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전 방영된 ‘아이리스’를 능가한다는 평을 들으며 순항해온 드라마 ‘추노’. 총 24부 가운데 20부까지 방영된 이 인기 드라마가 한없이 늘어지고 있다. 10부를 넘어서면서 확실히 속도감이 떨어지더니 요즈음은 한 회에서 일주일도 시간이 안 가는 느낌이다. 압축적인 미니시리즈보다는 주요 등장인물 한 바퀴 돌면 끝난다는 일일극과 흡사하다.
특히 짝귀(안강길)의 등장은 늘이기 공개 선언에 가깝다. 인물과 그 마을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고 해도 어인 회상씬이 그리 많은지… 초반부를 열심히 안 봐서 모르겠지만, 이전에 방영되지도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 대길과의 에피소드 만들기는 영 거슬린다. 게다가 구연동화까지 ㅠㅠ
공형진의비중이 커지는 것도어색하다. 결말 부분에서 이들과 대길-태하 등의 인연이 어떻게 설명될지… 만일 설득력 있게 엮어내지 못한다면 이들은 끝까지 겉돌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로운 노비 대장(?) 역시 시간 끌기용에 불과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듯!
감초들의 비중은 적절하다. 문제는 극의 전개에 기여하는 바가 너무 적다. 주모 둘과 환쟁이, 그리고 포교까지… 배우들의 이름값과 열연에도 이들이 나올 때마다 "또 늘어지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절 수 없다.
최장군과 왕손이가 살아났다. 그 자체에는 큰 불만이 없다. 그렇게 죽으면 너무 허무하다. 하지만 그 매서운 칼질에 어떻게 목숨을 부지했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예전에 윤지민과 데니안, 김종석 등이 한 방에 간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심지어 천지호마저도 일개 나졸이 쏜 화살 한 대에 죽지 않았던가?
이 사람의 ‘하시게’ 시리즈도 이제 식상하다. 주어가 사람, 사물을 가리지 않고 ‘하시게’란다. 처음에는 재미났지만, 이제는 방송심의에서 주의를 주지 않나 궁금할 정도. 그와 함께 한두컷씩 등장하는 두 기생도 얼굴과 차림새, 목소리마저 비슷해 왜 둘씩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
사실 ‘추노’는 제주도에서부터 확실히 늘어지기 시작했다. 죽은 사람에게 할 말은 아니지만… 참 오래 죽는다. 그리고 너무 길게 슬퍼한다. 나뭇가지를 던져서 사람을 죽일 만한 거리면 그리 멀지는 않을 텐데 ^^ 어디 그뿐인가. 오지호는 겅중겅중 뛰어다니는데, 그 정도면 제주도 횡단은 몰라도 종단은 충분했을 것 같다.
대길과 태하도 너무 자주, 오래 싸웠다. 슬로우 모션 보는 재미도 한두번이지… 20부에서는 협력이 시작되는 듯 하니 다행이다.
인기드라마를 늘리는 건 당연하다. 이미 KBS는 지난번 1TV 일일연속극에서 늘리기의 진수를 보여줬다. 자동차 급정거 한번에 되살아날 기억을 홍요섭은 15년이나 잃고 살았다. 기억 날 듯, 말 듯 하면서 6개월을 보냈고, 심지어 기억이 되살아났으면서도 전 부인을 아는 척 하는데 한 달이 또 걸렸다. 시청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하면서 시청률을 올려줬다.
물론 사극이라고, 또 미니시리즈라고 예외는 아니다. 원래 1~3부가 제일 재미나고 그 다음부터는 점점 완성도가 떨어진다. 국민드라마 소리를 들었던 ‘모래시계’부터 ‘대장금’, ‘주몽’ 다 비슷하다. 그냥 관성으로, 주인공이 어찌될까 궁금해서 계속 볼 뿐이다.
그래도 ‘추노’는 좀 심한 것 같다. 압축했으면 16부, 적어도 20부에서 마쳤어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다. 20부에서 이종혁은 단 두 씬 나왔다. 서울에서 한 오를 데리고 출발해서 월악산까지 왔으니 길어야 5~6일 걸린 셈이다. 24부작 드라마 1회에서 5~6일밖에 시간이 안 가다니… 이게 미드 ’24시’도 아니고 ^^
‘추노’는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드라마였다. 이미 20부로 마치기는 어려워진 만큼 그 내용이 조금 더 알차고, 긴장감 있게 진행됐으면 한다. 지금껏 ‘추노’의 인기는 새 인물의 등장이나 어설픈 농담 따먹기가 아니었다는 것을 애청자들은 물론 제작진도 잘 알 테니까 ㅎㅎ
김수영
2010년 3월 14일 at 10:58 오전
13회쯤인가 넘어가면서부터 안보고 있는데… 예전에 주몽이란 드라마를 봤을때 40회쯤 넘어가면서 늘어지길래 아직도 결말을 모른다. 세상에 이 드라마는 겨우 10회가 넘어가면서 늘어진다. 허허.. 대단하다. 작가의 능력이…
성의권
2010년 3월 14일 at 12:48 오후
원작에서는 최장군과 왕손이가 죽었는데, 시청율과 독자들의 원성때문에 억지로 두리뭉실하게 살려낸게 아닌가 싶더군요, 확실히 짦은듯하지만 20부로 압축해서 끝을 냈으면 정말 천하의 명작이되었을지도….
성의권
2010년 3월 14일 at 12:53 오후
누구나 알겠지만, 현재 왕손이하고 최장군이 할일이 없거든요(이미 죽었어야하기때문에).그래서 농담쌈치기하는 장면으로만 계속 돌리는거같더군요…황철웅이 산채로 처들어오면 마지막이될것같은데, 설마 또 죽을까요?.산채의 동료들과 힘을 합쳐 다시 싸운다는것도 재탕으로보이고…하하하…
백제의혼
2010년 3월 14일 at 11:40 오후
정답은 하나다. 재미없으면 보지마라. 난 지금처럼 슬슬 늘어지는것도 재미있다. 음미하게된다. 왜? 추노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