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7번방의 선물
뒤늦게 지상파에서 해주는 <7번방의 선물>을 봤다. 화제작이었지만 코미디를 영화관까지 볼까 싶어 미뤄두었었다. 소감은 그러기를 ‘참 잘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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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전반적으로 매우, 매우 어설프다. 예능을 다큐로 받겠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심해도 너무 심하다. 이용구가 받은 수사와 영화의 리얼리티 가운데 무엇이 더 허술한지 고민스러울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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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가 제기한 것처럼 "어떻게 교도소에 애가 들어올 수 있느냐"고 시비(?)를 할 생각은 없다. 그 정도는 ‘설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실제로 며칠 만에 발각되니까, 그럴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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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용구(영구를 연상시키려는 의도가 엿보이는)의 수사와 재판. 아무리 경찰청장이 딸의 죽음에 정신이 나갔어도 피의자 한 명을 잡기 위해 그런 ‘광기’를 부릴까. 시대적 배경은 1997년, 문민정부 말기이다. 어떤 이들은 DJ와 노무현 이전 시대는 다 군부독재인 듯 말하지만, YS정권도 분명 민주 정부였다. 비록 IMF로 우울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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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수사과정에 무리가 있었어도 판사들은 바보가 아니다. 최소한 심신미약 상태의 피의자를 ‘자백’만을 유일한 증거로 유죄판결하지 않는다. 게다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보고서도 있었다는데. 목격자의 증언 역시 범행 과정이 아닌 범행 이후를 목격한 것에 불과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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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사형’이라니. 일반 형법상 살인은 7년이고, 초범이면 그나마 감형된다. 아동성추행이라 특별법이 적용되어도 ‘사형’이 나오기는 어렵다. 그리고 바로 집행? 아마 1997년 YS 정부의 마지막 사형 집행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당시 대다수는 확정판결을 받은지 오래되었거나 흉악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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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로지 ‘영화’로만 보자? 그러기에는 완성도가 부족하다. 이미 훌륭한 ‘바보’ 연기가 많았던 탓에 류승룡의 용구는 그저 그렇다. 조연으로 도가 튼 배우 예닐곱을 감방 하나에 몰아 넣었지만, 그 역시 피상적인 스케치에 머문다. 입체적인 공감을 목표로 했다면 인물 수를 줄이고, 사연의 깊이를 풀어놓았어야 한다. 어느 작품에서나 존재감을 드러내던 정진영마저 다른 배우가 연기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덕분에 캐릭터와 에피소드에 대한 몰입도가 떨어졌고, 일부 관객들처럼 ‘웃을 만 하면 웃고, 울 만 하면 웃기’가 불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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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가족 영화’에 지나치게 날을 세웠다고 할 지 모르겠다. 하지만 진짜 ‘판타지 가족 영화’였다면 성장한 예승을 등장시켜 모의법정을 통해 무죄 판결을 내리는 일은 하지 말았어야 한다. 정식 재심도 아니고, 사법연수원 모의법정이라는, 그것도 국민참여 형태로 판을 벌인 의도가 무엇인지? 이미 영화를 통해서 관객들은 용구가 충분히 억울하고, 예승이 불쌍하다는데 동의한다. 굳이 이런 여론재판은 용구의 억울함을 풀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또다른 누군가를 단죄하려는 의도인가?

<7번 방의 선물>은 <레미제라블>과 비슷한 시기에 흥행했다. 이유는 하나인 것 같다, ‘억울하다’는. 나는 잘못한 게 없는데 당했다는, 우리 편이 이기는 게 정의로운데 졌다는. 그 정서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공감하지 못할 뿐. 다만 <레미제라블>은 그 결과를 수용해서 여운이 큰 반면, <7번 방의 선물>은 ‘자체 사면 및 복권’을 내세워 빛이 바랬다. 언제나 과욕은 금물이다, 특히 어설픈.

2 Comments

  1. 김준곤

    2014년 2월 2일 at 10:37 오후

    완전공감…… 이 영화가 흥행몰이에 성공한것은 관객들의 수준을 대변 합니다……변호인이란 영화가 대박나는것과 비슷한 현상이죠   

  2. 해군

    2014년 2월 3일 at 3:34 오후

    윗분 말씀처럼 영화의 흥행도 관객의 수준에 달렸습니다
    정치가 그런 것처럼…
    그래서 천만 관객을 동원하는 국내 영화가 자주 나오지만 별로 반갑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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