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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_construct()
를 사용해주세요. in /webstore/pub/reportblog/htdocs/wp-includes/functions.php on line 3620 김삿갓은 부석사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 China Inside
김삿갓은 부석사에서 무엇을 느꼈을까

부석사(浮石寺)

김립(金笠)

부석사김삿갓시.jpg

평생에 여가 없어 이름난 곳 못왔더니(平生未暇踏名區)

백수가 된 오늘에야 안양루에 올랐구나(白首今登安養樓)

그림 같은 강산은 동남으로 벌려있고(江山似畵東南列)

천지는 부평 같아 밤낮으로 떠있구나.(天地如萍日夜浮)

지나간 모든 일이 말타고 달려온듯(風塵萬事忽忽馬)

우주간에 내 한몸이 오리마냥 헤엄치네(宇宙一身泛泛鳧)

백년동안 몇번이나 이런 경치 구경할까(百年幾得看勝景)

세월은 무정하다 나는 벌써 늙어있네.(歲月無情老丈夫)

부석사무량수전현판.jpg

<부석사 무량수전 현판>

지난 7월11일 한 모임에서 영주 부석사를 가게되었는데,한 회원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자칫 놓치기 쉬운 이 시를 읽게 되었다. 안양루 오른쪽 벽에 걸려있는 이 목판은주변 경치에 눈을 빼앗겨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안양루는 부석사 무령수전 앞에 있는 누각으로, 계단을 올라오려면 반드시 고개를 숙여야 한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무량수전 안의 부처님께 절을 하는 셈이다. 이 시는 김립이 벼슬을 버리고전국을 떠돌던 시절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삿갓으로 더 알려진김병연(1807~1863)은과거시험에서 자신이 비판한 전 선천부사 김익순이 자기의 조부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하늘을 볼 수 없는 죄인’이라 여겨 항상 삿갓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김익순은 홍경래의 난 때 반란군에 항복한 인물이다. 김립은 20세때집을 떠나 56세 때 전남 화순에서 객사할 때까지 전국을 떠돌며 많은 시를 남겼다.

칠언율시 형태의 이 시는 區,樓, 浮, 鳧, 夫 등이 압운을 맞추고 있다. 그가언제 영주 부석사를 방문하여 이 시를 남겼는지는알 수 없으나,약 150여년전조선의선비가 느낀 감정이요즘 바삐 살아가는 범부들의 그것과크게 다를바 없음을알 수 있다. 전국을 떠돌던 김삿갓은 안양루에 올라 눈 아래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대자연 앞에 보잘것 없는인간의 존재와권력의 무상함을 다시한번느꼈으리라.

부석사안양루에서본풍경.jpg

<부석사 안양루 기둥 너머로 보이는 풍경. 김삿갓도 아마 이쯤에서 산하를 굽어보며 시를 썼으리라>

신라 의상대사가 창건한 부석사는 ‘화엄종’을 처음 설파하던 곳이라고 한다. 불교의 ‘화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으되, 부석사에서 내려다보는 산하가 곧 ‘화엄’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가슴이 확 트이는장관이다.국립중앙박물관장을 지낸 최순우 선생이 쓴 책 제목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이기도 하다. 부석사 기둥에 기대서서 바라보는 경치와 귀로 들리는 풍경소리가 최고라는 뜻이다.

인문서적으로 전무후무한 히트작인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 교수는부석사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절"이라고 평하고, "무량수전에 이르면 태백산맥의 줄기가 한 눈에 들어오며, 그곳은 곧 극락세계에 들어가는 서막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썼다./지해범 기자hbjee@chosun.com

11 Comments

  1. 八月花

    2009년 7월 23일 at 6:35 오후

    한달쯤 전
    옥녀봉엘 갔었어요.
    정확히는 그 앞동네..ㅎㅎ
    순흥 묵집만 들러왔네요.
    부석사 무량수전 꼭 가보고 싶었는데 말이지요.   

  2. 지해범

    2009년 7월 23일 at 6:43 오후

    소백산만 다녀가셨군요.
    부석사에 꼭 가보세요. 천천히 걸어서…
    영주는 또 풍기 인삼으로도 유명하지요.
    인삼 질이 좋고 값도 싸지요.   

  3. douky

    2009년 7월 23일 at 7:17 오후

    사과 열리는 철에 갔던 부석사도 잊지 못합니다…
    작년에 갔었거든요.

    지기자님 글 보고…
    다시 되새겨 봅니다.   

  4. 풀잎사랑

    2009년 7월 23일 at 7:26 오후

    결혼하고 5년인가???
    그때 가보곤 못갔어요.
    다녀 오신 분들이 너무나 부럽습니닷.

    김삿갓이 부석사에서 무 엇을 느꼈는가.. 시방 저한티 물어 보신건 아뉘쥐요???
    휴우~~
    다행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5. 김진아

    2009년 7월 23일 at 10:51 오후

    유흥준씨를 생각하면,
    김용옥씨가 생각나지요..
    그들의 지식이 아깝다 합니다.
    아까운 그들의 지식은 그들 자신의 외눈으로 반토막이 지식으로밖에
    담겨지질 않더군요..

    무릇..정치든, 이념이든
    내가 속해 있는 곳에서의 한계를 모른다면 되려 독이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   

  6. 정완기

    2009년 7월 24일 at 1:34 오전

    무량수전 배흘림기둥하면 유홍준 선생보다는 최순우 선생이 생각나지요..ㅎㅎㅎ.   

  7. 지해범

    2009년 7월 24일 at 10:29 오전

    정완기님의 지적 덕분에 최순우선생 책 생각이 났네요.
    요즘 이렇게 깜빡깜빡 합니다.   

  8. 지해범

    2009년 7월 24일 at 11:13 오전

    덕희님처럼 저도 16년전쯤 가을에 부석사를 간 적이 있어요.
    하룻저녁을 보냈는데, 농촌 할머니들이 얼마나 용맹정진하는지…
    저는 꾸벅꾸벅 졸고…   

  9. 지해범

    2009년 7월 24일 at 11:15 오전

    풀사님, 이 여름에 부석사 한번 올라가시면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실 겁니다. ㅎㅎㅎ
    혹시 모르지요. 김삿갓 선생이 ‘맥주 한잔 하자’고 하실지…   

  10. 지해범

    2009년 7월 24일 at 11:15 오전

    ‘학자로서의 유홍준’까지가 괜찮았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11. Lee70

    2010년 7월 16일 at 3:45 오후

    좋은 글과 사진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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