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가 많았던 ‘아테나: 전쟁의 여신’이 시작했다. 기대가 컸던 ‘아이리스’가 그랬던 것처럼’아테나’ 역시 1, 2부는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특히 2부.
1부의 도입부는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매체들은 수애의 ‘니킥’에 집중했지만, ‘유동근팀’과 ‘차승원팀’이 벌인 초반 30분의 접전은 블록버스터의 인트로로 손색이 없었다.
그런데 2부는 좀 아니었다. 특히 원래의 도입부가 될 뻔 했다는 수애와 정우성의 액션신은 정말 ‘만화’ 같았다. 홍콩 르와느 전성기 때의 주윤발과 유덕화가 돌아와서 이들 남녀의 상대는 안 될 것 같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두 정우성의 일장춘몽이었지만.
물론 정우성은 인터뷰에서 이병헌과는 다른 캐릭터를 구축하겠다고 했다. 첩보원이라고 해서 진지하기만 한 게 아니라 유쾌하고 친근해보이겠다는 것. 하지만 ‘아이리스’의 이병헌도 충분히 명랑+쾌활했고, 여러 사건를 겪으면서 진지해졌다. 내 사고 방식이 구시대적인지 몰라도첩보원으로서 정우성의 모습은 포스트모던을 넘어 아방가르드하기까지 하다.
극에 몰입하기 힘든 설정은 이 뿐만이 아니다. 국정원 홍보관에 근무한다는 수애의 유니폼은 눈요기용 세일러복을 연상시킨다. 어느 관공서 홍보관에 그런 옷차림의 직원이 있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웃음 코드로 넣어놓은 정우성과 이한위의 콤비 플레이는 어설프다 못해 거슬리고, 김민종과 이지아의 등장을 위해 집어넣은 에피소드들도 개연성이 떨어진다. 비록 그게 1부의 김명국 박사 실종 사건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게다가 정우성과 이지아가 연인이었음을 증명하는 회상씬들은 이국적이다 못해 이질적이다. 이들의 전직이 무엇이었는지 모르지만 해외 곳곳을 누비며 럭셔리한 휴가를 즐기는 모습들은 뭔가 안 어울린다. 위험수당이 많아서 가능할까? 월급쟁이 공무원들의 밀월 여행은’아이리스’에서 이병헌+김태희의 일본 외유 정도가 한계가 아닐까.
정우성의 어색함은 익히 예상했던 것이므로 사실상키는 수애가 쥐고 있다.지명도와 인기에서는 김태희에 못 미치지민, 캐릭터의 힘과연기력으로 극복했던 김소연처럼 될 수 있을까? 1,2부 만으로는 확신하기 어렵다.
그에 비하면 이지아는 훨씬 ‘요원’ 같다. ‘태왕사신기’의 이미지 때문인지 그녀는 여전히 보이쉬한 역할이 어울린다. ‘태왕사신기’, ‘베토벤 바이러스’로 고공행진을 하다가 ‘스타일’에서 추락을 경험했던 이지아가 어느 정도 안정감을 보일지가 관심사.
차승원의롤 모델은 분명’아이리스’의 정준호가 아닌 김승우일 것이다. 사실 ‘아이리스’의 가장 큰 수혜자는 김승우라고 할 만큼 ‘미친 존재감’을 보여줬으니까. 차승원은 충분히 그럴 만한배우다.
걱정스러운 점은 그의 캐릭터. 한국인으로 보는 그가 어쩌다가 ‘미제의 앞잡이’가 되었는지의 스토리도 필수적이지만, ‘공수 겸장’은 다소 부담스럽다.여포의 무력을 갖춘 공명, 관우만큼의 무공을 지닌 사마의… 상상도 안되지만, 매력도 없다. ‘아이리스’의 이병헌이 매력적이었던 것은 머리 쓰는일은 김태희가 전담했기 때문이 아닐까?
북한의 오렌지족 출신으로 등장하는 김민종. 뭔가 기분이 묘하다. 한때 완벽한 주연급이었는데, 그래도 ‘신불사’에서는 부족하나마 세컨이었는데 ㅎㅎ 세월의 흐름 탓인지, 스스로 변화를 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금은 서글프다.
지난해 ‘아이리스’ 역시 2부가 최악이었다. 전개도 느렸고,편집도 튀었으며, 고문받는 이병헌과 정준호의 고통에 전혀 공감하거나 몰입할 수 없었다. 그래서 아직 희망적이다.이후 ‘아이리스’는 점점 더 나아졌으니까. 단순한 비쥬얼과 스케일 이외에 ‘북한’과 ‘핵무기’ 없이도 스토리와 카타르시스를 주리라는 기대와 함께.
김진용
2010년 12월 21일 at 3:42 오후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