짓에는 얌전하게 있으신건지 말입니다.
우리가 왜 친일파 청산을 못했는지 아십니까?
썩은 도덕, 썩은 양심, 썩은 윤리… 법과 정의 살인하기…
전 요즘 세상 돌아가는걸 보면 알겠더군요.
현대 노조 10년 파업의 역사도 정당한것이지요. 예!!! 맞습니다!!!
YTN 노조가 상복입고 기어나와 방송하고 방송 배경 뒤에 서서 행패질 부린것도 정당한 것이지요. 예!!! 맞습니다!!!
노동자는 항상 이깁니다. 노동자 만세입니다. 노동자가 중심이되어야 합니다. 핍박받고 고통받는 노동자들이 가장 먼저입니다.
하지만 민노총, 한노총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또는 저들의 집단에 소속되어 있지 않으면 이거 다 거짓말이 되버리는 이런 세상이 정상은 아닌 것이고 결국 피해 보는건 핍박받고 고통받는 노동자 해방 전선에서 싸우자고 대한민국 때려 부시는 집단들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바로 우리 자신들이란 겁니다.
그리고 이해는 우리 자신들이 하라는 겁니다. 그 고통은 우리가 짊어 지랍니다. 어쩔수 없데요~~~ 노동자들 해방 시켜야 한데요~~~ 그러면서 1억원짜리 월급쟁이들 있는거 보세요~~~
이딴 미친 세상에 민주주의가 박살나는 이유가 있는법이고, 자본주의를 박살낼려고 하는 집단들이 있는게 당연한거지요~
대한민국 국민이 될려면 도덕성 테스트를 받고 합격해야 주민등록증을 발급해주는 세상이 빨리 오기만을 정말 두손 모아 기다립니다. 자기꺼 아니면 때려 부시기도 쉬운 법이지요.
이재식
2009년 12월 8일 at 8:48 오전
"구로역의 이날 사고는 철도 파업 이틀째를 맞아 투입된 대체인력인 군 기관사가 구로역의 지리를 몰라서 생겼다."
한마디로 개 소리 기사입니다.
찌라시같은놈들은 파업때문에 학생편을 든척하면서 파업노동자들을 구석으로 몰아넣기에 정신이 없지요.
토종
2009년 12월 22일 at 2:50 오후
내 아들이 그렇게 되었다.
나는 이 억울 함을 호소 할 수 밖에 없다….이런 마음 이네요.
세상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나와 상관 없는 큰일이 나도 덤덤 한데요.
나에게 직접 닿으면 조리있게,사고 한다는건 神의 경지 든가 멀찌감치 떨어져 보는
거리감의 차이 이지요.
이 학생은 평생 기억될 일이 남에게는 아주 평범한 일생중에 기억에도 없는 일이 되는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