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논술 시장

"방과 후 논술은 안 듣고?"

"작년에는 들었는데, 2학년 때는 안 들으려고요. 시간 낭비 같아요. 그냥 자습하려고요."
서울 소재 한 외고 2학년 학생과의 대화. 소위 ‘방과 후 논술’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논술 수업처럼 ‘시간 낭비’가 되기 어려운 수업도 없는데, 왜 그럴까???
첫째, 비용이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들이 3시간 기준 방과 후 논술 1회에 내는 비용은 5만원으로 적지 않다. 문제는 중간에 업체가 끼어들면서 강사에게 가는 몫은 1/3 이하로 줄어든다. 강사, 업체 그리고 담당 교사 혹은 학교가 나눠먹는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보통 10~15명이 한 반이므로 5만원이면 A급 강사가 출강 가능하지만, 그 1/3이면 C급이 갈 수밖에 없다.
둘째, 관리 부실이다. 시원찮은 강사가 하는데 학교 혹은 교사와 유착되었으니 수업의 질에 대한 모니터링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강의당 인원 수가 20명이 넘어가고, 1:1 첨삭도 어려워진다. 똑같은 애들도 학원보다는 학교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이렇게 부실한 강의를 애들이 좋아할까?
셋째, 학생 편차. 학원은 지망 대학별로 특화반이 돌아가지만, 학교 방과후 수업은 불가능하다. 특목고 2,3학년도 세 반 정도 개강되면 많은 편이라 십수개에 달하는 학교별 집중반 운영이 어렵다. 내신보다 실력 편차가 큰 게 논술 실력인데 두세개반에 대강 몰아넣으니까 교육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방과 후 수업은 조금만 열심히 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 호응이 좋고, 계속 일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다수 학교가 업체와 공고한 카르텔을 맺고 있어 진입 자체가 어렵다고. 논술이 정규 교과로 편입되는 상황에서 한번쯤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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