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토론] 선전한 오세훈, 선방한 곽노현

오래간만에 TV토론을 끝까지, 주의깊게 봤다. 이슈가 된 토론이 대부분 정치공세 및 공방으로 끝나는데 반해 이번에는 비교적 들을 만 했다. 또 입씨름 중에서도 기술적으로 짚어볼 만한 대목들도 적지 않다.

스튜디오스케치.jpg

결론적으로 오세훈은 선전했고, 곽노현은 선방했다. 전반적인 준비는 오세훈측이 더 한 것으로 보였지만, 곽노현측은 카운터펀치가 될 만한 공세를 적절히 비켜갔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주민투표 자체가 오세훈에게는 굉장한 정치적 부담이고, 사실 승산도 높지 않다. 세상에 어느 누가 애들 밥 공짜로 주자는데 반대하겠는가. 게다가 ‘가난한 아이, 부자 아이 편가르는 나쁜 투표’라는 야권의 공세는 반대편이 듣기에도 호소력이 매우 크다.

이러한 감성적 분위기에서 오세훈은 비교적 이성적으로 쟁점을 부각시키는데 성공했다. 특히 아이들의 낙인 효과 방지를 위해서는 무상급식이 아닌 급식제도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그래도 안될 경우에 예산이 필요한 무상급식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식의 제도 개선안이 민주당이 위원장인 국회 교과위에 묶여 있다는 점도 환기시켰다.

오세훈곽노현표정.jpg

곽노현의 선방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어눌한 말투를 유지하면서도 ‘정치 문제가 아닌 밥상 문제’라는 키워드를 반복적으로 강조했다. 장기적으로 수학여행비 등도 무상이 되어야 한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답변하기 곤란하거나 불리한 질문은 무시하거나 본인 측 입장으로 환원시켰다. 최후 발언에서 한 초등학생의 시를 인용한 것은 전면 무상급식 주장자들의 방법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다.

이러한 선택은 전략적으로 매우 현명하다. 소문난 달변인 오세훈과 정면승부를 벌일 이유가 곽노현에게는 없다. 그래서 지난해말부터 이어진 공개토론 제안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공방이 필요한 부분은 파트너인 홍헌호 위원에게 맡겼다. 손수 하나, 하나 반박하는 오세훈에 비해 이미지 메이킹에도 성공한 셈이다.

전원책과상대방.jpg

양측 파트너로 전원책 변호사와 홍헌호 연구위원을 배치한 것은 토론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기여했다. 일대일 토론의 단조로움과 집단 토론의 산만함 가운데 중용을 찾은 듯 했다. 별론으로 진행자의 진행 솜씨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이 두 파트너가 오세훈과 곽노현의 지지자를 확산시키는데기여했는지는 의문. 전원책의 발언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그 방법과 수위는 지나치게 구시대적이었다. 특히 ‘남자라면…’과 같은 마초적인 표현에는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정녕 보수 논객들은 2~30대와는 소통할 생각이 없는 것일까.

홍헌호 위원 역시 내용보다는 태도에서 점수를 많이 잃었을 것 같다. 시종일관 얼굴을 떠나지 않던 웃음은 미소라기보다는 조소, 아무리 잘 봐도 냉소로 보였고 말투와 억양은 가벼웠다. 친근감은 느낄 수 있어도 진지함이나 신뢰감과는 거리가 있었다. 또 맡은 역할이 ‘배드캅’인 탓인지 쟁점보다는 오세훈의 탄핵에 치중하는 인상이었다.

오세훈곽노현악수.jpg

어제도 그렇고, 요즘 토론을 보면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야’라는 노래가 떠오른다. 8~90년대에 비하면 토론 문화가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정말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이 상대방을인정하고 존중하는지는 의문이다. 모두 웃음을 머금고 있지만 가식은 아닌지.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고 있지만, 그다지 이야기할 생각은 없지만 민주주의가 그래야 한다니까,그렇지 않으면 다원주의자란 평을 받을 수 없으니까 모두 연기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나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더욱 더불어 조화롭게 산다는 ‘공화국’의의미가 멀게만 느껴진다.

7 Comments

  1. 목소리

    2011년 8월 14일 at 1:34 오후

    토론 보다 빛나는 관전평입니다.

    중립성을 잃지 않고 글쓰기가 쉽지 않음에도,,,,

    오랜만에,,,

    좋은 관전평을 보았습니다.

    토론은 민주주의의 토석이고,,,,첨예한 이익의 대립관계에서,,,

    사람들은 흑백 논리로만,,,대립하고 있습니다.

    논리는 없고 비난만 나무하는 세상에서,,

    바로보는 눈은 중요한 중심입니다.   

  2. 배영선

    2011년 8월 14일 at 6:13 오후

    흠… 글쎄요. 토론이라는게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의 논리를 깨부수는거 아닌가요? 곽노현 시장은 논리라고는 하나도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감정에만 호소하고… 마지막 시낭송이 정말 압권이였죠.ㅎㅎ 정상인이라면 다 알겁니다. 오세훈의 완승, 곽노현의 완패였다는걸… 그래도 보수가 2~30대와의 소통이 절실하다는 것은 완전 공감합니다. 좌파들은 트위터다 페이스북이다 그걸로 선동하고 퍼트리고 난리도 아니던데… 스마트폰 달고사는 젊은 아이들이 쉽게 현혹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3. 한규만

    2011년 8월 14일 at 9:27 오후

    제가 봤을때는 오세훈 시장의 완승이라 생각합니다. 보통 신념과 확신이 있을경우 감정이 아닌 이성에 호소 하는 법이고, 그렇지 못할때 감정에 호소 하고 상대방의 다른 약점을 파고 들죠. 오늘 곽노현 시장과 홍헌호 위원이 그러했네요. 선거용으로 만들어진 무상급식을 감정에 호소해 무리하게 껴맞추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4. 라인강

    2011년 8월 14일 at 11:54 오후

    저는 이것의 결과를 국민들이 어찌 보는가 궁금해서 열개가 넘는 매체를 뒤져 보았습니다. 물론 사상과 이념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였으나 대개는 오세훈 시장의 압도적인 승리라는 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을 봅니다. 저 조차도 그동안 별로라고 생각하던 오세훈이 다시 보이던 그런 준비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낀 좋은 토론이었습니다. 오세훈은 이번 도박에서 상당히 많은 것을 거둘것으로 보입니다.    

  5. 타향살이

    2011년 8월 15일 at 1:45 오전

    소위 진보니 좌파니 하는 사람들 토론할때보면 누구 할것없이 반대편 토론자를 비웃는듯한 혹은 깔보는듯한 미소, 소위 조소 혹은 냉소를 짓고 있던데 어디서 교육을 받고 나옵니까? 어디 가르쳐주는데가 있어요? 아마 상대를 자극해서 토론을 당신들에게 유리하게 끌고가려는 술책인듯 한데 그 모습이 역겹습니다. 그러지 마세요. 당신들의 이념과 주장이 정말 그렇게 옳고 정당하다면 그 이전에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먼저 보여주세요.   

  6. 가물치

    2011년 8월 15일 at 3:08 오전

    전라도 사람이 서울말 배우면 홍헌호같은 억양이 됩니다. 한 마디로 옆에 있으면 귀싸대기라도 한 방 올려주고 싶더군요. 어떡하다 곽노현이같은 인간이 수도 서울의 교육책임자가 되었는지 참 웃기는 세상이네요   

  7. 초류향

    2011년 8월 15일 at 3:19 오전

    오세훈이 벼르디 벼른 칼에 곽노현의 혀가 잘려 나갔는지 계속 어버버만 하다가 끝나더만 무슨 선방?   

Leave a Reply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