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용감해진 한국 창작 뮤지컬

2년 여만에 뮤지컬 관람을 했다. 뮤지컬, 재미나지만 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어서 거의 ㅠㅠ 공연 좋아하는지인의 초대로코엑스 아티움까지처음 구경^^

2시간 남짓한 공연은 즐거웠다. 각종 상을 휩쓸었다는 작품의 구성도 괜찮았고, 뮤지컬 전용극장은 확실히 체육관과는 달리 공연 친화적이었다. TV로만 보던 몇몇 배우들을 손에 잡힐 듯한 거리에서 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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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거기까지. ‘형제는 용감했다’는 제목처럼 너무 무모하게 용감한 뮤지컬이었다. 스토리는 빈약했고, 음향은 부실했으며, 주연 배우들은 ‘밥벌이’에 그쳤다. ‘외화내빈’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한국 영화의 현실이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사실 뮤지컬에서 치밀한 스토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영화와는 달리 여러가지 한계가 많으니까. 하지만 형제의 심각한 갈등이 우물 속에서 발견된 어머니 일기장 하나로 말끔히 해소된다는 설정은 과거 ‘베스트극장’이나 ‘드라마게임’ 수준만도 못하지 않은가. 그것도 아버지의 부음을 듣고 모인 집에서.

어설프다 못해 걱정이 된 것은 극중 둘째 아들의 삶. 극중 31살인데 학생운동을 하다가 교도소에 다녀왔단다. 설정 자체가 두세물은 지나간 386적이다. 31살이면 만의 만으로 쳐도 97학번, 그렇다면 데모하다가 감옥 갈 세대가 아니다. 96년 여름 연세대 사태 이후 학생운동 하다가 교도소 간 경우는 정말 손에 꼽는다는 것을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안다. 30대 중후반으로 추정되는 제작자들에게도 아련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텐데 요즘 뮤지컬의 주관객인 서른 전후의 이들이 얼마나 공감할지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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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볼거리. 사실 초보자에게 뮤지컬이 연극, 오페라보다 매력적인 이유는 친근한 춤과 노래때문이다. 하지만 ‘형제는 용감했다’는 춤이 없었다. 조연들의 군무는 이따금 펼쳐졌지만 주연들은 거의 실력을 보여 주지 않았다. 특히 TV 스타들이 캐스팅된 작품에서 많이 나타나던 ‘몸 사리기’ 고질병이 또 엿보였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기본적으로 뮤지컬 전문 배우들은 가창력이 뛰어나다. 하지만 ‘형제는 용감했다’의 노래는 대부분 음악에 묻혔다. 배우들의 성량 탓이 아니라면 기술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개관 1년도 안된 아티움의 R석이 그 정도라면 주최측의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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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는 용감했다’는 철저한 상업 대중 뮤지컬이다. 유명한 제작자와 감독, 이지훈과 샤이니라는 대중 스타, 한국적 정서에 맞는 가족 관련 소재… 흥행에 성공하고, 수익도 꽤 올렸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생산자 입장일 뿐 소비자에게는 아닌 듯 하다. 이날 좌석은 8만원짜리. 프로모션을 통해 구입해도 5만6000원이다. 과연 이 상품이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비록 뮤지컬 관람이약간의 문화적 허영심을 소비하는 일이라 해도 말이다. 이 정도 작품을 그 돈 내고 보라는 것은 너무 용감한건 아닐까?

공연을본 며칠 후 회사에서 30% 프로모션을 알려왔다. 주말 만석은 이렇게 가능했던 걸까. 그렇다면한국 뮤지컬계의 호황 역시 신기루에 불과한 것이 아닐런지. 자신의 소중한 돈으로 어려운 시간을 쪼개서공연장을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는 이야기니까.

1 Comment

  1. Hi_story

    2010년 4월 11일 at 4:34 오전

    갑자기 한번 보고 싶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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