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더쇼비츠, <미래의 법률가들에게>를 읽고
“미국은 최고의 법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방송된 미국 드라마 ‘저스티스(Justice)’의 모든 에피소드 도입부에 나오는 문장이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변호사들은 형사 사건만을 맡아 ‘CSI’를 능가하는 과학수사기법과 검찰의 실수, 배심원들의 동정심 등을 최대한 활용해 의뢰인들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다.
『미래의 법률가들에게』의 저자 더쇼비츠는 드라마가 아닌 현실에서 그들을 능가하는 인물이다. 화려한 경력은 물론 남들이 손가락질한 마이크 타이슨, O.J. 심슨 등을 변호할 만큼의 용기와 배짱을 지녔다. 그래서 200쪽 남짓한 책을 읽는 내내 사로잡혔던 질문은 오직 하나, ‘과연 더쇼비츠라면 김길태를 살릴 있을까?’였다. 최고의 법률 체제를 갖췄다는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더쇼비츠, 김길태를 맡을까?
김길태, 부산 여중생 이모양 살인 사건의 용의자. 1997년 성폭행 미수, 2001년 감금․성폭행 혐의로 8년간 복역한 후 2009년 출소했다. 하지만 2010년 1월 30대 여성 성폭행에 이어 2월 이모양을 납치․살해한 혐의로 공개 수배를 받다가 지난 10일 검거됐다. 꽃다운 여중생을 처참하게 살해했을 뿐 아니라 잡힌 이후에도 계속 범행을 부인했고, 만취․정신 이상 등을 주장해 국민들의 공분을 사 이귀남 법무부 장관의 사형 집행 재개 검토 발언까지 나오게 했다.
이런 부담스런 피의자의 변호를 더쇼비츠는 맡을 것인가? 아마 그럴 것이다. 일부러 찾아올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어떤 경로로든 김길태가 변호를 의뢰해 온다면 거절하지는 않을 듯 하다. 변호사가 의뢰인이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하다는 이유로 헌법사건이나 형사사건의 변호를 거절해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신념이기 때문이다. 더쇼비츠는 아직도 제대로 변호를 받아보지 못하고 사형이나 무기징역 같은 중형을 선고받는 피고인이 있다고 주장한다. 변호사가 별로 인기 없는 형사 사건을 맡지 않으려 하면 그만큼 온당한 변호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아졌다는 반증이라는 것이다. 전 국민이 유죄라고 확신했던 프로축구 스타 O. J. 심슨의 변호를 맡은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현재 김길태는 천인공노할 죄인이다. 국선변호인이 선임됐지만 처음에는 “필요 없다”며 거절하더니 최근 며칠 동안은 스스로의 정신 병력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져 자신의 변호인마저 이용하려 든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새롭게 김길태의 변호를 맡을 변호사도 없겠지만, 해당 국선변호인마저도 최선을 다해 그를 변호하기 어렵다. ‘악마를 변호하느냐’, ‘밸도 없다’ 등의 비난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발짝만 물러서서 보면 이러한 집단적 광기는 더쇼비츠가 언급한 ‘법적 매카시즘’과 닮았다. 그가 소개하는 ‘사형선고가 만장일치라면 피고인을 사형에 처할 수 없다’는 유대인의 전통은 매우 인상적이다. 만장일치란 피고인의 제대로 변호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김길태는 법이 허용하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 경찰은 DNA 이외의 물증을 제시하지 못한 채 김길태의 자백을 얻어내려고만 했다. 시신 유기 부분만을 겨우 자백 받고 현장 검증을 시도하다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김길태에게 끌려다니는 망신을 당했다.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저렇게 일관되게 부인하는데 진범이 아닌 것은 아닐까’라는 의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을까. 최소한 ‘경찰 수사가 뭔가 부실한데…’라는 느낌 은 충분하다. 그러나 여전히 여론은 악랄한 범인이 교활하기까지 하다는 식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또 다른 곳에서 집중심리로 진행되는 한명숙 전 총리의 공판에 대한 반응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이다. 김길태에게는 무죄추정의 원칙도, 묵비권도 허용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더쇼비츠에게 동기부여가 되기에 충분하다. 김길태가 진범이든, 아니든 정당한 재판을 받지 못할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형사 피의자에게 충분히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당사자를 위해서 뿐 아니라 처벌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필수 과정인 셈이다.
더쇼비츠, 김길태를 살릴까?
김길태는 사형을 면하기 어렵다. 동종 전과가 있고, 지난해 나영이 사건 이후 성범죄자에 대한 형량이 강화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형폐지론자인 더쇼비츠는 김길태의 사형 선고를 막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까?
일각에서는 김길태가 버려진 아이였다는데 주목한다. ‘길태’라는 이름도 양부모가 그를 입양하면서 ‘길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의미로 지었다고 한다. 김길태의 어두운 품성과 반사회적 성향은 암울한 유년 시절과 성장기 사회가 준 상처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인 그의 범죄행위를 김길태 개인의 탓으로만 돌려 비난하고, 극형까지 선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이야기다. 몇몇 전문가들은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냈지만 전혀 교화시키지 못한 교정 시스템의 문제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더쇼비츠는 이러한 ‘감성적 접근’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김길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격앙된 상태에서 동정심을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범죄의 사회적 책임론’은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에서 큰 반향을 얻지 못했다. 다른 범죄도 아닌 여중생에 대한 성범죄자를 한국 사회가 잉태했다는 논리는 오히려 심각한 분노의 역류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더쇼비츠는 검찰의 공소와 경찰 수사의 허점을 파고들 것이다. 지난 19일 경찰은 김길태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하고 검찰에 송치했지만 DNA와 시체 유기 부분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입증하지 못했다. 시체 유기 자백 역시 경찰의 회유와 압박 끝에 나왔기 때문에 신빙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검찰이 공소 유지를 위해 무리수를 들 경우 더쇼비츠는 그 틈이 놓치지 않고 파고들 인물이다. 그는 대다수 경찰과 검사들이 피고인의 유죄를 위해 갖가지 술책을 부린다고 믿기 때문이다.
아울러 더쇼비츠는 김길태의 심신미약을 이유로 책임 조각을 주장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18일 변호인에게 ‘해리 현상’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리 현상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한 후에 이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실제로 김길태는 교도소에서 2년 4개월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더쇼비츠는 이를 근거로 감형을 이끌어내 최소한 사형만은 막으려 할 것이다. 재판부로서는 ‘나영이 사건’ 이후 또다시 피의자의 상태를 이유로 감형 판결을 내리는 게 부담스럽겠지만, 만취가 아닌 정신병인 만큼 완전히 외면할 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더쇼비츠는 ‘나처럼 되라’는 의미로 『미래의 법률가들에게』를 쓰지 않았다고 한다. 공감한다. 그는 대단히 매력이지만, 무비판적으로 따르기에는 너무 정파적이다. 다만 더쇼비츠의 열정만은 마음 한구석에 새긴다. 그게 길들여지지 않는 신념의 밑바탕이었다고 믿기에…
성희철
2010년 4월 7일 at 11:07 오전
앨런 더쇼비츠는 김길태를 살릴수 있을까? / 이에대한 대답은 "아니오"가 될것 같습니다. 인간이기를 포기하고 인륜을 저버린 흉악범죄가해자 김길태 앞에서는 앨런 더쇼비츠도 백기투항 할거라 생각합니다.
결국은 사형집행 되는것밖에 없겠죠. 교도소에서 2년4개월간 정신과 치료 받은것도 김길태의 강간실해범죄 때문에 감형의 이유로 먹혀들지 못할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호사라면 아예 대한민국으로 입국도 금지되겠죠?
국민적 공분이 원체 거세서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 발 들여놓은 순간 돌팔매질을 당하고도 남을테니 말입니다. 즉 대한민국으로 접근부터 금지되기 때문에,
앨런 더쇼비츠도 김길태 흉악범죄가해자를 살려줄수 없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