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이후 드라마를 거의 보지 못했다. ‘신언니’는 띄엄띄엄 보면서 문근영의 어른 티를 확인했고, ‘개취’는 주말 재방송을 보면서 이민호의 선전 속에 손예진의 얼굴에서 짙어가는 세월의 흐름에 마음이 아팠다. 그나마 편하게 볼 수 있는 주말 밤의 ‘거상 김만덕’은 전작인 ‘명가’의 실패를 답습하는 듯 하다.
‘자이언트’ 역시 출발은 어이 없었다. 흡입력 제로 정도가 아닌 마이너스의 1부 인트로를 보고 버렸다가 주말에 3회 연속 재방송을 우연히 보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지매’ 이후 지속되는 S본부 드라마의 절정에 달한 잔인성과 아역들의 호연이 눈길을 끌었기때문이다.
‘일지매’ 초반부에는 역적으로 몰려 아버지를 잃은 어린 일지매(아마 여진구, 후에 성인은 이준기)가노비로팔려가는 친어머니한테 돌팔매질을해야만 하는 장면이 있었다. ‘자이언트’ 역시아버지는 타인의 손에, 어머니는 연탄가스에 잃은 네 남매가모두 헤어진다. 맏이는달리는 열차에서 뛰어 내려 미군 군속을거쳐중앙정보부 요원(박상민)이 되고, 둘째는 남의 집 머슴으로(이범수), 셋째는 오빠들과 헤어져 식모로(황정음), 막내는 갓난 아기 시절 시설로 보내진다. 좀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잔혹한 가족의 해체다.
M본부 ‘동이’에게 한참 밀리고, ‘대마필패’라는 저주를 들으면서도 초반 ‘자이언트’가볼 만한 이유는 아역들의 분전 덕분이다. ‘선덕여왕’에서 공인된 스타 남지현이 그 이상의 성장이 없었던 점이아쉽지만,이성모역의김수현과 이강모역의 여진구는확실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이미주(아역 박하영, 성인 황정음)는 정말 귀엽고, 가여웠다. 요즘 아역들의 연기 실력이야모두 출중하지만,’천진난만한 가련’이 무엇인지 너무나 잘 보여줬다.
문제는 선악으로 양극화된 등장인물의 캐릭터이다. 주인공 4남매와 정연(남지현-박진희), 황사장(이덕화)은 완벽하게 ‘착한 나라’이고, 조필연(정보석), 조민우(주상욱)부자와 중앙정보부, 국회의원 등은철저하게 ‘나쁜 나라’이다. 심지어 주변 인물들까지 어느 편에 속하느냐에따라 기본적인 인간성이 선악으로 설정됐다.
프로타고니스트와 앤타고니스트의 갈등과 대립은 드라마의 가장 기본 축이다. 또 선과 악의 대결 만큼 흥미진진한 구도도 없다. 그러나 캐릭터 하나, 하나에 공감이 안된다면 스토리는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세상에 100% 나쁜 사람이 어디 있나? 가끔은 고민도 하고, 착한 척도 하기 마련이다. 좋은 사람 역시 마찬가지. 그런데 ‘자이언트’의 등장 인물들은 가끔 독한 소리는 할 망정 뼛속까지 선량하다.
그 유일한 예외가 조민우다. 같은 반에 이강모가 등장하기 전까지 그는 거의 ‘완벽남’이었다. 전교 1등에 반장,패거리의 우두머리까지… 이강모의 무모한 도전에 그는 야누스적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가 교장 선생님한테받아온 시험 문제를 내밀자 고민하지만 전교 1등에 대한 욕심 때문에 받아들고 만다. ‘자이언트’에서 유일하게 고뇌와 번민이 있는 입체화된 인간이다.
‘타고난 악역’이 아니기 때문에 미워할 수만은 없었던 ‘복합적’ 악녀의 원조는 M본부 ‘이브의 모든 것’의 김소연이다. 10년 전 꼭 이맘때 방영되던 이 드라마의 연출자는 "김소연이 악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믿었다"고인터뷰에서 밝혔던 기억이 난다.
이 드라마의두 여성 중 프로타고니스트는 채림이었지만, 인기는 김소연이 훨씬 높았다.물론 가장 큰 이유는 채림의 도저히 들어줄 수 없는 ‘아나운서 연기’에 비해 김소연은 진짜 아나운서라고 해도 믿을 만큼 연기력이 뛰어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민폐형 캔디’에 가까웠던채림에 비해 김소연은 어려운 환경에서 독하고, 악해질 수밖에 없으면서도 애인(한재석)의사랑과 희생에갈등하던 ‘인간적인’ 악녀였기 떄문이다. 이러한 ‘입체적 악녀’의 계보는 ‘천국의 계단’의 김태희까지 이어지면서한동안 드라마의 필수 요소이자 트렌드가 되었었다.
‘자이언트’는 이제 성인 연기자들에게 넘어갔다. 스케일이 아닌 스토리로 가겠다면 주인공들의 캐릭터가 차별화되고, 조금 더 복합적이어야 한다. 다행히 맏형 이성모를 박상민이 맡은 것으로 보면 단순한 ‘착한 나라’에서 어떤 변신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한다. 이강모를 연기하는 이범수 역시 ‘독함’ 이외의 뭔가가 더 필요하다. 열길 물 속보다 알기 어렵다는 한길 사람 속이 너무 빤히 보이는 드라마는 리얼리티를 가질 수 없기 때문에 ^^
Hi_story
2010년 6월 4일 at 9:53 오후
무슨 얘길하려다가 전화가 오는 바람에 다 잊어버렸읍니다. 기회가 되면 드라말 보고 다시 오도록 하지요. 한국 이름들이 도무지 외워지질 않아 애를 먹는데 어진이님은 기억할 것 같습니다.
라인강
2010년 6월 6일 at 2:27 오후
나는 우리나라 드라마의 국제적인 진출 그것도 미국에 대한 진출을 꿈꾸며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나라 드라마의 스테레오 타입화에 기가막혀 어이가 없을 정도이다.
전에는 우리 드라마는 애국심이 조금씩은 살아 있고 미국 드라마는 정신이고 무엇이고 오만 허접한 것들이 굿판을 치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본인의 이러한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근자에 따져본바로는 철저히 반대이다.
예를 들어서 테러를 다룬 저들 미국 드라마에는 애국심이나 사회적인 메세지가 놀랍도록 분명하게 살아 있으나 우리의 아이리스에는 아무리 눈을 부름뜨고 보아도 이런것이 없다.
미국 드러마는 베끼느라고 수고는 하기는 하였으나 보고나서 남는 맛이 없다.
도대체 작가라는 애들의 머리에는 무엇이 들었다는 말인가 ?
아이리스를 보고 무엇이 남는가 ?
우리의 영화를 보고 과연 무엇이 남는가 ?
남는것이라고는 남쪽군인들과 분쪽군인들이 자덩하게 손잡고 춤을 춘다 정도인가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찌 지난 10년동안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가 나왔는데 진실로 우리사회의 국민들에게 애국이라는 관점에서 추천을 할만한 영와나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전무한가 ?
북쪽에 았는 애들은 입만 열면 이명박 패당이라고 온갖 악담을 입에 달고 사는데
우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라는 존칭을 어쩌면 그리도 철저히 잘도 부치고 사는가 ?
라인강
2010년 6월 6일 at 2:35 오후
다른것은 다 좋다 !
붉은물이 함뻑들은 애들은 지들끼리 양치기 소년노릇을 하다가 망하면 그뿐이다.
그러나
우리의 조선일보나 문화일보 등을 보아도 우리의 영화계 등 문화계에 들어차 있는 약 3000명 가량의 극좌성향의 인간들에 대한 분석이 전혀 없다.
저들은 이문열이라면 이를 박박 갈며 분성갱유 조차도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있으나
우리 조선의 발판에서는 조정래나 황석영이나 문근영이나 그저 여유롭고 한가하게 봄바람만 분다.
오히려 저들이 조선과 인터뷰라도 하는 자들을 철저히 따돌림을 하며 죽일놈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