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자기소개서 공통문항, 괜찮을까?

대학교육협의회가 자기소개서 공통 문항을 셋으로 줄였다. 무엇보다도 ‘지원동기’ 문항이 빠진 게 눈에 띈다. 간소화 차원에서 지난해 넷에서 올해 셋으로 줄인 것이라고. 하지만 걱정이 앞선다. 다른 문항도 아닌 ‘지원동기’가 빠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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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서울대 자기소개서에는 ‘지원동기’ 문항이 없었다. 지지난해까지는 1번에 있었는데, 별다른 설명 없이 빠지고 4번에 자율 선택 문항이 들어갔던 것. 그래서다수의 서울대 지원자가지원동기를 쓰지 않았다. 결과는 잔인했다. 입학관리본부 관리자는 "지원동기를 쓰지 않는 자기소개서가 어디 있느냐"며 탈락시켰다고 밝혔다. 명시적으로 요구하지 않았어도 당연히 썼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학교나 사교육 업체의 조언을 듣지 않고 서울대를 믿은 학생들만 바보가 됐다.

올해는 공통문항에서 ‘지원동기’가 사라졌다. 대교협에서는 다수 학교가 자율문항인 4번에서 ‘지원동기’를 묻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기사만 봐서는 다르다. 명시적으로 지원동기를 묻는 문항이 대부분 없다. 외대처럼 학업-진로 계획을 묻는다면 거기에 녹여쓸 수 있지만, 다른 학교는 어려워 보인다. 아마대다수는 또 ‘지원동기’ 없는 자기소개서를 낼 테고, 학교 측은 지난해 서울대처럼 반응을 보일 것 같다. ‘지원동기’ 없는 자기소개서는 엉터리가 맞으니까.

결국 방법은 1번 문항에 지원동기를섞어야 한다.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경험은 2013학년도까지의 ‘자기주도학습’ 문항의 변형이기 때문. 단순한 학업과 학습이 아닌 전공적합성이 드러나는 교과 내용을 적는 게 바람직하다. 즉 영어영문과 지망이라면 영어나 외국어학습 경험, 그리고 영어토론 동아리나영자신문제작 에피소드가 어울린다. 2번과 3번은 상대적으로 비교과 계열 문항이므로 교과 콘텐츠를 지원동기에 맞게 엮어 밝혀줄 곳은 1번밖에 없다는 이야기. 결과적으로 지원동기:학업노력:학습경험=3:3:3 정도의 구성이 가능해진다.

과연혼자 자기소개서를 쓰는 학생들이 이런 추론을 할 수 있을까? 최소한 현장 선생님들은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실지 의문이다.’지원동기’가 명시적으로 없는 학교 자기소개서에도 ‘지원동기’를 어느 곳에든 꼭 적어야한다고 대교협이 나서야 하지 않나 싶다. 그럴 생각이 없다면 작년 양식을 그대로 두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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