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염경엽 감독, 그리고 강심장 강정호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에서 패한 넥센의 염경엽 감독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합니다. 재정이 가장  열악한 팀을 이끌면서 팀을 매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킨 지도력이 대단합니다. 엄청난 돈을 쏟아붓고 프로 선수를 중고교 선수처럼 훈련시키고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팀과 비교됩니다.

넥센

특히 올해는 그 전해에 팀의 3번 타자인 강정호를 메이저리그에 보낸 데 이어 4번타자 홈런왕 박병호마저 메이저 리그에 보내고, 에이스 투수는 일본 리그로 보내고, 선수 영입을 위한 지원은 여전히 박했던지라 상위권 진입이 불가능해보였는데도, 정규리그 3위를 차지한 염경엽 감독의 지도력이 더 대단해 보입니다. 그 결과로 한동안 프로야구에 관심을 잃었던 많은 사람들까지도 넥센의 팬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진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염 감독은 2014년 삼성과의 한국 시리즈에서 패해 우승을 놓친 것을 가장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장면, 우승을 지척에 두고 삼성과의 마지막 일전에서 거의 승리를 하기 일보직전 한 선수의 실수로 인하여 놓쳐버린 바로 그 경기입니다. 염경엽 감독 일생일대의 소원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허무하게 날려버린 그 장본인이 바로 강정호였습니다.

강정호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하면 염경엽 감독은 항상 강정호는 실수나 어려움이 있어도 개의치 않고 훌훌 털어버리고 내일 자기가 해야할 일을 하는 강심장이라서 별 걱정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해왔습니다. 그 이면에는 그날의 일이 아마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요.

평생에 한번 할까말까한 한국시리즈 우승을 놓치게 만든 본인의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 다음날 아무렇지 않게 경기에 임하던 그때의 강정호의 모습. 염경엽 감독에게 그날의 일화는 두고두고 아쉬운 장면으로 남겠지만 강정호라는 제자에게 있어서는 더 큰 무대에서 뛸 배짱을 확인하는 큰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듯 합니다.

그리고 그의 예측대로 강정호는 미국 무대에서 여러번의 시련과 고비를 넘기며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부상후 1년간의 공백을 뒤로하고 데뷔전에서 터뜨린 연타석 홈런, 자신의 머리를 겨낭한 보복구와 그로 인한 선수들간의 벤치 클리어링에도 무덤덤한 표정뿐이더니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터뜨리는등 강심장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 강정호가 3번을 칠때 4번을 치던 박병호가 올해 메이저 무대에서 반짝하다 만 것은 상대적으로 여린 그의 성품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최악의 조건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누구도 탓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을 지고 내려오는 염 감독과, 그 밑에서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냈던 한국을 대표하는 두 야구선수의 앞날에 큰 행운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울러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눈 앞의 이익과 보신에 급급해서 주인 앞에서 딸랑거리기나 하고 국민들을 바보천치로 알고 삼십년전 레퍼토리를 반복하는 정치권의 행태에도 조그마한 변화가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2 Comments

  1. journeyman

    2016년 10월 18일 at 5:22 오후

    시즌 초까지만 해도 하위권으로 분류되던 팀이었는데
    정규리그 3위까지 했으니 대단한 반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염감독이 다른 팀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한다면
    프로야구가 더 재미있어질 듯합니다.

  2. jhk0908

    2016년 12월 19일 at 10:49 오전

    강정호가 강심장이긴 하지만 상습음주운전이라는 심각한 병력을 가지고 있었네요. 그에 대한 응원을 철회합니다. 음주운전은 살인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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