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융스님은걸망을짊어지고조실방앞으로가서크게외쳤습니다.
"동고당(東皐堂)!동고당!동고당!
큰소리로이름을세번부른스님은또외쳤습니다.
"한평생중노릇을한이가까치새끼가되겠다며까치집으로들어가려하다니!"
스님은굵은주장자로마룻장을’꽝꽝’울리고는경허스님과함께송광사를떠났습니다.
당시송광사의조실인동고스님은나이가많아세상을떠날때가가까웠습니다.죽음에임박한동고스님은비몽
사몽간에늘산보를다니던송광사문을지나그앞의개울가로갔습니다.그런데난데없는누각이보였고,
울긋불긋한옷을입은사람들이풍악에맞추어노래를부르며즐겁게놀고있는듯했습니다.마침천연색의옷을
입은사람이누각에서내려오는것을보고스님은물었습니다.
"무슨일이있기에풍악소리가들리고,노래소리웃음소리가끊이지않습니까?
"진신아미타불께서현신하여설법을하고계십니다."
평생정토왕생을원하여미타주력을했던동고스님은귀가확뚫렸습니다.
‘진신아미타불이오셔서현신설법을하시다니!나도들어가서법문을들어야지.’
스님이누각의계단을막올라가려고하는데뒤에서험상궂게생긴한승려가나타나호통을쳤습니다.
"한평생중노릇을한이가까치새끼가되겠다며까치집으로들어가려고하느냐!"
그리고는주장자로등어리가으스러지도록내리치는바람에깨어났습니다.그이튿날부터동고스님의병은차도
가있었고,며칠이지나병이다나은다음에스님은누각의꿈을이상하게생각하여그곳으로갔습니다.하지만
누각이보이기는커녕,까치집이있는큰나무한그루가서있었고,까치집속에는얼마전에부화된새끼몇마리
가꿈틀대고있었습니다.무융스님이아니었으면까치집으로들어가까치새끼가되었을동고스님!스님은무융스
님의법력으로다시살아나게된것입니다.
이이야기를통하여보면화두정진을했던경허스님보다관음염불로힘을얻은무융스님이훨씬더큰효력을발휘하
셨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따라서’꼭화두라야견성할수있다고고집할필요가있느냐’하는것입니다.관음주력으
로득력(得力)하여도를깨치신무융스님은일상생활을통해납자뿐아니라일반사람에게까지값어치있는덕을베푸
셨고,허물에떨어지지않게하셨습니다.그런데꼭화두라야된다는법은없지않겠습까?
또,무융스님은광덕사에서동고스님의일을내다보시고’구하러가야되지않겠느냐’는말씀을확실히하셨는데,’암,
가야지’하며맞장구를쳤던경허스님이무융스님이쳐다본것을보고있었느냐하는것입니다.그리고순천송광사에서하룻밤을쉬고난다음날에도경허스님은그대로떠나려하였고,무융스님은’할일이남았다’며동고스님께가서까치집으로들어가는것을말렸습니다.그때에도무융스님은동고스님의일을분명히보았는데,경허스님은보았다는증거가
없습니다.결론적으로말해평생을화두정진을하신경허스님보다도,관음주력을부지런히하여깨쳤다고하는무융스
님의혜안이더밝았다는이야기입니다.물론이것만가지고는어떤것이더낫다고이야기할수는없지만관음주력을해
서법안을얻은무융스님이우리중생들에게더가깝고더깊게덕을베풀어주신것을보면꼭’화두선’만을고집할필요
는없다는것을느낄수있습니다.
또한가지,백용성(白龍城,1864~1940)스님의예를들겠습니다.용성스님은의성고운사에계셨던수월(水月)스님을
찾아뵙고여쭈었습니다.
"어떻게공부하는것이가장좋습니까?"
"말세중생은업장이두터워마음의공부를지어도경전연구를해도장애가많은법이지.천수다라니를열심히외워
업장소멸을한다음에공부를하면,화두정진이든장애없이쉽게이룰수있다네."
수월스님의가르침에따라용성스님은열심히천수다라니를외웠습니다.밤낮없이부지런히외워9개월이되었을때꿈을꾸었습니다.해인사장경각안에서몸에실오라기하나도걸치지않은채홀딱벗고큰대(大)자로드러누워있는꿈
을꾼것입니다.
이꿈에대해수월스님은말씀하셨습니다.
"업장소멸이다되었다는신호같구나."
이는용성스님이화두정진을하든경전공부를하든장애없이쉽게될것같다는예언이었습니다.그뒤용성스님은꾸준히화두정진을하였습니다.
돌아가신춘성(春城,1891~1977)스님은자주말씀하셨습니다."용성스님은화두해서도를깨치신분이아니라천수다라
니를하여도깨치신분이시다.근래에와서용성스님이화두를하여도를깨치신것으로이야기하고있으므로모두가
용성스님이화두로도를깨쳤다고합니다.그러나옆에서모셨던춘성스님의말씀처럼,용성스님은화두보다는천수다
라니를외워힘을얻었다고하는쪽이가깝습니다.
요즈음중국에서는’아미타불’을불러극락세계에까지직접갔다오셨다는스님이있어화제가되고있습니다.
그스님은인간의세상에서7년동안이나완전히자취를감추었는데,불과며칠동안극락세계에가서아미타불을친견하고법문을들었으며,돌아가신자기스승도뵙고되돌아왔다는것입니다.이이야기가인쇄가되어우리나라에도널리알려졌는데,그스님의경우도화두정진이아니라미타염불입니다.
이상에서살펴본바를통하여,부처님의가르침에는꼭’화두선’이라야된다는규정이없다는것을알수있습니다.자기노력대로꾸준히한가지공부를끝까지밀어부치면,결과는모두같은자리로귀착이되는것입니다.자기도뚜렷한입각지에이르지못하였으면서무책임한주장을하는사람들이더러있기는하지만,부처님의가르침,옛날어른들의기록,근래어른들의정진하신모습,그리고나의개인적인경험으로비추어보아도귀착점은같은자리가됩니다.
다시한번말씀드리지만,부처님께서가르치신어떤정진방법도다최후의귀착점인성불로통하게되어있습니다.
흔들리지않고자기의공부를부지런히닦아가면,업이극복이되고혜안(慧眼)이열리고,더나아가최고차원에도달
하여최고의법을쓸수가있게됩니다.그러므로’화두아니면견성을하지못한다.’는이상한말에흔들리지말고,자기의공부를꾸준히지어나가기를당부드립니다.
옮김/불교의수행법과나의체험[우룡큰스님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