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리 컨펌은 기본?
미국의 로스쿨에서는 1L, 그러니까 1학년 시기가 가장 힘들다고 한다. 대개 이 당시의 성적을 바탕으로 주요 로펌 등에서의 채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라고.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주요 로펌들 중 빠른 곳은 1학년 여름방학부터 법학전문대학원 1학년 재학중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하며, 1학년 겨울방학 인턴십을 마친 후 로펌으로부터 ‘컨펌(confirm)’을 받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대체로 채용이 이루어지는 것은 2학년에 접어들어서이며, 늦어도 3학년 여름까지는 대부분의 채용절차가 마무리되고 있다. 이렇게 컨펌에 이르기까지는 인턴십 프로그램에서의 실적 또한 중요하지만 우선은 인턴십 프로그램 선발에 법학전문대학원에서의 학점이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점 관리에 상당히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이른바 ‘대형 로펌’에 취업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채용이 확정되기까지는 좀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검찰의 경우에는 2학년 여름과 겨울을 이용한 검찰 실무수습을 거쳐 서류 및 면접전형을 통해 3학년 2학기에 채용을 진행하며, 법원 역시 방학 기간을 이용한 실무수습 및 별도의 서류전형와 면접을 통하여 최종적으로는 3학년 2학기에 재판연구원 선발을 완료한다. 삼성은 3학년을 대상으로 여름방학 기간 채용 연계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으며, 일부 대기업도 이와 유사하게 3학년을 상대로 채용절차를 진행한다. 3학년을 마친 후 치러야 할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구조 탓에 농담처럼 ‘1학년 때는 학생, 2학년 때는 취업준비생, 3학년 때에는 취업준비생이자 고시생’의 신분을 갖게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변호사시험이 끝난 후에는 여러 중소형 로펌들과 대기업 및 각종 공사와 공공기관 등에서 채용절차가 시작된다. 대기업들이 진행하는 대졸 신입사원 공채와 같이 상/하반기로 나뉘어 채용이 몰려 있는 시즌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수시로 취업공고를 살피면서 원서를 써 내는 때가 이 시기이다. 대형 로펌이나 검찰, 법원에 입사하지 못한 경우이면서 법무관 생활을 앞두지 않은 사람들은 변호사시험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다시 치열한 취업 경쟁에 뛰어들게 된다. 변호사시험은 보통 1월 초~중순에 치러지는데 빠르게는 1월이나 2월 중으로 취업이 결정되는 경우도 있으나 늦어지는 경우 8~9월경에 입사할 곳이 결정되기도 한다.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후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더라도 6월의 연수기간을 거친 후라야만 변호사로서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는데, 변호사시험 합격 발표 이후에도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기관에 취업하지 못한 경우에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단체로 연수를 받으며 취업을 준비하게 된다.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기수별 졸업자 현황
|
1기 |
2기 |
3기 |
학위취득자 |
119 |
151 |
131 |
취업자 |
91 |
66 |
74 |
진학자 |
1 |
3 |
2 |
입대자 |
18 |
17 |
22 |
외국인유학생 |
0 |
0 |
1 |
기타 |
0 |
50 |
32 |
미상 |
9 |
15 |
0 |
자료 : 대학알리미
1기의 경우 취업자의 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하지만 1기에서 3기에 이르기까지 평균적인 취업률을 계산해보면 57.6%, 진학자를 포함하더라도 59.1%로 60%에 미치지 못한다. 졸업 후 군 복무를 하게 되는 경우를 제외한 정원 중 취업자 비율을 계산해보더라도 65.25%으로, 압도적인 취업률을 자랑한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물론 학교의 실적을 취업률로만 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법조인이라는 ‘job’을 얻고자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려는 학생의 입장에서는, 더욱이 이와 같은 수치가 매년 8월에 집계되는 것임을 생각하면, 졸업 후 6개월이 지나고도 열 명 중 서 너명은 미취업 상태인 현실이 기대 이하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나마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은 형편이 나은 것이라는 볼멘소리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법조계까지 불어 닥친 불황과 취업난에서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생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