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CSI를 표방한 SBS 드라마 ‘싸인’이 시작됐다. 소재도 특이하고, 캐스팅도 화려해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이번에도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권선징악의구도에 전문성보다는 신념과 의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무척 밝고 산뜻한 국과수 곳곳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견학갔던 국과수는 알 수 없는 음습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부검실도 깔끔했지만, 백열등이 아닌 형광등 느낌의 밝음이 자리자고 있었다.
박신양이 돌아왔다. 어쩐지 ‘꼴통’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에게 이 역은 적역이다. 다만 스테레오 타입에서 얼마나 벗어날지는 의문.
김아중도 간만 등장한다. ‘미녀는 괴로워’ 때문에 과대포장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녀가 이번에는 뭔가 보여줄 지도 관심거리.
그녀의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패셔니스타로서의 영향력은 무한한 모양이다. 이미 관련 사이트 곳곳에는 김아중이 1, 1회 때 입고 있었던 옷과 들었던 가방 등이 올라와 있다.
처음에 너무나 달라보여 누구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엄지원. 드라마에서 강한 배역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1회에서의 가죽 롱코트는 오버가 아니었을까. 극중에서 박신양의 과거 연인이었다는 설정도 좀 식상.
전광렬처럼 비슷한 캐릭터에 똑같은 연기로 성공하는 배우는 드물다. 역시 ‘버럭’ 캐릭터인데 전작 ‘제빵왕 김탁구’와는 달리 이번에는 악역이라는 것.
그 역시 기억해내는데 오래걸렸다. 워낙 껄렁껄렁한데 잘 생겼기 때문에. 연기력보다는 비쥬얼로 승부하던 정겨운의 변신도 관심거리 중 하나.
한국판 CSI를 표방했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싸인’은 처음부터 그렇게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건 부검 장면 재연이나 각종 특수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정치의 과잉’ 탓이다.
미국 CSI의 지역별 시리즈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외압’이 주된 화두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철저히 범죄자와,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대결한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런데 ‘싸인’은 1회부터 거대한 힘과 정치를 내세웠다. 그리고 여기에 순응하는 로펌 대표, 검찰 고위 간부, 전광렬과 저항하는 국과수 원장과 박신양, 김아중으로 대립 구도를 설정했다. 엄지원은 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저항 쪽을 택할 모양이다.
물론 선악의 대결 만큼 흥미진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판 CSI를 표방했다면, 뭔가 좀 보여줄 만큼 보여준 다음에 권선징악으로 갔어야 하지 않을까? 박신양과 전광렬의 대립은 외압에 대한 저항과 순응이 아니라 같은 시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 내지 과학적 논쟁이 우선되었어야 한다.
처음부터 ‘정치화된’ 전광렬은 결코 ‘과학적 지사’인 박신양의 상대가 될 수 없고, 그렇다면 시청자로서는 이미 결과가 나온 게임을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전의 히트작인 ‘하얀거탑’도 후반부에는 선악 구도로 흘러갔지만, 전반부에서 장준혁(김명민)의 전문성과 치열함이 충분히 증명되었기에 막판까지 악인인 그를 버릴 수 없었던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검찰을 동네북처럼 몰아가거나 엄청난 음모 집단으로 그리는 것도 이제 좀 식상하다. 그게현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부한 레퍼토리라는 이야기. 국과수 소재의 드라마에서 굳이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임을 재확인해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1부에서 엄지원이 박신양에게 하던 말, "당신은 내가 의뢰하는 부검만 하면 된다"는 말은’싸인’을 위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부검의는 부검실에서 부검 결과로 말하는 게 어울리지, 살인사건 현장에서 CCTV를 분석하고, 범인의 동선을 쫓는 모습은 어울리지않는다. 그들은 부검의이고, 과학자이기 때문에.
CSI의 후반부 에피소드 중에 약간 스케일이 커지고, 요원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 재미 없었고, 왜 저러나 싶었다. 과학으로 풀어가야 할 CSI가 소재가 고갈된 듯 보였다. ‘싸인’도 마찬가지이다. ‘과학’ 아닌 ‘정치’로 풀어간다면, 지금까지 전문직들이 나와 연애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이전 전문직 ‘사칭’ 드라마의 아류로밖에 남을 수 없을 것이다.
한국판 CSI를 표방한 SBS 드라마 ‘싸인’이 시작됐다. 소재도 특이하고, 캐스팅도 화려해 기대된다. 하지만 ‘전문 드라마’로서의 가능성은 이번에도 접어두어야 할 것 같다. 아직까지는 권선징악의구도에 전문성보다는 신념과 의지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무척 밝고 산뜻한 국과수 곳곳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2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견학갔던 국과수는 알 수 없는 음습한 분위기가 없지 않았다. 부검실도 깔끔했지만, 백열등이 아닌 형광등 느낌의 밝음이 자리자고 있었다.
박신양이 돌아왔다. 어쩐지 ‘꼴통’ 이미지가 떠오르는 그에게 이 역은 적역이다. 다만 스테레오 타입에서 얼마나 벗어날지는 의문.
김아중도 간만 등장한다. ‘미녀는 괴로워’ 때문에 과대포장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그녀가 이번에는 뭔가 보여줄 지도 관심거리.
그녀의 연기력과는 무관하게 패셔니스타로서의 영향력은 무한한 모양이다. 이미 관련 사이트 곳곳에는 김아중이 1, 1회 때 입고 있었던 옷과 들었던 가방 등이 올라와 있다.
처음에 너무나 달라보여 누구인지 고민하게 만들었던 엄지원. 드라마에서 강한 배역은 거의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1회에서의 가죽 롱코트는 오버가 아니었을까. 극중에서 박신양의 과거 연인이었다는 설정도 좀 식상.
전광렬처럼 비슷한 캐릭터에 똑같은 연기로 성공하는 배우는 드물다. 역시 ‘버럭’ 캐릭터인데 전작 ‘제빵왕 김탁구’와는 달리 이번에는 악역이라는 것.
그 역시 기억해내는데 오래걸렸다. 워낙 껄렁껄렁한데 잘 생겼기 때문에. 연기력보다는 비쥬얼로 승부하던 정겨운의 변신도 관심거리 중 하나.
한국판 CSI를 표방했고, 많은 이들이 기대했지만 ‘싸인’은 처음부터 그렇게 갈 생각이 없는 것 같다. 그건 부검 장면 재연이나 각종 특수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바로 ‘정치의 과잉’ 탓이다.
미국 CSI의 지역별 시리즈를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외압’이 주된 화두로 등장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철저히 범죄자와, 그리고 인간의 본성과 대결한다. 그래서 과학적이고, 이성적이다.
그런데 ‘싸인’은 1회부터 거대한 힘과 정치를 내세웠다. 그리고 여기에 순응하는 로펌 대표, 검찰 고위 간부, 전광렬과 저항하는 국과수 원장과 박신양, 김아중으로 대립 구도를 설정했다. 엄지원은 둘 사이에서 갈등하다가 저항 쪽을 택할 모양이다.
물론 선악의 대결 만큼 흥미진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최소한 ‘한국판 CSI를 표방했다면, 뭔가 좀 보여줄 만큼 보여준 다음에 권선징악으로 갔어야 하지 않을까? 박신양과 전광렬의 대립은 외압에 대한 저항과 순응이 아니라 같은 시신에 대한 서로 다른 견해 내지 과학적 논쟁이 우선되었어야 한다.
처음부터 ‘정치화된’ 전광렬은 결코 ‘과학적 지사’인 박신양의 상대가 될 수 없고, 그렇다면 시청자로서는 이미 결과가 나온 게임을 어떻게 그렇게 되는지 지켜보는 것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공전의 히트작인 ‘하얀거탑’도 후반부에는 선악 구도로 흘러갔지만, 전반부에서 장준혁(김명민)의 전문성과 치열함이 충분히 증명되었기에 막판까지 악인인 그를 버릴 수 없었던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아울러 검찰을 동네북처럼 몰아가거나 엄청난 음모 집단으로 그리는 것도 이제 좀 식상하다. 그게현실과 다르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진부한 레퍼토리라는 이야기. 국과수 소재의 드라마에서 굳이 검찰이 또다시 권력의 시녀임을 재확인해 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그런 면에서 1부에서 엄지원이 박신양에게 하던 말, "당신은 내가 의뢰하는 부검만 하면 된다"는 말은’싸인’을 위해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부검의는 부검실에서 부검 결과로 말하는 게 어울리지, 살인사건 현장에서 CCTV를 분석하고, 범인의 동선을 쫓는 모습은 어울리지않는다. 그들은 부검의이고, 과학자이기 때문에.
CSI의 후반부 에피소드 중에 약간 스케일이 커지고, 요원들이 총격전을 벌이는 경우가 있었다. 재미 없었고, 왜 저러나 싶었다. 과학으로 풀어가야 할 CSI가 소재가 고갈된 듯 보였다. ‘싸인’도 마찬가지이다. ‘과학’ 아닌 ‘정치’로 풀어간다면, 지금까지 전문직들이 나와 연애하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이전 전문직 ‘사칭’ 드라마의 아류로밖에 남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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