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즌이라고 발음하고 싶은 영화: Risen

동창회 모임에 나가면, 화제가 중구난방으로 갈려서 끼리끼리 떠들게 되는데, 내가 앉아있던 주변에서 화제가 기독교의 구약(성서)에 대한 이야기가 되었다. 난 기독교 교인이 아니다. 세례 받은 적도 없다.  나를 긍휼히 여긴 자칭 천주교 신자라는 동창이 내게 리즌이라는 영화를 소개했다. 리즌?  reason? 대강 듣고 보니, 언젠가 TV에서 소개한 영화같았다. 꽤 최근 영화아니냐고 물었더니,  한 십여년 된 영화라고 했다. 집에 돌아와서 찾아보니, 불과 2년전에 개봉한 영화였다.  이번 주에 그 모임이 있는데 그 친구 만나면, 치매 조심하라고 알려줘야하겠다.

“I believe, and I can never be the same.”
영화 Risen 은 기독교에 대해 엔간히 아는 사람들에게는 별 감동적이지 않을 영화다. 로마군인 호민관 (얼마나 높은 계급인지)이 예수의 부활을 목격하고 그를 따르기로 결심하는 게 그 마지막 장면인데, 그 마지막 대사가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I believe, and I can never be the same.”

예수 12제자들도 부활한다는 예수의 말을 믿지 못했다. 부활을 보고 나서야 믿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영어로 흔히 Seeing is believing 이라는 말이 있다. “직접 봐야 믿을수 있다:” , “눈으로 보니까 확실하지?”라는 의미인데,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것이다.

긴긴 영화평 다 소용없다. 질질 끌어간 스토리도 결국 막판 기승전결에서, 죽었다가 살아난 거 봤지? 그럼 믿을 수 밖에 없지? 하는 얘기다.

주인공 클라비우스의 마지막 대사가 그것이다. 부활을 목도했으니, 이제 믿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자기 자신이 예전의 자신이 될 수 없다는 각오를 말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난다.

우리나라에서 교인이라고 자처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믿기 전이나 후나 똑같이 변하지 않은채로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부활risen

제목 Risen 은 부활이라고 번역되었는데, 성서에 resurrection 이란 표현이 있나 모르겠지만 , Mark 16:4 …he has risen!
16:9 Jesus rose from the dead…
16:16 But anyone who does not believe will be punished. (NIRV)
에서 처럼 아직 부활이란 표현이 없었을 때이니까 그냥 “살아났다” 라든가 “소생”정도로 번역하면 어떻겠나.

(참고로, 마가 16장 중 9절-20절 부분은 초기 성서에는 안나타나는 부분이고, 후세 사람이 추가했다는 학설이 정설화된 모양이다. 16:16 부분이 바로 “예수천당, 불신지옥”이란 구호를 만들어낸 부분이다.. 많은 교회 목사(개신교)들이 안 믿는다고 지옥가는 건 아닙니다라고 말하곤 하지만 마가 16:16을 각자 해석하는 수준이다. 개신교가 구교와 다른 점은, 개인의 성서의 자유로운 해석이므로, 누가 뭐라 해석했던간에 틀리다고 말하기 어렵다)

마가복음16장 중 9-20절 부분은 후대에 추가되었다는 게 거의 확실한 학설로 굳은 모양이다. 이 추기 논쟁은 서기 200년쯤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나는 그 중에서 16:16 부분에 주목한다.
“..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

뭘 믿으라는 것인지 목적어가 빠져있다. 예수 본인을 믿으라는 것인지, 부활을 믿으라는 것인지, 예수의 말을 믿으라는 것인지, 아리송하다.
그런데, 이 부분이, “예수천당 불신지옥”으로 해석 발전된 것이다.
예수를 믿지 않으면, 너희들 다 지옥에 간다… 라는 건 아니다라 목사님들 말씀하시지만, 그 말이 실제로 성경에 있는 것이다. 설령 지옥에 간다는 말이야 없지만, 우리는 종종 “네가 이렇게 아픈 건, 예수님을 안 믿어서 그래…”라고 하는 교인들을 본다. 그들은, 인과응보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그건 이 마가 16:16과 관련이 없어 보인다. 인과응보에 관한 것은 “욥기”에 나타나며, 인간이 병들고 아파지는 건 인과응보가 아니고 그냥 하느님의 뜻이 그러한 것이다.

Mark 16:16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16 Whoever believes and is baptized will be saved, but whoever does not believe will be condemned.
“믿고 세례를 받는 사람은 구원을 얻을 것이요 믿지 않는 사람은 정죄를 받으리라”

[The earliest manuscripts and some other ancient witnesses do not have verses 9–20.]

2 Comments

  1. 데레사

    2018년 6월 12일 at 1:13 오전

    동창회에서 되도록이면 종교와 정치얘기는
    햐지 말아야지 싸움붙기 딱이거든요.

    몇해전 부산여고 동기들 모임에서 한 친구가
    나더러 뜬금없이 너는 고등학교 울산에서 나왔지?
    하더라고요.
    세상에 같은 동창모임인데 너는 다른학교 출신이라니
    말이 되나요.
    그래서 이 친구 치매아닐까 하고 의심했는데 지금까지 멀쩡해요. ㅎㅎ

    • 비풍초

      2018년 6월 13일 at 9:02 오후

      동창들 모임 나가면 쓸데없는 옛날 얘기.. 옛날 애인얘기, 지금 마누라 눈치보기 뭐 등등 쓸데 없는 얘기만 해서 나가기도 싫은데요.. 정치 얘기는, 진보와 보수가 편이 갈리면 큰 소리가 나서 진짜 듣기 싫어서 다들 피하려고 하구요.. 그래서 제가 종교 얘기인듯 아닌 듯…구약은 유대인 역사책이니까요.. 관심있는 동창들끼리만 옹기종기 모여서 아는 지식들 공유하고.. 듣기 싫은 아이들은 아예 따로 모여 떠들고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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