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셉션 vs. 익스펜더블, 상반된 ‘과유불급’

8월에 매우 대조적인 영화 두 편을 봤다. ‘인셉션’과 ‘익스펜더블’. 전자는 생각이아주 많아서, 후자는 너무생각 없이 봐서 기억에 남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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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00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인셉션’은 매우 훌륭한 오락 영화이다. ‘다크나이트’와 ‘매트릭스’가 결합되었다는 홍보 카피가 딱 어울린다. 아이디어는 참신하고, 스케일은 블록 버스터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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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앞의 두 영화에 비해 ‘인셉션’의 철학적 깊이와 울림은 다소 떨어진다. ‘다크나이트’가 선과 악의 구분, ‘매트릭스’가 현실과 가상 세계의 구분이라는 고전적/당대적 문제의식을 가졌던 데 비하면 ‘인셉션’은 블록버스터를 ‘좀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 꿈을 빌려온 느낌이다. 마치 ‘매트릭스’가 가상 현실이라는 이유로 총알을 피하는 네오를 합리화 했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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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영화 자체는 나무랄 곳이 없다. 2시간이 넘지만 머릿속은 복잡하고, 손에는 땀이 고이기 때문. 2중, 3중의 꿈 속으로 들어갈 수록 시간의 흐름이 빨라진다는 설정은 SF 영화가 아니라 논문의 내적 타당화 과정을 보는 듯 하다. 덕분에 ‘매트릭스’의냄새가 물씬 풍기는 액션신들도식상하지 않다. 다만 마지막설원 위에서의 총격전은 ‘다이하드2’ 수준이라서 좀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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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셉션’의 아쉬움은 영화가 아니라 관객들이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영화가 너무 어려워서 두번은 봐야 한다"는 소문이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3, 4중의 피카레스크 구조일 뿐 그렇게 난해한 것 같지는 않았다.

또 다른 화제인 ‘결말설’ 논쟁도 마찬가지다. ‘일장춘몽’이었다는 설부터 감독이 관객들에게 ‘인셉션’을 시도했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영화는 그냥 영화일 뿐, 감독은 속편 제작을 위해 다양한 가능성을 남겨 놓았을 뿐인 듯 하다. 결말의 해석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순간 감독이 전혀 의도하지 않았을 ‘인셉션’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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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실버스타 스텔론의 ‘익스펜더블’은 사고의 깊이가 ‘인셉션’의 백만분의 일도 되지 않는다. 영화의 제작 의도 자체고 그렇지만, 스텔론이 말년에 친분 있는 동료 배우들과 취미 활동으로 만든 것 같다. 일년에 두세편씩 ‘생각 없는’ 액션물을 찾는 아버지와 나의 취향에도 좀 심판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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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윌리스와 아놀드 슈왈츠제네거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이 영화는 시종일관 죽이고, 때려 부순다. ‘람보’의 활동 무대가 아프리카의 한 독재 국가로 바뀌었을 뿐이다.병력이 200여명인 국가랬는데, 스탤론과 그의 동료들이 2000명은 해치웠을 것 같다. 스토리가 없어도 너무 없는,완벽한 F급액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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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스탤론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아주 불만스럽지는 않다. 기억도 가물가물한 너댓살 때 그의 출세작 ‘록키’를 처음 본 나도 그 중 하나. 예전 같으면 붕붕 날아다녔을 그가 이륙하는 비행기를 겨우 겨우 타고, 젊은 동료에게 "좀 빨리 뛸 수 없어?"라고 핀잔을 듣는 대목에서는 눈물과 웃음이동시에 났다. ‘록키와 람보도 늙으니까 사람이되네’라는 생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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