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현충일, UN묘지공원을 다녀왔다

오늘은 현충일, UN묘지공원을 다녀왔다

 

출사(出寫)를 나가려는데 날씨가 영 아니다. 비가 올 듯도 하고 어쩌면 흐리기만 할 뿐 큰비는 오지 않을 듯도 싶어 마음을 내키다가도 창문을 열고 팔을 바깥으로 내어 보니 빗방울이 손등을 적신다. 그다지 많이 오지는 않을 듯도 싶은데 그래도 안심이 안 되어 카메라 가방을 몇 번 둘러매었다 내려놓길 하다가 기어코 작심을 하고 집을 나섰다. 까짓 것 비 좀 맞으면 어때! 라는 오기의 발동이다.

시립미술관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가지 않아서 경성대․부경대역에서 내렸다. 지상으로 올라 와보니 어쩐지 길이 낯설기만 했다. 잘못 내렸나? 잘못 내렸다. 대연역에서 내려야 맞는 거였다. 그러나 다시 지하철역으로 가기보다 그냥 걸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한 정거장 사이 거리다. 그 정도면 걸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서였다. 다만 가늘기는 하지만 여름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게 다소 께름칙하기는 했다. 소리 소문도 없이 옷이 젖기 때문인 것이다. 걸음을 대연역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나는 걸음을 곧바로 UN묘지공원으로 향했다. 약 십오여 분 걸려서 UN묘지공원 뒷문 쪽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혹시 나 혼자가 아닐까 은근 생각했는데 의외로 많은 추모객들이 공원내를 거닐고 있었다.

 

오늘은 제61회 현충일.

현충일은 6.25 전쟁 중 사망한 전몰장병에 대하여 위훈을 추모하고 명복을 빌기 위해 지정된 국가기념일이자 공휴일이다. 이날 오전 10시 정각에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 국민은 1분간 경건히 묵념을 하며 호국영령의 명복을 빌고 나라를 위해 싸우다 숨진 국군장병 및 순국선열들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 게 통상적이다.

이날 일부러 내가 UN묘지공원을 찾은 것은 6.25 전쟁 중 사망한 UN군 병사들이 묻혀있는 UN묘지공원에서도 추모행사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자유와 민주국가를 지켜주기 위해 이역만리 타국에서까지 달려와 목숨 바쳐 산화한 그들의 넋을 위로함은 한국민의 당연한 책무이자 보은의 노력으로 믿어도 좋을 듯하다.

 

비는 계속 오다가 말다가 하고 있었다. 아홉 시가 조금 넘어 어떤 학생들이 단체로 추념을 하고 있는 모습을 시작으로 여기저기서 추념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오늘은 UN묘지공원 자체의 공식행사는 없는 듯싶었다. 한 시간 반 가까이 머물다 빗방울이 드세지는 것 같아 나는 UN묘지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소리 소문도 없이 내린 가랑비에 남방셔츠가 흠씬 젖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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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의 고귀한 정신은

그대들의 위대한 희생은

핏빛 같은 장미를 닮았어라

그러나 나는 감히

말하노니

그대들의 용기와 정열이야말로

장미에 비견할 수 없느니

피 흘려 이룬 자유 그리고 평화

그 순절의 고귀함을 어찌

장미에 비길 수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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