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로스쿨 3] 연봉 1억의 판타지

변호사는 매해 공시되는 연봉 상위 랭킹에 어김없이 등장하곤 하는 직업이다. 작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평균수입이 가장 높은 직업은 변리사(55900만원)였으며 변호사(4900만원)가 그 뒤를 이었다고 한다. 이는 부가가치세 신고납부액에 바탕을 두고 추산한 것이어서 실제 수입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것임에도, 소위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로 대변되는 고소득 전문직으로서의 변호사의 이미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법학전문대학원, 특히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되면 최소 연봉은 1억 원은 받게 될 것이라는 판타지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아니나 다를까,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올해 10대 로펌에 총 45명이 입사하여 27, 22명을 기록한 고려대학교와 연세대학교를 더블 스코어에 가까운 압도적인 숫자로 따돌리며 4년째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10대 로펌의 변호사 초임 연봉 수준을 생각하면 연봉 1억이 아주 거짓말 같지만은 않아 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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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정말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나면 다들 고액 연봉자가 되는 걸까? 안타깝게도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이미 위의 통계에서부터 답은 나와 있다. 한 해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정원이 150명임을 감안할 때 소위 대형 로펌에 바로 취업하는 경우는 전체의 1/3에 미치지 못한다. 재판연구원과 검사로 임용되는 인원을 포함시킨다 하더라도 매해 그 수는 각 10명 안팎에 그쳐 도합 60명 안쪽으로, 절반에 한참 모자라는 수치이다. 재판연구원과 검사의 초임 연봉은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에 비해 낮은 편임을 고려할 때,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 일단 합격하고 나면 졸업 후 어마어마한 연봉을 받으며 사회생활을 시작할 수 있으리라는 것은 한 마디로 말해 로스쿨의 현실을 모르는 자들의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방송활동을 하고 있는 임윤선 변호사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의 초임 월급이 개그맨 박명수의 한 회 출연료 정도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실제 대형로펌의 신입 변호사들의 초임 연봉은 어느 수준일까? 대형로펌 안에서도 연봉 수준은 조금씩 차이를 보이는데, 적게는 월 6~700만 원 선에서부터 많게는 월 900만 원까지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법조계에도 닥친 불황으로 인하여 연봉 체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는데, 최근 신문기사에 따르면 지난달 한 대형 로펌은 고정급으로 지급하던 기존의 연봉체계를 기본급을 낮추고 성과급을 종전 연봉의 15%까지 지급하는 방식으로 변경하면서 어소(Associate) 변호사들의 임금을 낮췄다고 한다.

검사나 재판연구원이 받는 초임 연봉은 어떠할까?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여 검사로 임용되는 경우 1호봉에 해당하는 봉급을 받게 된다. 물론 이는 기본급에 해당하며 별도의 수당이 포함시킨다면 실 수령액은 위의 표에서보다 높아지겠지만 대형로펌의 월급에는 비할 바 못된다. 재판연구원의 경우에는 우측의 표에서 전문임기제공무원 나급으로 분류되어 정해진 범위 내에서의 연봉을 지급받게 된다.

그 외에도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사기업 법무팀의 사내 변호사, 국회 의원실 등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자의 진로는 매우 다양하다.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들의 연봉 역시 대형 로펌에 입사한 졸업생들의 연봉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구체적인 연봉 정보를 모두 수집하기 어려워 평균적인 연봉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작게는 대형 로펌 입사자에 비해 월 1~200만 원, 많게는 300만 원 이상 적은 월급을 받고 일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 대형 로펌에 입사하는 1/3 가량을 제외하고 나면 연봉 1억은 꽤 소원한 이야기지 않은가?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한 학기 등록금은 670만 원 선이다. 이는 로스쿨 가운데서도 비교적 저렴한 축에 속한다. 장학금을 받지 못할 경우 3년 동안 순수하게 학비만 4000만 원에 달하는 투자를 감행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각자의 판단에 달렸다. 학비뿐만 아니라 생활비, 3년 간 공부를 하면서 포기해야 할 직장생활과 같은 기회비용 또한 비용편익 분석에 포함시켜 마땅하다. 막연한 고액 연봉에 대한 환상만으로 로스쿨 진학의 꿈을 꾸고 있다면, 한 번 더 진지하게 생각해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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