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전형이 ‘특목고와 자사고에 유리’하다는데 동의하기 어렵다. 첫째, 서울대 일반전형에 서류라도 내보려면 특목고 2.5, 자사고 2.0,일반고 1.5 안쪽의 내신 등급이 필요한데, 이는 반에서 거의 전과목 1~3등을 해야 한다. 중학교에서 전교 1~5등만 입학한 외고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등급. 둘째, 비교과 활동(동아리+특기) 기회가 특목고에 훨씬 많지만, 그만큼 내신과 수능 공부할 시간이 부족하다. 덕분에 어지간한 외고-자사고 애들 1학년 때부터 평소 하루 5시간, 시험 때 3시간 이상 못 잔다. 셋째, 특목고 아이들이 구술전형에 강한 것은 토론-발표식 수업을 해서가 아니라 꾸준히 논술-구술 사교육을 받기 때문이다. 학교는 대회를 만들고, 수상실적 기회를 제공할 뿐 훈련과 준비는 모두 학원 몫이다.
기사의 편향된 저의는 곳곳에서 드러난다. 하나, "30명 이상 합격자를 낸 일반고가 하나도 없다"는 리드부터. 대체 "30명"이라는 기준은 어디에서 나온 것인가? ‘서울대 합격자들 낸 일반고가 하나도 없을 숫자’에 불과한 자의적 설정이다. 둘, "정시가 수능 100%라서 공부 잘 하는 특목고가 유리하다"니? 그럼 수능점수 좋은 애가 원하는 대학에 가면 안된다는 건가? 특목고 애들 중 상당수가 이미 내신 불이익 때문에 수시에서는 서울대에 원서조차 못 낸다. 셋, "서울대 관계자는 대부분 일반고 학생이 합격하는 지역균형선발제도 등 일반고를 배려하고 있다"는 정도가 아니다. 일반고가 지역균형선발 합격자의 십중팔구이고, 전체 정원의 3분의 1이 지역균형선발에 배정돼 있다. 일반전형이라면 1차 합격도 어렵고, 구술실력만으로는 연고대도 힘들 애들이 서울대학생이 되어 특목-자사고에서는 역차별이라는 불만이 나올 정도. (물론 대학 4년 간의 학업 성취도를 보면 일반전형보다 지역균형이 더 높게 나온다. 따라서 지역균형선발제도는 교육학적으로도 존립 근거가 충분하다)
일반고 출신인 나로서는 솔직히 특목고보다 일반고 애들을 학원에서 만나는 게 반갑다. 하지만 특목고이기 때문에 특혜라도 받는 듯 ‘눈총’을 주는 사회적 분위기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잘 하는 애들 사이에서 내신에 치이고, 해주는 것 없이 스트레스만 주는 학교, 막상 원써 쓸 때가 되면 하향지원을 강요하는 교사… 30명 넘게 갔다지만, 정작 본인이 가고 싶은 학과를 간 경우는 절반도 안될 것이다, 비인기학과에 마구잡이로 낮춰썼기 때문에 ^^
포커스를 서울대 입시제도와 특목고-자사고 비율에 맞추는 건 1차원적인 포퓰리즘이다. 원래 우수했던 애들이 열심히 3년 더 준비해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게 무엇이 문제인가? 오히려 일반고 애들도 재수를 하면 왜 수능성적이 오르는지, 일반고는 뭘 하기에 수능마저 못 가르치는지 분석해야 하지 않을까. 강남 3구의 재수 비율이 높아서 부가 대물림된다는 영합적인 기사 말고.
Hansa
2014년 2월 12일 at 1:01 오전
맞는 말씀입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