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2. 서울대 일반전형

무늬는 일반, 실제는 특기자전형

1997학년도부터 서울대는 면접을 점수화했다. 1000점 만점에 8점으로 당락을 좌우할 정도는 아니었으나 그만큼 면대면(face to face) 선발방식을 교수들이 원했기 때문이다. 수시 논술 폐지에 이어 2015학년도부터 정시에서도 논술을 완전 폐지한 것도 글보다는 말을 시켜봐야 한다.”는 인문·사회대 교수들의 요청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서울대 입시에서 수시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3/4, 그 중 일반전형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명칭은 일반전형이지만, 사실상 특기자전형이다. 진짜 일반전형인 지역균형전형이 별도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일반전형을 지원하는 학생들은 연세대 특기자전형, 고려대 국제인재 전형을 함께 지원한다. 그만큼 교내외 활동실적이 많은 학생들이라는 반증이다.

인문사회·사회과학 공통문항 구술면접일부 학과는 확인면접도 실시

선발방식은 1단계에서 정원의 2배수를 서류평가로 선발한 후 2단계에서 구술면접을 실시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하는 것으로 동일하다. 구술면접은 2015학년도부터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단과대별로 문제를 냈으나 공동출제문항 두 가지를 활용한다. 30분 내외의 답변 준비시간 동안 제시문을 읽고, 생각을 정리한 후 15분 동안 제시문에 기반한 구술면접을 실시한다.

2015학년도 문과의 경우 인문대, 사회과학대(경제학부 제외), 사범대학(수학교육과 제외)은 인문학 제시문 한 셋트, 사회과학 제시문 한 셋트가 출제됐다. 인문학은 6~7줄의 영어 제시문으로 상반된 가치관과 세계관에 관한 것이었다. 사회과학 문항은 오전에는 투표율, 오후에는 경제학 개념에 대한 설명과 그래프가 제시됐다. 한편 경제학부, 경영대학, 농경제사회학부, 소비자아동학부는 이 사회과학 문항과 수학 문제를 풀어야했다. 수험생들은 대체로 수학 문제에서 고전했으나 앞의 한 두 문항에만 제대로 답하면 당락에는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내신에 얽매일 필요 없어

2015학년도 서울대 일반전형은 특목고 약세, 일반고 약진으로 요약된다. 2014학년도에 특목고 출신 합격생이 절반이 넘은데 대한 반작용이라는 해석이 나올 정도. 하지만 학원가에서는 서울권 외고의 진학 지도 실수를 더 큰 원인으로 파악한다. 주요 외고에서 서울대 일반전형의 지원 학과 선택을 내신 위주로 한 탓에 1차에서 무더기 탈락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회대의 인기학과를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탈락한 A학생은 서울 소재 유명 외고에서 내신이 1.2를 기록했다. 통상 이 외고에서는 3.5까지도 서울대 1차 합격권으로 본다. 전제는 전공적합성 높은 논문·보고서 2개 이상과 학부 2~3학년 수준의 독서 실적이다. 안타깝게도 외고를 일반고처럼 다닌 이 학생에게는 이러한 실적은 물론 대체할 만한 주제 서평이나 동아리 발표 등도 없었다. 그럼에도 사회대의 경쟁률은 높고, 정원도 적은 과를 지원해 실패한 것이다.

고교 유형

내신

연구보고서

전공 관련 수상 실적

비율(%)

하나고, 민사고, 대원외고, 외대부고

1.2~4.4

3개 이상

7~8

21

서울권 주요 외고

1.3~3.9

3개 내외

5~6

33

광역 자사고지방 외고

1.1~3.3

2개 이상

4~5

18

지역 자사고강남 일반고

1.1~2.9

2개 내외

3~4

14

일반고

1.0~2.1

2개 이하

3개 안팎

14

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서울대 1차 합격자의 내신 분포는 연세대 특기자전형이나 고려대 국제인재전형보다 훨씬 넓다. 지역균형전형 추천을 받을 수 있지만 일부러 일반전형을 선택하는 지원자(대체로 이전 몇 년 간 해당 고교에서 지역균형 합격자가 나오지 않는 경우)의 내신이 1.0대로 연세대 학생부교과전형 합격이 충분할 정도로 높다. 반면 통상 일반고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 1.2. 경제 1.3. 정외·자전 1.4, 나머지 학과는 1.5’라고 알려진 것과 달리 하한선은 훨씬 내려간다. 그만큼 내신의 영향력이 적고, 서류 평가위원의 재량점수가 작용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전공적합성, 소논문과 독서활동으로 입증할 필요

서울대의 자기소개서 유형을 보면 서류전형의 포커스가 확인된다. 먼저 독서. 2015학년도부터 대교협 공통유형을 선택했지만, 학교별 문항에서는 여전히 독서활동을 묻고 있다. 절대 다수의 학교가 지원동기 및 학업·진로계획을 묻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실제 면접에서도 가장 단골 질문이 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게 교수들이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 항목의 세 권은 가장 인상적인 책, 지망 학과와 관련된 책, 희망 진로와 관련된 책으로 구성하는 게 무난하다. 첫째, 제일 인상적인 책은 장르에 관계없이 본인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친 책으로 사전 준비 없이 누구와도 한두 시간은 막힘없이 대화가 가능해야 한다. 둘째, 지망 학과와 관련된 책은 사회학과라면 E.P.톰슨의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처럼 해당 학과 2~3학년이 볼 만한 전공서적이다. 입문서인 OOO 콘서트로는 곤란하다. 다수 학과는 홈페이지에 대학원 논문자격시험용 필독서 목록을 게재하므로 참고하면 좋다. 셋째, 희망 진로와 관련된 책은 수험생의 롤 모델에 대한 책이나 직접 그 롤 모델이 쓴 책을 말한다. 가령 정치외교학부 지망생들은 주로 반기문 관련 서적을 택한다. 다만 책을 고를 때에는 베스트셀러나 이전에 많이 선택된 것들은 식상하고 진부하기 때문에 피하는 게 바람직하다.

논문과 보고서 역시 2013학년도까지의 서울대 자기소개서 1번 문항을 떠올리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지적 호기심을 갖고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을 서술하라.”고 했었기 때문. 이 때 학업능력은 지망학과와 관련된 특정 교과목, 지적 호기심을 가졌던 것은 광의의 공부로서 대학생들이 작성하는 레포트로 이해하면 된다. 예를 들어 환율에 관심이 많아서 금본위제에 관한 소논문을 작성했는데, 수학 실력의 부족을 느껴 열심히 공부해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렸다는 스토리가 대표적. 여기에 자연스럽게 지원동기를 녹여 쓰면 대교협 공통유형의 1번 학습경험과 학업노력 문항에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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