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목시계의 추억

연초부터 손목시계 관련 일이 많았다. 1년 가까이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을 찾았고, 5~6년 넘게 존재를 잊었다가 책상 정리 중 발견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주에는 배터리 한번 갈러 갔다가 3만원을 쓰기도 ㅠㅠ

대다수 한국 남자들이 그러하듯이 지갑과 휴대폰 말고는 거의 갖고 다니는 게 없는데 손목시계만은 꼭 찬다. 휴대폰이 있으니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데도 어쩌다가 안 차면 굉장히 허전하다. 한번 쓰던 물건을 계속 쓰는 버릇 탓에 꽤 여러개가 모였는데… 그 하나, 하나 사연이 있어서 정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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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오래된 손목시계. 1991년 초등학교 졸업할 때 1,2학년 담임이셨던 장철영 선생님께서 졸업선물로 주셨다. 중고등학교 6년 내내 애용했고, 수능 시험과 대학교 면접 때도함께. 대학 온 이후로는 거의 안 쓰다가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책상 정리하다가 찾았다. 줄도 여러번 바꾸었는데… 조만간 수리하러 갈 생각이다. 20년 전 모델이라 기능은 거의 없지만 디자인은 그다지 떨어지지 않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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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때 아버지 회사 후배 분이 선물로 주셨다. 미국 특파원 다녀오시던 길에… ‘태그 호이어’란 메이커인데 소위 명품이라는 것은 한참 뒤에야 알았다. 대학교 때 거의 매일 찼다. 색깔도 예쁘고, 어느 옷에나 잘 어울렸으니까… 겨울에 좀 차갑기는 하다, 금속 줄이 ㅠㅠ

6~7년쯤 전에 장교빌딩 직영 AS센터에서 배터리를 바꾸었는데 다시 갔더니 없어졌다. 수소문 끝에 청담동 AS 매장을 찾았는데… 완전 기죽었다.디자이너스클럽 옆의 옆 건물 1,2층을 쓰는데(그 땅값 비싼 곳에!!!) 배터리 하나 가는데 한 시간을 기다리라더니 3만원을 받았다. 드나들다가 근사한 시계 하나 있기에 값을 보니까 1억9800만원 ㅠㅠ 아마 장사가 잘 돼서 더 큰 국내업체가 한국 총판을 맡은 모양이다. 15~6년 전에도 그렇게 비쌌을 리 없는 모델을(직장 상사 중고등학생 아들한테 준 선물이니까 ^^)크게 눈치주지 않고 수리해준 데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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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디자인이 예쁘다며 2002년 또는 2003년 사 주신 독일 시계. 무슨 디자인상을 받은 제품이라는데 정말 얇고 가볍다. 첫 제품은 습기가 차는 바람에 교환하는 불상사도 ㅠㅠ 평소에는 잘 안 차고 정장을입을 때 주로 이용한다. 눈썰미 있는 여자 후배들에게예쁜 시계라고 칭찬을 많이 받았다는 ^^ 근데 줄이 약해서 곧 바꿔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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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석사 졸업식 때 막내 이모부가 사 주신 스위스 밀리터리 제품. 이모부의 마지막 선물인데 지난 1년 가까이 실종되어서 마음이 아팠다. 깔끔한 디자인이라 갈색이나 붉은 상의를 입을 때 차는데 오리지널 줄은 좀 약하다. 5년 동안 세 번이나 바꿨다. AS 업체가 강변역에서 좀 걸어가는 곳이었는데 지금도 있는지는… 이 시계줄은 아버지께서 회사 근처 시계집에서 해주신 것인데 튼튼한 반면 약간 안 어울리는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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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초에 스위스 밀리터리 시계 대체품으로 구입했다. 아마 자비로 산 유일한 손목시계일 듯 ^^ 빈폴 시즌 오프 구경갔다가 충동 구매했는데 무난하다. 요새 어지간한 손목시계 2~30만원 하는데 얘는 10만원대 초반이었다. 시간만 보면 되는 나로서는 대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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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수습기자 생활 무사히(?) 마친 기념으로 주신 선물. ‘그냥 멋있네’라고 생각하고 모임에 차고 나갔더니
"이세이 미야케"라며 아는 척을 하는 남자들이 몇 있었다. 꽤 유명한 디자이너라고. 여하튼 디자인은 좋은데 실용성은 상당히 떨어진다. 일단 무겁고, 커서 그런지 어디 한번 닿으면 진짜 큰 소리가 나서 깜짝 놀란다. 끈도 매우 부실해서 1년쯤 찼는데(그래 봐야 한달에 두세번) 줄 가장자리가 너덜너덜 해진다. AS 받으러 가니까 원래 줄 수명이 10개월인데 값은 15만원이라고 ㅠㅠ 그렇잖아도 아껴 찼는데 이제 더 가끔 차고 나가야 할 듯 ^^

이외에도 후배들이 군 훈련소 갈 때 사준 시계, 중학교 졸업할 때 아버지 회사 팀원들이 사 주신 시계 등이 있다. 손목시계만 8개, 본의 아니게 컬렉션이 되었다. 그것도 선물로만… 혹시 언젠가 결혼을 하게 된다면 예물시계까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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