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월요일 오후, 교내에서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부자의 연주가 열렸다. 다음날 예술의 전당 본 공연에 앞서 기획사와 학교 간의 협의로 마련된 쇼케이스. 시작 30분쯤 전에 갔는데 5분이 지나자 줄이 늘어섰다.
공연 한 시간, 청중과의 대화 반 시간은 매우 유쾌하고 유익했다. 원래 30분 동안 두 곡만 연주할 계획이었는데, 잇달아 두 곡을 더 들려줬다. 관객과의 질의응답도 열개 넘게 진행됐다. 무엇보다도 아버지 아쉬케나지의 격의 없고, 유머러스함이 돋보였다.
문제는 이날 참석자인 대다수 서울대생에게 있었다. 먼저 사진 촬영. 시작 전 음대 교수가 분명히 "기획사 요청으로 사진 촬영은 금지"라고 말했음에도 앵콜 연주와 객석과의 질의응답 내내 끊임없이 셔터 소리가 들렸다.누구는 인증샷 하나 찍고 싶지 않았을까? 심지어 막바지에는 벨소리까지. 블리디미르 아쉬케나지가 "내 폰은 아니다"라고 조크를 던지는데 당사자가 아닌 내 얼굴마저 화끈거렸다.
다음은 프로그램 중 퇴장. 포스터에는 명확하게 4시부터 5시20분까지 이어지는 공연이라고 적시되었지만, 4시쯤 연주가 끝나자 여기저기서 자리를 떠나 공연장을 빠져 나갔다. 학생이니까 수업 때문일 수도 있고, 애시당초 목적이었던 공짜 공연은 들었으니까 나가는 것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말하는 아쉬케나지 면전에서 그렇게 등을 보여야 하는 걸까? 예정 시간인 5시20분까지 자리를 지킬 수 없다면, 애시당초 들어오지 않는 게 기본인데 말이다. 길거리에서 선거 유세 보는 것도 아니고.
세계적인 유명 석학의 강연, 명연주자의 공연에 부담없이 참여할 수 있는 건 대학생과 캠퍼스만의 특권이다. 하지만 그 소중한 권리를 향유하는데 최소한의 교양은 필요하다. 이날 다수 학생들이 보인 태도는 분명 문명인은 아니어다.
동쪽끝
2014년 6월 3일 at 1:59 오후
아직 한국사회에서 격(格)을 요구하기는 요원한 걸까요?
그래서 이러한 작태를 빗대 ‘미개’하다고 했다가…
Lisa♡
2014년 6월 8일 at 7:16 오전
아…좋았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