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고의 몰락이 자사고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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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만에 쓰는 신문기사에 논문 수준의 엄밀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잘 모르면 최소한 잘 아는 사람에게 확인은 했으면 좋겠다. ‘어쩔 수 없다’라기에 언론의 영향력은 지나치게 크다, 독자들을 고려할 때.

‘자율고=자사고’가 아니다. 자율고에는 자율형 공립고와 자율형 사립고가 있고, 자율형 사립고에도 광역과 지역의 두 가지가 있다. 입시에서 성과를 보인 자율고는 대부분 ‘자율형 공립’고와 ‘광역 자사고’이다. 대다수 ‘지 역 자사고’는 오래된 사학이라는 자존심 때문에 무늬만 자사고로 전환한 경우가 많아 애들 대학 가는데 별로 도움이 안된다는 게 기지의 사실.

따라서 ‘자사고 때문에 일반고가 망했다’는 논지는 타당하지 않다. 굳이 일반고의 쇠망 원인을 찾는다면, 자공고, 즉 자율형 공립고 때문이다. 일반고 가운데 교육열 좀 높고, 공부 좀 한다는 애들이 가던 상당수 고교가 자공고가 됐고, 이번 통계에 ‘일반고’가 아닌 ‘자율고’로 잡혔다. 즉 통계 카테고리의 변화 때문이지 자사고와 일반고의 실질적 변동은 아니다.

그리고 외고와 자사고의 경우에도 예전처럼 우수한 애들을 입도선매하지 못한 게 14학번이다. 외고는 영어 내신 위주로 선발하는 바람에 변별력이 떨어져 학력 저하 얘기가 3년 내내 나왔고, 자사고도 상위 50%면 누구나 지원 가능했다. 이곳의 입시성적이 좋은 이유는 수시에 필요한 비교과 실적 기회를 충분히 제공하고, 수능 공부를 빡세게 시킨 덕분이다. 일반고에서 불가능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일반고가 피해보는 것처럼 논조가 반복되는데… 서울대 지역균형, 연세대 학교생활우수자, 고려대 학교장추천 등으로 6~700여명씩 일반고 1~2등을 뽑는다. 이 전형은 (연세대 빼고) 일반고만 지원할 수 있다. 잠재력을 보고 뽑는다지만, 특목고였으면 중간도 못 가서 외중경시 갈 애들이 일반고인 덕분에 서연고를 간다. 실제로 수능최저 못 맞춰서 떨어지는 애들이 부지기수. 누가 더 억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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