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초반 지상파 드라마의 대세는 KBS다. 월화 ‘공부의 신’, 수목 ‘추노’, 토일 ‘수상한 삼형제’. ‘수상한 삼형제’는 완전 막장이었던 ‘조강지처 클럽’의 수위를 2% 낮춰 주말8시대로 옮겨왔기에 별로 보고 싶지가 않다. ‘영화 같다’는 호평을 받던 ‘추노’도 이번 주 들어 피로 기색이 완연하다. 사전 촬영분이 떨어진 모양이다. 등장인물의 사연을 하나씩 꺼내놓으며 10부까지 끌어온 ‘공부의 신’만이 오로지 초반 기세를 유지하고 있다.
처음 1, 2회를 못 보았을 때는 ‘유승호 드라마’ 인 줄 알았다. 여성들에게 워낙 인기폭발의 배우라서 ^^ 하지만 3, 4회를 보면서 김수로와 그가 데려온 ‘외인부대 선생님들’의 대사 한 마디, 한 마디에 열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구에게나 아련하게 남아있던수험생 시절, 그리고 금언처럼 깨달아가던 문구들을 그들이 didactic하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주입식이 최고", "수학은 암기과목" 등등… 입시를 치른, 그리고 거기서 나름 성과를 거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지만 ‘전인교육’, ‘선진교육’ 등의 명분에 밀려 감히 입밖에 내고 있지 못하던 명언들을 거침없이 나오는 것을 들으면 속이 다 시원할 정도다.
무엇보다도 이 드라마의 매력은 캐릭터 하나, 하나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천하대 입시반 다섯은 균등하지 않지만 균형있는 배역을 유지하고 있다. 분명 메인은 유승호가 맡은 백현. 하지만 생각보다 눈에 띄지 않는다. 가장 큰 이유는 다른 배우들의 호연. 영화 ‘괴물’에서 검증받은 고아성은 물론 찬두, 봉구 역시 사랑스럽다. 구멍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던 현정마저도 완벽한 호흡을 보여준다.
또다른 이유는 의도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유승호에 대한 의존도가 낮다는 것이다.영화 ‘집으로’와 드라마 ‘태왕사신기’를 거치면서 유승호의 비중은 어지간한 성인 주조연급을 넘었다. 하지만 과연 16부작 미니시리즈를 원톱으로 끌고갈 만한 역량이 있는지는 의심스럽다. 사실 ‘공부의 신’에서 나타나는 그의 연기는 이전의 명성에 비하면아쉬움이 없지 않다. 유승호가 다른 배우들에게 밀리는 것은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전 작품에서 보여주던압도적인 아우라는 확실이 찾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일 ‘공부의 신’이 이대로 끝난다면 사람들은 유승호보다 지연을 기억할 것 같다. 베테랑 아역 사이에서 ‘맹한’ 캐릭터로 감초 역할이나 할 듯 하던 현정의 입체적인 캐릭터를 기대 이상으로 소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덕여왕’을 보지 않아서 원래 연기력이 뛰어난 아역 배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완전히 감춘 채 캐릭터에 몰입됐다는 느낌마저 준다.
드라마의 또 한 축인 ‘외인구단’ 선생님들. 영어, 수학, 과학 선생님 모두 특이하지만 개인적으로 압권은 국어선생님. 너무나 진지하고 차분한표정으로 ‘막말’부터 폐부를 꿰뚫는 독설까지 구사해 완벽한 반전을 보여준다. "여러분은 낚인 겁니다", "지금 여러분 수준에서는 다른 비법이 없습니다", "예전에 개날라리 짓 좀 했으면 어떻습니까" 등자연스러운 합쇼체마저 뒤집어진다.
드라마 ‘학교’ 시리즈에서 학생으로 나오던 배두나가 이제 선생님이 됐다. 배두나가 아니어도 배두나 만큼 잘 연기할 수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배두나처럼 어울릴 수는 없었을 게 분명하다. 극중 서넛 위로 나오는 오윤아가 실은 배두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이따금씩 나오는 "말희 언니"라는 호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다만항상 3.5차원에 있는 듯한 그녀가 언제쯤 다른 차원으로 이동할지 궁금 ^^
박휘순을 제외하고는 비중있는 단조연 배역들. ‘외인구단’ 선생님들만큼 역할을 높였어도 충분히 한 몫을 했을 듯.
드라마는 완전 판타지로 가거나 감정이입이 될 만큼현실적일 때 매력을 갖는다. 예외적으로 ‘공부의 신’은 둘 모두를갖고 있다.꼴찌들이 천하대를 간다는 것은 판타지지만 이들의 공부하는 모습은대한민국 모든 이들이 갖고 있는 기억이다. ‘학교’ 이후’교복 드라마’로재미를 보아온KBS, 지난해에 ‘꽃남’에 이어 또한번 ‘교복=대박’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스팸지기
2010년 2월 12일 at 3:41 오후
공감~ 전 백현이보다 찬두가 좋아요~~ 춤도 잘추고 귀엽고.. ㅎㅎ
케이
2010년 2월 12일 at 4:10 오후
시원하게 캐릭터 분석 해주셨네요.
지연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연기를 잘하고 점점 귀여워지네요.
저도 선생님중에 최고를 뽑으라면 국어선생님을 추천합니다.
차분한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완전 깨는 반전의 묘미, 그리고 거침없는 말투….ㅎㅎ
wonhee
2010년 2월 13일 at 5:32 오후
우연하게 보기 시작한 드라마인데 완전 빨려들어가있습니다.
분석하신대로 천하대 특별반 학생 5명이 개성있게 대비되는
인물묘사가 재미를 더하는군요.
그리고 김수로와 배두나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됩니다.
월요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ㅎ
아름다운풍경
2010년 2월 15일 at 3:56 오전
연휴에 몰아보기로 봤는데, 대체로 공감.. 학생들중에서는 지연이 가장 인상적이고, 선생님 중에서는 국어 선생님이 특히 더 인상적.. 근데, 고아성은 그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