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중산층, ‘시민’ 역할은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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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의 대중강연이 유행이다. 네이버에 이어 중앙일간지들도 나선 모양. 일반인들로서는 교양을 쌓을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송호근 교수의 이야기는 구구절절 맞다. 중산층은 생겼는데, ‘교양’이 없는 탓에 시민 노릇을 못한다는 것. 공동체와 사회에 대한 책임과 기여보다는 자신과 가족의 안녕과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이다.

매우 공감하면서도 토를 달고 싶은 이유는 한국의 중산층에게 서구의 시민 역할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이다. 서구의 ‘교양있는 시민’은 하루 아침에 형성된 게 아니다.


먼저 교양은 3대가 지나야 체득된다. 굳이 부르디외의 아비투스 개념까지 필요없이 <양반전>을 떠올리면 된다. 허례허식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각종 ‘양반 행세’를 주인공은 결국 포기한다. 양반 문서는 돈으로 살 수 있지만, 몸에 익히는 건 벼락치기로 불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중산층이 등장한 게 1980년대라고 보면 이제 겨우 1대를 지나고 있는 셈. 소위 ‘교양’을 갖추려면 아직 6~70년이 더 필요하다.

또 우리 중산층은 아직 불안하다. 언제든지 중간 계층 이하로 추락할 위험에 직면해 있다. 실제로 1997년 IMF 위기, 2008년 금융위기 때 수많은 중산층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중산층이 내집 마련과 자녀 교육에 목숨을 거는 건 단순히 이기주의가 아니라 생존 본능 때문이다. 부동산 공화국에서 집은 최소한의 안전망이고, 자녀의 학력과 학벌은 재산 없는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전부. 역설적으로 서구의 시민이 스스로가 아닌 공동체에 관심을 갖는 건 계층이 고착화된 탓도 없지 않다.

송호근 교수가 지역사회 참여를 강조한다면 최장집 교수는 정당 참여를 주장해왔다. 그 설득력에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하는 건 아직 한국에서 사익 없이 그런 곳에 나서는 이가 얼마나 있으며, 그나마 이익이 아닌 이념과 신념으로 참여한 결과가 작금의 갈등과 불화이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아직까지 한국에서 추락의 위기감이나 사리사욕 없이 지역 공동체와 정당의 진성당원이 될 수 있는 경제력과 교양을 갖춘 집단은 대학 교수 정도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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