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공주의 남자’, Antagonist 신면(송종호)

‘공남(공주의 남자)’가 끝났다. 가장 현대적인 사극, 팩션의 절정을 보여줬다. 16부가 아닌 24부였음에도 끝까지 늘어지지 않고 탄탄한 전개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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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드라마의 핵심은 승유와 세령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사극이지만 가장 (서구) 근대적인 소재를 택한 것.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서 인간은 개인이 되고, 기존의 가족, 제도, 국가에서 벗어나 ‘전사’가 된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존재, 누구나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변신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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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령(문채원)은 그 전형을 보여준다. 가장 극단적으로 아버지인 수양과 대립하기 때문. 연인과 부모 사이의 대립, 제일 잔인하지만 그만큼 강력한 개인을 탄생시킨다. 초반부에 걱정스러웠던 문채원은 중반 이후 세령의 캐릭터에 충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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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승유(박시후)는 고전적이다. 끝까지 아버지의 복수, 수양에 대한 응징을 멈추지 않는다. 그 때문에 세령을홀로 두고 떠나곤 한다. 박시후의 연기는 무난했으나 외모는 확실히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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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커플인 경헤공주(홍수현)와 정종(이민우). 상대적으로 불안했던 메인 커플을 끝까지 받쳐줬다. 후반부로 갈수록 승유-세령 커플보다 이들의 사랑이 더 절절하게 다가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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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우의 호연에 대한 극찬이 많았다. 마치 새로운 연기파 배우를 찾은 것처럼. 하지만 그는 30년 경력의 베테랑이고. 그에 비하면 이번 작품에 대한 찬사는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본인이 모른다고 뉴스라고 생각하는 데스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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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도 마찬가지. 이번이 분명 계기가 되겠지만, 문채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후광이 작을 것 같은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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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고수들의 조연도 무시할 수 없다. 시종일관 극의 중심을 잡은 건 다름 아닌 수양대군(김영철). ‘대왕세종’에서 두드러졌던 그는 ‘공남’에서는 반 발짝 정도 물러나는 ‘짐짓’의 관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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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에도 계유정란이 등장하면 김종서를 맡았던 이순재. 이번에는 1번 주자의 역할이었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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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로 향하는 배에서 나타날 때부터 오래 나올 것 같았던 김뢰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중반 이후 극을 이끌었다. ‘일지매’에서도 박시후의 스승이더니, 여기서도 다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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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이들은 ‘공남’의 씨줄과 날줄로 계유정란과 러브 스토리를꼽는다. 하지만 신면-정종-김승유의 ‘우정’이 더해져 공남은 3D 입체 드라마가 될 수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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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앤타고니스트, 신면(송종호)이다. 가장 비극적인, 그래서 계속 마음에 남는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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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낯선 배우가 맡았기에 배역의 비중이 낮을 줄 알았다. 그러나 1부부터 24부까지 극의 중심에 섰다. 스스로도 복잡미묘했고, 보는 이의 마음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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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의 대사처럼 그는 ‘훤훤장부’이다. 하지만 명분, 가문, 우정, 사랑의 복합적 갈등의 중심에서 고통 받는다. 이분법적 선택이 가능한 김승유나 정종에 비해 그는 운신의 폭이 너무 좁다. 그래서 끝까지 외로울 수밖에 없다. 스승과 벗을 도망시키기 위해 병력을 철수하는 장면이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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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아무도 그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무엇을 해도 원죄를 씻을 수 없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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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끝까지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구나"라는 마지막 대사는 그의 심정을 압축하고 있다. 아무거나 해도 착한 편인 김승유에 비해 신면은 무엇을 해도 나쁜 편이 될 수밖에 없는 스스로에 대한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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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공남’은 성공했다. 작가의 상상력이 어디까지, 얼마나 유쾌하게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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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스토리가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줬다. 특이한 소재와 화려한 영상으로 각광받았던 ‘추노’가 중반 이후 한없이 늘어졌던데 비해 ‘공주의 남자’는 오히려 한두회 늘려야 하지 않나 싶을 만큼 이야깃거리가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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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기대했던 드라마 ‘공남’. 덕분에 즐거운 여름이었다. 이제 일주일 내내 사극만 보던 사극 시즌도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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