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학원 수업 주제 가운데 하나가 ‘역사의식과 역사교과서’였다. 최근 몇년 동안 벌어진 역사교과서 편향 논쟁,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 이은 국정교과서 논의까지가 소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서 고3들의 반응은 반대가 우세했다… 대체로 서울대 시험을 보는 애들이라 한국사를 필수로 공부한 애들이라 나름 생각들이 있었다. (물론 대다수는 교육부 장관이 교과서를 쓴다고 생각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존재도 모르고… 국정교과서 세대인 나와 달라서인 듯 ^^) 역사관의 다양성이 가장 큰 근거.

한국사 수능 필수화에서는 반반으로 바뀌더니 역사의식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중요하고, 그래서 역사교육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사 지식 거의 없는 문태종이 국가대표로 금메달 따고,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이 강력하다는 지적에 약간 당황하더니, 우리가 몽고에게 당한 건 침략이고 광개토대왕이 만주 점령한 건 확장이냐는 질문을 거쳐 그럼 우리가 아베와 다른 게 무엇이냐는 대목에서 멘붕… 독도가 국제법적으로는 일본 땅일 수도 있다고, 일제강점기를 근대화론으로 접근하면 ‘한국인으로서의 역사의식이 없느냐’는 물음에 한숨 ㅎㅎ

이광수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친일파’로 끝나지 않는다. ‘민족개조론’을 읽었다면 ‘반민족주의자’가 전부는 아니라고 할 것이다. 이광수가 창씨개명을 하고, 학병 권유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역사의식’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다른 ‘역사의식’을 가졌다고 봐야할까 ㅋ

역사교과서의 다양성을 주장한다면, 역사의식의 다양성도 인정해야 논리적 일관성이 유지된다. 하지만 역사의식의 다양성이란 근대국가의 역사교육 목적 자체와 충돌한다. 근대국가의 역사교육은 근본적으로 민족주의 교육이니까 ^^ 그래서 다양성을 외치는 다양한 역사교과서들이 유독 친일파에 대해서만은 획일적인 평가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수업 끄트머리에 최근 유관순 논란이 언급되자 한 똑똑한 학생이 "모두가 아는 사실이어서 빠졌다’는 말을 덧붙였다. 파장이 커진 이유는 빠진 것 자체가 아니라 빠진 원인을 한 대학교수가 ‘유관순은 친일파가 만들어낸 영웅이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 탓이라고 하자 애는 몰랐다고 했다. 그 아이의 잘못은 아닌 것 같다. 한쪽 이야기만 전한 교사, 한 가지 소스만 읽게한 부모겠지? 사실 고3 머리 복잡하게 다양한 입장을 전한 학원강사인 내가 제일 문제인 듯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