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기적이란

   지난주 금요일날 오후에 병원에서 물리치료를 마치고 들어 오다가 우편함에서  우편물 하나를 꺼내 왔다.

 어둑해서 보내온곳을 볼수없는지라 월말이  가까우니 지료용지려니했는데   집안에 들어 와  살펴보니 세무서에서 온 문서였다.

의아해서 열어보니 지난 2014년 말에 아파트를 신청했다가 사정이 바뀌어 양도한 건이었다.

그거라면 당시 양도한 후 바로 자진신고를 했는데 일년이 지난 지금 신고하라고 하니 기가 막혔다.

시계를 보니 아직 공무원 퇴근 시간인 6시가 되려면 15분전이다. 우편물에 적힌 번호를 확인하고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 번호이니 담당자이겠는데 부임해온지 얼마되지 않았다는 말을 하며 나의 주민번호를 물으며 접수증은 있냐는것이다.

 아차 싶었다. 접수증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없으면 꼼짝 없이 양도세를 물어야 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여지없이 당할까  지례겁이나서 “있는데 한참 찾아야 한다”며 그리고  못찾을 걸 대비해서 지금현재 건물주에게 확인해 보면 되지않겠나며 항의 어투로 말을 했다.

 나는 현재 건물주를 알지도 못하며 계약한 사실도 없다고  덧붙어 말했다. 그리고 전매하고 양도세를 신고하지 않은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며 현재주인에게 확인해보면 알지않겠냐며  꼭 밝혀내야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그 세무서 남자는  뭔가 멈칫하더니 알아보고 전화를 곧 주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다. 마침 금요일이어서  그것으로  끝이었다.

  마음이 콩닥거려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접수증은 어디다 두었을까 기억을 더듬으며 서랍이란 서랍은 모두 열어보고 책장의 서류 비슷한 문서들을 모두 열어봤지만  양도세 접수증은  없었다.

 얼마전에 창고 정리를 하면서 오래 된 서류뭉치를 폐기처분했는데 그때  접수서류를 보며 휴지통에 넣을까 말까 망설이던 생각만 나고 버렸다거나 어디 보관했는지 영 기억이 나지 않는것이다.

날은 어둑하여 컴컴해졌다. 베란다 창고 선반의 서류를 모아 놓은 상자에 있을 것 같아서 몇번을 들락거렸다.  접수증을  찾으면서  밀린속옷을 세탁기에 넣어  돌리고 있었다.

세탁기가  베란다에 설치된 것은 겨울이면 세탁기의 센서가 얼기 때문이다.  북향인 뒷베란다 세탁실에 있는 걸 옮겨 놓았다.

찾아도 찾아도 없는 접수증을 이방저방 다니다가 툭하면 베란다 창고쪽으로 기웃거렸다.   뭔가 신호가 있는 것일까..?

 그 와중에 세탁기의 드럼이  탈수작동을 하면서 요란하게 몸체를 흔들어댔다. 세탁물이 가득하면 가끔 균형이  안맞는지 세탁기가 위치를 살짝 이동하며 흔들리곤한다.

 세탁기 위에는 밝고 따끈한  햇빛이 늘 비춰준다. 그래서 나는 거기에다 표고버섯을 널어 놓았다. 표고가 꼬득하니 말라서 오그라 들었는데 치우지 않은 상태로 있었다.

그때,  표고하나가 안방창문과 세탁기 사이로 떨어졌다.  접수증을 찾는 걸 멈추고  표고하나를 집으려고 세탁기 옆을 들여다 봤다.  눈에 띄지 않는 표고를 찾아내려고 목을 이리저리  아래로 향해 들여다 보다다가  때 마침 창고안 아래칸에 있던  물건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아휴~ 자꾸만 일저지리에  한심한 마음이 들어  자신을 어이없어하며 물건이  있던 아래칸을 들여다보니 거기에 서류를 담은 상자가 있었다.  손에 먼저 집히는 맨위의 미색 대봉투를 집어들었다.

 겉에 기억속의 공인중개사상호가  또렷이 보였다. 옳지!  안에 들어 있는 서류를 꺼냈다.  부동산 거래계약신고필증이 보이고 접수증이 보였다.

 휴~ 찾았다! 하지만 내게서 양수한이가  서툰짓이라도 했다면 어쩌지 접수증을 찾았지만 여전히 불안했다. 마지막에야 피해를 막을수가 있겠지만 얼마나 또 시간을 허비해야한다지.. 벌써 피곤해지려했다.

 접수증을 찾았으니 주말을 안심하고 보내고 월요일이 되어 접수증을 핸드백에 넣고 출근했다.  금요일날 세무서 담당자가 알아보고 전화준다고 했으니  뭐라하는지 들어보고나서 한마디 하기로 했다.

 9시가 조금 넘어 요란하게 휴대폰이 울렸다. 수업중이라 진동으로 해놓지않은 것에 당황하며 얼른 소리를 죽일겸 전화를 받았다.  세무서였다. ” ㅇㅇㅇ님, 접수한게 맞습니다.  이번 연말에 한꺼번에 정보가 들어와서  그냥 내 보내서.. 신경 쓰시지 않아도 됩니다.”

” 아유~ 그래요!  밝혀져서  다행이지만 서류찾느라 공연히 애썼잖아요!”

아.. 그런데 참 신기하기도 하지..! 어떻게 그 순간에 표고버섯이 떨어져서 접수증(주방 용품들이  들어찬 곳이라 서류가 있을리라 믿을 수없는) 이 있는 곳을 보게 되지!!!

소소한 기적이란”에 대한 19개의 생각

  1. 막일꾼

    다행이네요. 아마 예수가 도왔나 봅니다.
    아차, 예원님은 부처 쪽이시지.
    위블이 열리고나서 하도 예수님이니 하나님이니 깜쏴니 예배당이니 해쌌는 글이 자주 올라오다보니 저도 모르게…ㅋㅋ
    하여튼 잘 됐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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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睿元예원 글쓴이

      그러게 말입니다.
      세금폭탄 맞나 얼마나 당황하고 놀랬는지요.
      이곳에서 랜드마크라고 최고가의 아파트라 게다가 많이 올라서
      덜컹했거든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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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벤자민

    저도 과거엔 기억력으로 먹고 살았는데
    이젠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처럼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저께 백화점에 자동차 파킹 해둔 곳을 몰라
    한참을 헤멨습니다 ㅎㅎ
    치매 시초가 아닐까요 ㅋ
    그러나 앞으로는 뭐 양도 하실 것있으면
    저 한테 양도하세요 ㅋ
    그럼 제가 잘 적어뒀다가 필요할 때 알려 드리겟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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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睿元예원 글쓴이

      ㅎㅎ
      네 잘알겠습니다.
      요즘에 뭐하기가 겁이납니다.
      얻는것보다 잃는게 더 많으니요.
      그래서 가능하면 가만히 있으려고 해지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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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otorie

    읽어 내려가며 조마조마 했습니다.
    천만다행 이고 정말 소소한 기적입니다.

    세탁기가 요동을 치는건 옷이 한쪽으로 몰리거나
    뭉쳐 넣으면 더 요란하더라고요.

    막선생님 댓글로 이아침을 웃음으로 시작합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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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dotorie

    예원님,
    프로필에서 바꾸라는 말씀이시죠?
    이메일은 필수라고 되있어 삭제나 바꿀수록 없는듯 하고
    바로 밑에 웹사이트 칸이 비어있어
    위블주소를 넣었는데 업데이트하는데 시간이 걸리는지
    아직 안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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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mutter999

    자기네들이 잘못해놓고는 접수자에게 몽땅 뒤집어 씌우니..
    몇년후에 어디가서 접수증을 찾으라는 건지. 우리도 몇년지난거는 없애버리거든요. 세무서 관련서류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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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睿元예원 글쓴이

      그러게 말이에요.
      접수증을 버리려다 안버린게 얼마나 다행인지요.
      밝혀졌는데도 언제 코걸이귀걸이식으로 우기며 달라붙을까
      걱정되더라고요.

      응답
      1. mutter999

        카테고리는 맨밑으로 내리면 카테고리가 보여요. 위에서는 안보이구요. 답글은 펼쳐져 있지 않고 답글을 클릭하면 보여요. 그건 괜찮은 것 같아요. 맨위에서 답글을 클릭하면 보이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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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睿元예원 글쓴이

      제가 볼때는 보이는데요,
      근데 댓글이 주르르 보여야하는데 안보이고
      댓글표시를 클릭해야 보이는데 설정이 그리된건지 원래 그런건지
      전하고 달라진것도 같고요.
      매일 들어와서 글쓰기를 해야 기억이 사는데 드문 들어오니 더욱 어리버리하나봅니다.

      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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