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고사가 끝난 로스쿨 학생들의 화제거리 중 하나는 입학 경쟁률이다. 지난주(15일) 원서접수를 마감한 결과 25개 로스쿨 평균 경쟁률은 지난해보다 0.3 정도 오른 4.8대 1. 하지만고려대, 이화여대 등 서울의 주요 로스쿨은 경쟁률이 크게 오른 반면 기타 학교들은 상당히 떨어졌다.
그 이유와 분석은 각자 다르다. 로스쿨 역시 소위 ‘스카이’로 몰리기 시작했다는 것에서부터작년의 저조한 경쟁률은 ‘2년차 징크스’에 불과했다는 것까지. 다만 모두가 공감하는부분은 서울의 주요 로스쿨 진학은 지난해보다 훨씬 어려우리라는 점이다.’최상위권 아니면 가지 않겠다’는 지원자들이 많아진 데다가기존 로스쿨의 재수-삼수생까지 가세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로스쿨, 특히 서울대 로스쿨에는 어떤 이들이 다니고 있을까. 이하는 객관적 자료에 토대를 둔 게 아닌 어디까지나 지난 8개월간의 경험에 입각한내용이다.
젊디 젊은 대학원-평균연령 26세
대다수 전문대학원과는 달리 서울대 로스쿨생들은 매우 젊다. 아니, 어리다는 표현이 더 적절하다. 학교 측이 구두로 언급한 신입생들의 평균 연령은 26~27세 사이다. 1기가 26세 후반, 2기는 26세 전반이라고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의 평균 나이가 예상보다 훨씬 적다는 것은 이미 전문지 등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하지만 서울대의 경우는 그보다도 1살 이상 어린 편이다. 세간에 떠도는 ‘젊은이 선호’가 아주 허언은 아니었던 셈이다.
로스쿨 역시 석사과정이므로 26세가 어리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전문대학원인 경영전문대학원이나 최근 존폐의 기로에 놓인 의치전의 평균 나이가20대 후반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젊다. 로스쿨의 도입 취지상 직장 경험이 2~3년 있는 이들을 뽑는다는 점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그 때문인지 로스쿨에는 학부를 4년 만에 마친 ‘조기 졸업생’들이 상당히 많다. 요새 학부를 4년 만에 졸업하는 경우는 10%가 채 안되는데 말이다. 남학생 가운데 군미필자도 대략 3분의 1정도. 이들 덕분에 평균 연령 26세가 가능해진 셈.
이러한 연령 분포는 한 학기에 한두번 있는 출생연도별 모임(?)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1987년생, 1986년 생 모임은 출석률이 절반만 되어도 열명이 넘는데 1981년, 1982년생은 전원 출석해야 예닐곱명이 될까, 말까 한다고 한다. 심지어 70년대 생은2개 학년을 통틀어야 10명 남짓. 원로원을 꾸려야 할정도다.
‘신의 직장’을 떠나온 그들
서울대 로스쿨의 직장 경력자는 예상보다 적다. 1기가 열명에 두셋, 1기는 한둘 정도. 물론 다른 전공 석사학위 이상 소지자를 포함하면 조금 비율이 높아진다.
하지만 이제 이들의 ‘기회비용’이 되어버린 직장의 면면은 화려하다.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의사, 한의사는 물론 각종 공기업 국책은행, 5, 6급 공무원까지 다양하다. 시중은행과 대기업을 떠나온 이들도 적지 않고, 특히 1기에는 공인회계사나 변리사 자격증을 이미 가진 경우도 열 명이 넘는다.대학을 갓 졸업한 몇몇 동료들은 "왜 그런 직장을 그만두고 오셨어요?"라고 묻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모두의 사연은 가지각색이지만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인 비전. 보수도괜찮고, 근무환경이 나쁘지 않아도 10년, 15년 선배들의 모습을 보면그렇게 늙어가고 싶지는 않았다는 것이다.요즘같은 시기에 배부른 고민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 것만은 분명하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소위 ‘연봉 업그레이드’를 목표로 로스쿨을 선택했다는 직장인은 찾기가 쉽지 않다. 돈 때문이었다면 대형 로펌을 선호도가 높아야 할 텐데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사회 경험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대형 로펌들의 근무 강도를 알고, 급여가 많을 수록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하는 현실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도리어 대형 로펌을 가겠다는 경우는 젊을 수록 높아 보인다.
압도적인 상경계열, 희귀한 문사철
직장 경력자와 함께 로스쿨의 특성은 다양한 학부 전공이다. 특히 2기의 경우 학부 법학 전공 비율이 낮아지면서 한층 다채로워진 느낌이다. 여전히 법학 전공자 비율이 높지만, 상경계열과 공학 비율도 비슷해 이 세가지 전공자가 절반 안팎이다.
특히 상경계열(경제-경영) 출신은 매우 많아 둘을 합치면 20명이 훌쩍넘는다. 이는 다른 사회과학계열 전공자를 모두더한 것보다 많다. 마치 기업체들의 전공 선호도가 반영된 것 같은 느낌이다.
반면 인문학 전공자는 그 절반 수준이고, 대부분이 어문학 계열로 이른바 ‘문사철’ 가운데 역사, 철학 전공자는 매우 드물다. 지원 자체가 적은 것인지, 아니면 전형 과정에서 탈락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그 때문인지 다른 계열 전공 집단에 비해 여학생 비율이 훨씬 높기도 하다.
내년에 3기가 들어오면 드디어 로스쿨도 1,2,3학년을 모두 갖추는 원년이 된다. 1기와는 달랐던 2기처럼 3기에는 또 어떤 이들이 입학하게 될까? 지금까지의 인적 구성을 유지할지, 아니면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