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글 목록: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

아들아, 순수함을 잃지 않는 청년이길…

뺀질뺀질한모습으로외할머니옆에앉은어린이..

저시절정말뺀질거리며온갖얄미운짓거리는다했었는데,늘땀내음을폴폴풍기고다니면서말이야..

지금네얼굴을좀봐..얼마나개구지게생겼는지를…모자는거꾸로쓰고..

한껏우아하게웃으시는할머니의사진을다망쳐놓았잖아!

너의자카르타학창시절12년을함께한딱너를닮은자명종시계…

네가엄마곁을떠난후엄마는저시계를잘때면꼭내곁에두곤했는데어느날아침엄마가실수로떨어뜨려서20년의세월을마감했단다.그날얼마나놀라고가슴이아프던지네가다친것처럼마음이아팠었지.아빠가갖다버리라고하길래얼른책장속에감춰두었지.아니..제새끼를내다버리란말이냐..하면서..아빠한테고쳐다달랬더니아주엄마를우스운여자를쳐다보듯이쳐다보았지만난이번에한국에갈때저시계를가지고가서고칠거다.그래서아침이면너를깨워회사로보내게만들어야지.

그리고서울로가지고가지않은색소폰..

너의고등학교시절3년을함께보낸색소폰..무겁다고안가져갔는지?

색소폰을부는멋진네모습을보려고일년이면몇번을학교강당에서아들의얼굴을찾고있었는지..

칠전부터네가보고프다고생각했다.

인터넷으로방송매체에서너의목소리를들으니너무우습고한편으로는기특해서아빠랑엄마는서로쳐다보며웃었단다."얘목소리가왜이래?"하면서아빠탓도엄마탓도아니고순전히그건네탓이라여기면서..알았냐?

네목소리는순전히네탓이다.하긴네가처음세상에태어나던날..녹음되어있는네울음소리를들어보면글쎄..나이가든산모탓에골반이벌어지지않아서고생고생을하고나온아기답게원망가득한울음소리,우렁찬응애~~!가아니고꽥꽥~~!ㅎ거위의울음같던그목소리가아직도남아있단말인가?어쨌든네목소리가전혀생소한곳에서나오다니정말신기했단다.네가태어나던날네목소리를처음들을때처럼..

장농윗칸하나가득간직되어있는네가가지고놀던레고박스들..

아직도부수지못한네가가지고놀던레고자동차..미니카..

왜저걸못버리게하냐고네게짜증을부렸었는데이제드뎌네아이에게물려줄날이점점다가오고있네..

칫국부터마시지말고여친부터구한다음에이야기하라고?

그래,네가늘이야기하던보기만해도성실하면서도건강미넘치고또똑똑한아가씨는아직도못구했는지?

쭉쭉빵빵만찾던네학창시절의연애와는이제결별을했는지?겉모습은그저겉모습에불과하다는것을이제는좀알았는지?아가씨들이접어다주던장미100송이와도이젠결별을했는지?

네가입던턱받이…엄마의장농속에고이간직되어있는너의유아기시절의옷들..전에는가끔꺼내서이리저리들춰보고재미있어했는데이번에정말오랜만에꺼내보니오래된옷에생기는얼룩이잔뜩이어서옥시크린에담그고삶고해서좀인물을만들어놓았지.저것도네아기를줄거냐?더예쁜푸른곰돌이들이그려져있는싸개도있으니염려말아라..그당시엔최고급품이었단다.저턱받이를보고있으니아기시절부터사교에는일등이었던네모습이생각이나는구나.

네가장성하면인맥이아주중요한자산이될것이라는것을그시절부터알고있었다고?

그래서길을지나는사람들에게도모두윙크를하면서웃고재롱을떨었었더냐?

마가백일이지난너를자칼타로데리고온후첫휴가를나가던날,

아빠가너와처음으로헤어져기러기아빠를시작하던날..현관에서찰칵!

그날이후얼마나많은세월을기러기아빠노릇을해야할지저때는몰랐을거다.

네가두돌을며칠앞두고있을때란다.

지금보니아빠랑엄마랑참젊다.

제맘대로나온배와옆구리살들은언제부터생겼지?

자라서고등학교졸업사진…

순수해보여서좋구나..꿈을간직하고있는모습이어서..

그꿈다버리지않았겠지?

아들아…

대학졸업을앞두고극심한취업난에힘들게사회에첫발을디뎠으니네꿈을마음껏펼치기를바란다.

네가선자리가바로네가비상하는자리임을잊지말기를…

저어린시절의순수함을잃지않는청년이길…

보고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